[단독] 타쿠야 "성시경·전현무 형에 많은 배움 얻어" (인터뷰)

유수경 2024. 6. 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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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일본 대표로 얼굴 알린 타쿠야
"성시경·전현무·유세윤, 너무 고마운 형들"
12년간 한국 생활하며 변화 "더 솔직해졌다"
영화 '대치동 스캔들'로 주연 발돋움
"요즘 좋아하는 배우는 박정민"
타쿠야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매력을 드러냈다. 디퍼런트컴퍼니 제공

최근 일본에서는 '욘사마' 배용준의 뒤를 잇는 '횹사마' 채종협의 인기가 대단하다. 다시 부는 한류 열풍 덕에 'K-배우'들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많은 배우들이 해외 시장을 노리고 외국어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12년간 한국에서 활동하며 한국 영화 '대치동 스캔들'의 주연을 맡은 일본 배우도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JTBC 예능 '비정상회담'으로 널리 얼굴을 알린 타쿠야다.

타쿠야는 1992년생으로 일본 이바라키현 출신이다. 본명은 테라다 타쿠야. 지난 2012년 한국 연예계에 아이돌로 데뷔했고, 2014년부터 '비정상회담'의 일본 대표로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188cm의 큰 키에 샤프한 외모, 차분한 성품에 적절한 유머감각을 갖춰 재한 외국인 방송인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을 얻은 그. 주변인들은 타쿠야를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현재 '톡파원 25시'에서도 활약 중인 타쿠야는 방송인으로 더 익숙하지만 사실 가슴 한켠에 배우의 꿈을 긴 시간 품고 있었다. 능숙한 한국어 실력과 인지도를 갖췄음에도 타쿠야는 요행을 바라지 않고 천천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한국인 역할 오디션에도 참가할 만큼 진심을 다해 꿈을 키워가고 있는 그는 단편영화 ‘할아버지이짱’, 독립영화 ‘독친’에 출연한 데 이어 지난 19일 개봉한 '대치동 스캔들'에서는 미치오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다.

세련된 외모와 다르게 시골에서 자란 타쿠야는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서 홀로 생활하면서도 씩씩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다. 내성적이던 성격도 많이 변했고, 방송활동을 통해 만난 선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타쿠야를 직접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타쿠야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매력을 드러냈다. 디퍼런트컴퍼니 제공

-JTBC 예능 '톡파원 25시'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촬영은 즐겁나.

"'톡파원 25시' 촬영은 너무 재밌어요. 이제는 오래 본 친구들이고 형, 누나들이라서 일 같지가 않아요. 하하. 일은 맞는데 너무 편한 마음으로 촬영하다 보니까 현장에 가면 재밌고 좋아요. 하지만 연기도 꾸준히 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예능인이 아닌 연기자로 사람들한테 인식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어요."

-타쿠야의 인지도를 높여준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나.

"저한테 정말 감사한 프로그램이고 소중한 예능이었어요. 저를 한 단계 성장시켜줬고 그 예능을 통해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졌으니까요. 그때 만난 사람들을 지금도 계속 만나고 있고 좋은 인연을 이어가는 중이에요. (유)세윤이 형도 최근에 만났고 (전)현무 형이랑은 '톡파원 25시'를 같이 하고 있고요. (성)시경이 형은 제가 부탁할 일이 많아서 종종 연락하는데 그때마다 도움도 주고 많은 배움을 주는 형이예요. '비정상회담' 할 때 회식을 많이 했거든요. 시경이 형 옆자리 앉아서 술 한잔을 하면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한국어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가르쳐주고 잘 챙겨줬어요. 고마운 형이죠."

-실제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데 '대치동 스캔들'에서 한국어가 서투른 역을 맡아 오히려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떻게 연기에 임했나.

"일단은 일본 사람이 한국어를 처음 배웠을 때 어떻게 말을 할까를 생각했어요. 예전 저의 한국어 하는 모습을 많이 봤죠. 동영상들을 찾아보며 참고를 했고, 원래 대사를 읽을 때나 말을 할 때 다른 신경을 많이 쓰는데 이번 영화를 찍을 땐 그런 건 잠시 잊었어요. 외국인들이 외국어로 말을 할 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니까 작은 발음 하나하나를 세게 하거나 그런 부분이 있어서 그 포인트를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실제로 한국어를 잘하게 된 비결이 있을까.

"지금은 한국에 외국인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제가 처음 한국에 넘어온 당시엔 그렇게 많이는 없었던 거 같아요. 그땐 저의 주변 친구들이 다 한국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한국 친구들의 말투를 따라하면서 조금씩 언어가 업그레이드됐던 것 같아요."

-말이 통하는 친구가 없어 처음엔 외롭기도 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외롭진 않았어요. 오히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 당시엔 연습생 생활을 했으니까 레슨을 받고 한국어 수업을 받는 등 늘 뭔가를 하고 있어서 외롭다고 생각할 시간이 없었죠. 실제로도 외로움을 많이 안 타는 편이긴 해요."

-일본에서 학창시절부터 잘생긴 외모로 유명했다던데.

"하하. 그건 반은 맞고 반은 그 당시에 일을 하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그런 효과가 있는 거 같아요. 일본에서 유명한 콘테스트가 있거든요. 잡지사에서 진행하는 전국 규모의 꽃미남 대회가 있는데 엄마가 저 몰래 응모를 하셨죠. 거기서 결승까지 가서 상을 받았어요. 연예계 입문 계기인데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아무래도 동네가 시골이니까 소문이 퍼지고 '연예인이 나왔다' 그런 식으로 입소문을 탄 거 같아요."

-지금의 타쿠야를 보면 시골 출신이라는 게 상상이 안된다.

"저 완전 촌놈이에요. 하하. 이바라키라는 곳인데요. (어린 시절 만화에서 봤다는 기자의 말에) 만화책에서 본 거보다 훨씬 더 시골일걸요. 어린 시절엔 고등학교를 자전거 타고 통학했는데 학교까지 40분이 걸렸어요. 조금만 늦게 일어나도 바로 지각이에요. 통학 길이 논밭인데 상상이 안 되죠? 놀 거리도 없었어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다른 도시, 도쿄에도 나갔는데 그때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랬어요."

-타쿠야는 가족애가 넘치는 것으로 유명하더라.

"가족애는 아무래도 떨어져서 사니까 더 그런 마음이 생기는 듯해요. 제가 직접적으로 표현을 잘 못하지만 가끔 일본에 가거나 가족들이 한국에 와서 볼 기회가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해줄 수 있는 걸 해주죠.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면 좋겠단 생각은 늘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진 않으니까요."

타쿠야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매력을 드러냈다. 디퍼런트컴퍼니 제공

-긴 한국 생활을 하며 달라진 게 있다면.

"주변에서 '한국 사람 다 되지 않았나'라는 말도 하는데 제 안에는 일본 사람인 면이 남아있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한국적인 면도 분명히 있어요. 좀 더 자신한테 솔직해지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되게 소극적이고 낯가림도 많고 그랬는데 한국에서 지내다 보니, 외국인이니까 제가 말을 안 하면 모르더라고요. 뭐가 싫으면 싫다 하고 좋으면 좋다 해야 한단 걸 느꼈죠. 저한테 솔직해지고 그래서 지금의 제가 전보다 더 좋은 거 같습니다."

-2009년 모델 활동을 시작했더라. 원래 키가 컸나.

"어릴 때부터 계속 컸어요. 초등학교 땐 그렇게 큰 키가 아니었는데 중학생 때부터 한국 와서까지 계속 키가 자랐죠. 키는 유전자를 잘 받은 거 같아요. 여동생이 둘 있는데 둘째가 175cm, 막내도 커요. 막내 동생은 저랑 11살 차이가 나거든요. 떨어져 있으니 동생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커서 잘해주려고 노력해요."

-한국에서 아이돌로 데뷔를 하게 된 이유가 뭔지 궁금한데.

"제가 한국에 넘어올 때쯤 일본에서 빅뱅, 소녀시대, 카라, 동방신기가 굉장히 인기가 있었어요. 그 팀들이 멋져 보였죠. 무대를 보면서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외에는 이렇게 멋진 아티스트들이 있구나' 하고 관심 갖기 시작하면서 한국까지 넘어오게 됐어요. 일본에 한국을 소개하는 일도 했고 한국에 일본을 소개하는 일도 하면서 여러 가지를 했던 거 같아요."

-아이돌에서 연기자로 전향했는데, 첫 연기 데뷔를 한 순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9년간 연기를 하면서 저도 성장한 거 같아요. 연기자들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이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들고 연기도 어느 정도 배우면서 계속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거 같습니다."

-좋아하는 배우나 롤모델이 있는지 궁금하다.

"딱히 제가 생각하는 롤모델은 없는데 마동석 배우를 좋아해요. 그런데 따라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잖아요. 캐릭터가 워낙 독보적이니까요. 요즘은 박정민 배우도 좋아하고 있어요. 어떤 역할이든 잘 소화하는 거 같거든요. 본인의 매력까지 다 살리고 연기하는 모습이 보기도 편하고 좋아요. 그분의 연기를 보면 배움이 있어요."

-최근 인상적으로 본 한국 작품이 있다면.

"영화는 '파묘'를 봤는데 좋았어요. 최민식 선배님이 이끌어가는 극은 믿음이 많이 가잖아요. 배우분들이 너무 잘했고 내용 자체도 집중이 되게 만든 거 같더라고요. 감독님의 전작 '사바하'도 좋아해요.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도 좋았습니다. 남자 액션물인데 복싱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액션 연기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준비를 하고 있나.

"원래 몸쓰는 걸 좋아해요. 복싱은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하면 재밌을 거 같아요. 헬스장도 다니고 구기종목, 농구 야구 골프 등 취미 생활이 많아요. 건전한 생활을 지향하는 편이에요. 술자리에 나가는 거보다 땀을 흘리고 운동하는 게 좋더라고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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