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뜬다]⑤ 미생물로 만든 대체단백질, 우주식량으로도 쓰인다
[편집자주]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비자의 지식수준은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인간 수명까지 늘어나면서 건강을 개선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개인 맞춤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자원 낭비는 줄이고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 산업도 주목됩니다. 식품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조리 및 외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도 각광받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 모든 것을 현실화하는 ‘푸드테크’를 유형별로 살펴보고 푸드테크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국이 푸드테크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혜안을 모색해 봅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기후변화, 동물권 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대체 단백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미생물 대체 단백질 원천기술을 개발중인 윤현진 아주대 첨단바이오융합대학 교수를 지난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대체단백질 식품신소재 원천기술연구단 성과교류회’에서 만났다. 윤 교수는 "미생물은 값이 싸고 자라는 속도가 빨라 생산성 면에서 유리하다"며 "식물 등 대체단백질을 만드는 다른 생물보다 통제하기 쉽다"고 말했다.
연구단장인 김필 가톨릭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미생물은 우리가 먹지 않는 영양소나 폐기물 등을 재활용해 키울 수 있다"며 "만약 전쟁이나 재난으로 식량위기가 오면 밖에서 가축을 기르거나 농사를 짓기 어려울 텐데 연구실이나 집약시설에서 만들 수 있는 미생물 단백질 원천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대체육과 천연 미생물 식품원료, 식품첨가물 등 식품신소재 원천기술 개발과 안전성 평가기반 구축이 목표다. 윤 교수는 철분(Fe)이 포함된 성분인 헴(heme)이 풍부한 미생물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을 연구한다. 코리네박테리움은 효모처럼 식품으로 섭취해도 무해한 미생물로 이미 아미노산 생산 등 산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윤 교수는 이날 성과교류회에서 헴이 풍부한 코리네박테리움 섭취가 장내미생물의 분포를 건강하게 바꾸고 지방을 감소시켜 비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밝힌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생물 단백질원이 건강에 추가 이점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코리네박테리움을 닭 사료로 쓰는 연구를 했는데 닭들의 살이 잘 붙지 않아서 걱정했다"며 "나중에 내장 등을 검사해 보니 유산균이 늘어나는 등 닭이 건강해진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코리네박테리움이 만든 단백질 자체도 장점이 있다. 윤 교수는 "같은 단백질이라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비율이 다르다"며 "코리네박테리움 단백질은 곤충이나 식물 등 다른 단백질원보다 사람에게 적당한 아미노산 조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효능의 실마리만 확인했을 뿐 중간 대사산물은 무엇인지 등 자세한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와 사람에 적용했을 때의 안전성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필 교수, 윤현진 교수와의 일문일답.
Q. 다른 영양소보다도 단백질 생산이 중요한 이유는.
(윤) "사람은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탄수화물은 보통 에너지원이고 지방은 에너지 저장용으로 쓰인다. 창작물 등에서 미래에 곤충을 먹는 모습을 그리는 것도 단백질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Q. 식품신소재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김) "기존 경제동물인 돼지, 소, 양 등은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전염병에 취약하고 기후변화 등으로 미래 식량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공장에서 컨트롤하면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원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소재를 많이 갖고 있어야 유리하다."
Q.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지.
(김) "식품은 의약품과 달라서 의사가 용량제한을 할 수 없고 사고에 민감하다. 국가·지역마다 허가 기준이 다르다. 대체단백질 기술 규제 마련과 승인에 속도가 매우 오래 걸리고 까다롭다."
Q. 미생물 대체단백질은 어디에서 먼저 쓰일 것으로 생각하나.
(윤) "이미 반려동물 간식으로 만들었다. 사람이 먹게 된다면 노인들이나 군인들에게 먼저 공급될 것 같다. 또 환자와 노인, 아동 등 사람에 따라 필요한 아미노산 비율이 다 다른데 미생물을 이용하면 조절하기가 쉽다. 나중에 우주식량의 베이스로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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