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울산의 '내로남불', 강원 공격수 야고 영입 추진…아마노 뺏길 때는 분노하더니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프로 스포츠의 정체성은 '돈'이다. 프로는 돈으로 말하고 돈으로 움직인다.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해주는 구단, 더 많은 돈을 주는 클럽으로 가는 건 당연하다.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정체성에 분노한 클럽이 있었다. K리그1 리딩 구단 울산 HD다. 지난해 1월 울산은 전북 현대로 이적한 일본인 미드필더 아마노 준에 분노했다. 울산과 함께 하기로 약속했으면서 더 좋은 대우를 제시한 전북으로 갔다는 이유였다.
당시 홍명보 울산 감독은 인격모독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아마노는 내가 아는 일본인 선수 중 최악이다. 거짓말을 하고 전북으로 떠났다. 돈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구단과의 약속을 깼다. 올 시즌 함께 하자고 이야기를 했고, 본인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북으로 이적했다. 결과적으로 돈 때문에 전북으로 갔다. 울산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이후 울산 구단도 홍 감독의 분노에 맞춰 기자회견장에서 아마노를 전북에 빼앗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아마노는 "홍 감독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울산은 진심으로 자리를 만든 적이 없다. 시즌이 끝나고 일본에 돌아간 뒤에도 울산의 정식 오퍼는 없었다. 하지만 전북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에 곧바로 요코하마와 임대 협상을 완료했다. 그리고 공식 제안을 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 2주 후에 울산에게 오퍼가 왔다. 하지만 이미 그 당시에는 전북과 합의를 마쳤다. 전북에서 정식 제안이 왔다는 걸 듣고 오퍼를 보낸 건 나를 전북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 사달이 일어난 지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울산은 강원FC의 브라질 공격수 야고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것도 시즌 중반에. 울산이 야고 영입을 추진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영입을 하는 것 역시 어떤 문제도 없다. 시장의 원리고, 정당한 권리다.
문제는 1년 5개월 전에 아마노를 전북에 내주면서 그토록 분노했던 울산이, '비슷한 방식'으로 야고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전북으로 갔다며 아마노를 인신 공격까지 한 울산이 돈을 앞세워 야고를 빼오려 하는 것이다. 내로남불.
상황은 이렇다. 올 시즌 8골을 넣으며 강원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야고는 임대생이다. 원 소속팀은 포르투갈의 포르티모넨스 SC다. 강원은 야고 '완전 이적'을 추진했다. 강원과 포르티모넨스는 2달 전부터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강원과 포르티모넨스는 구두 합의가 이뤄졌다. 야고 개인과도 연봉 등 세부사항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 이에 강원은 공식 이적 합의서를 보냈다.
그런데 회신이 오지 않았다. 포르티모넨스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또 다른 한국인 에이전트가 있었고, 그가 울산과 접촉을 했다. 재정적으로 강원보다 우위에 있는 울산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과 야고 협상은 멈춘 상태다.
강원은 분노했다. 김병지 강원 대표이사는 "시장 교란 행위에 아주 불쾌하다. K리그의 리딩 구단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안타깝다. 우리는 야고 영입에 노력했다. 2달 전부터 협상을 했고, 본인도 좋다고 했다. 포르티모넨스와 협의를 끝내면 사인을 한다고 했다. 어려울 때 함께 했고, 잘 할 때 함께 하자고 했다. 해피엔딩을 기대했다. 그런데 야고의 또 다른 에이전트가 울산과 협상을 했다. 시장의 불신이다. 타 구단에 대한 존중이 없다. 우리도 울산에 돈으로 이길 수 없는 것을 안다. 이건 야고를 영입하고, 잃고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리그, 타 팀에 대한 존중에 대한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은 아마노 사태 때 분노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 내로남불이다. 지금은 시즌 중이다. 우리 공격수를 빼가면, 우리 보고 죽으라고 하는 거다. 상대 구단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돈으로 빼가는 게, K리그 발전을 위해서 좋은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은 야고와 협상 중인 것을 인정했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맞다. 다시 말하지만 울산이 야고 영입 추진은 전혀 문제가 없다. 정당한 과정이고,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다.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는 "야고와 접촉을 하고 있는 것이 맞다. 우리는 위임장을 받은 에이전트를 통해서 공정한 방법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 시장이다. 울산은 이 과정에서 어떤 비도덕적인,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마노 사태와 다른 점이 있을까. 그때도 공정한 경쟁이었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전북으로 갔다. 그럼에도 울산은 분노했다. 지금 강원이 그때의 울산처럼 분노하고 있다. 울산은 입장이 달라지니, 생각과 태도도 달라진 것일까. 김 대표이사는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마노 이적 당시 울산이 전북 구단을 비난한 적는 없다. 우리는 아마노 개인에게 화가 난 것이다. 아마노는 우리와 사인을 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전북과 사인을 했다. 아마노가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에 갔다고 분노한 것이 아니다. 이번 야고와는 다른 상황이다"고 밝혔다.
당시 홍 감독은 "아마노는 결과적으로 돈 때문에 전북으로 갔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런데 구단은 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꼭 돈이 아니라고 해도 상황은 너무 유사하다. 야고도 강원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에 남겠다고 구두 합의를 했다. 구단에 거짓말을 했다고 그토록 비난했던 아마노와 똑같을 일을 야고가 하고 있는 셈이다. 울산은 이런 선수를 원한다.
울산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선수는 나쁜 선수고, 강원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선수는 영입하고 싶은 선수인가.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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