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낳은 ‘새로운 위험+오래된 허점’[포럼]

2024. 6. 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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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급에 따라 리튬배터리가 새로운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경기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는 이러한 새로운 위험이 실제로 얼마나 큰 재난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리튬배터리는 평상시에는 안전하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고 연쇄반응이 일어나면서 폭발하는 등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리튬배터리 등에서 발생하는 '금속화재'에 대한 관리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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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재난관리

전기차 보급에 따라 리튬배터리가 새로운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경기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는 이러한 새로운 위험이 실제로 얼마나 큰 재난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리튬배터리는 평상시에는 안전하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고 연쇄반응이 일어나면서 폭발하는 등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리튬배터리 등에서 발생하는 ‘금속화재’에 대한 관리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 리튬 자체로는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작아서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된다거나, 소방 관계법이나 규정에서 금속화재에 대한 기준이 미비하다는 점이 그렇다. 최근 법령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 및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한편, 이번 재난은 우리가 여러 차례 경험한 매우 오래된 것이다. 1998년 부산 범창콜드플라자 화재에서 27명이 숨졌고, 2008년 경기 이천 코리아2000 창고 화재에서는 40명, 비교적 최근인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38명이 숨졌다. 이외에도 유사한 사고가 공장과 창고 등에서 계속 발생했다. 이들 사고에서는 시설 내 스프링클러 등 방화시설 부족, 가연성 물질이 가득했던 작업 환경, 샌드위치패널이나 우레탄폼과 같은 가연성 자재의 무분별한 사용, 비상탈출구 확보 미흡,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과 작업장 안전 미비 등이 공통으로 발견되곤 했다.

현장의 안전 규정이나 대피로를 잘 알지 못한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자에 포함됐다는 점도 유사하다. 비슷한 사고가 계속 되풀이된다는 것은 단순히 노동자나 경영진의 안전불감증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뜻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는 2021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 확보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행정안전부는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에서 ‘새로운 위험 상시 발굴·예측 및 대응체계 마련’을 첫 번째로 제시하고,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화재 등을 예로 든 바 있다. 이 대책에서 문제로 제시한 것은 우리 사회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위험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결합된다는 것이다. 기술과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위험은 꾸준히 커지고,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제도는 지체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이젠 새로운 위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신기술의 개발과 활용에 뒤처지지 않도록 신속한 제도와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래된 재난을 불러일으키는 고질적이고 구조적 문제들의 개선이다. 공장·창고 등의 소방시설 확대, 가연성 자재 사용에 대한 효과적 규제, 작업장 안전 규정 준수, 대피로 확보 및 외국인 노동자 보호 등 기본에 충실한 개선이 중요하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잘 고치면 좋겠지만, 여러 번 놓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라도 제대로 고칠 수 있어야 한다.

정지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재난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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