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울린 ‘친족상도례’ 효력 잃어···父 처벌은 어려울 듯
개그맨 박수홍에 대한 가족들의 횡령 사건으로 주목받은 ‘친족상도례’ 규정이 27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도입 71년 만에 효력을 잃었다.
하지만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처벌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횡령을 자백한 박수홍 부친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규정이 주목받은 건 박수홍의 친형 부부가 박수홍 출연료 60억여원을 착복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면서다. 박수홍 부친은 검찰 조사에서 박수홍의 자금을 실제로는 자신이 관리했다며 횡령의 주체도 자신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328조 1항에 따라 직계혈족(부모·자식) 간 횡령 범행은 처벌을 할 수 없다. 이를 친족상도례라고 한다. 때문에 부친이 이점을 악용해 친형을 구제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헌재도 이날 친족상도례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가족 간 착취’ 문제를 지적했다. 결정문에 “피해자가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다른 구성원에게 의존하기 쉽고 거래 내지 경제적 의사결정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때에는 가족과 친족 사회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적었다.
박수홍 사례처럼 피해액이 큰 경우 가족이라는 이유로 불법성을 감내하거나 피해를 복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헌재는 지적했다. 헌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 처벌될 수 있는 중한 범죄”라며 “일률적으로 피해 회복이나 관계 복원이 용이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수홍 사례가 ‘친족상도례 폐지’ 주장에 불을 지폈고 헌재의 위헌성 논리에도 상당 부분 부합하지만, 이날 결정을 이유로 박수홍의 부친을 처벌할 수는 없다. 이는 형법 1조에 따라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을 따르기 때문이다.
박수홍 친형 부부가 출연료를 빼돌리고 부친이 자신의 행위라고 주장한 횡령 범행의 시점에는 친족상도례 조항이 적용되므로, 박수홍 부친의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는 처벌이 면제된다.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마련돼 지금까지 일부 문구 수정을 제외하고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친족상도례는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 아래 가정 평온이 형사처벌로 인해 깨지는 것을 막으려 도입됐다.
이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안에서 표면적으로는 가장이, 실질적으로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재산을 소유한다는 전통적인 가계 인식을 전제로 성립한다. 하지만 대가족·농경 중심 경제에서 핵가족·정보산업 중심 경제로 사회가 탈바꿈하면서 가족이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인식도 희박해졌다.
가족 구성원 개인이 돈을 벌고 재산을 소유하게 되면서 일방이 다른 일방을 착취하는 범죄도 생겨났다. 이에 따라 친족상도례를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부상했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 “경제활동의 양상이 과거와는 현저히 달라졌고, 일정한 친족 사이에서 언제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공유될 수 있다거나 손해의 전보 및 관계 회복이 용이하다고 보는 관점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고 적었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할 의무가 생겼다. 국회가 그때까지 대체 법안을 만들지 않으면 친족상도례는 사라진다.
법조계는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기보다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변경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직계혈족·배우자·동거가족·동거친족 외의 친족에게는 지금도 친고죄 규정이 적용된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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