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특례대출, 고소득부부 ‘갈아타기용’ 활용

2024. 6. 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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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까지 5조1843억원 신청
저소득보다 중·고소득 신청 ↑
신규대출보다 대환이 더 많아

자녀 출생 가구에 최저 1%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신생아특례대출’을 제일 많이 신청한 이들은 저소득자가 아니라 연봉이 6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에 달하는 중·고소득 부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고소득 부부 중에서는 신생아특례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대환’용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출생율 감소가 더 두드러진 저소득층 위주로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전문가 시각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신생아특례대출, 대환이 신규대출보다 더 많아...저소득보다 중·고소득 신청 ↑=28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4년 1~4월 신생아특례대출 실적’에 따르면 지난 1~4월 접수된 신생아특례대출 대환·신규대출 유효신청 건수(디딤돌·버팀목 합계 기준)는 2만986건, 금액은 5조1843억원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신생아특례 디딤돌대출(매매) 신청 금액에서 대환 목적이 신규 주택 구입 목적보다 더 많았다는 점이다. 유효신청자는 대환을 위해 총 2조2458억원을 신청한 반면, 신규 구입을 위해서는 1조6145억원을 신청하는 데 그쳤다.

소득별로 살펴보면 소득구간 중 대환 및 신규구입 대출을 신청한 금액이 가장 높은 구간은 ‘연소득 6000만~8500만원’이었다. 이들은 디딤돌대출을 통해 각각 6862억원(2767건)의 대환 대출과 4864억원(1541건)의 신규 대출을 신청했다.

아울러 연소득이 6000만원 미만인 저소득자보다는 6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에 해당하는 중·고소득자가 대환 대출과 신규 대출 모든 부문에서 더 많은 건수와 금액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신생아특례대출의 주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연봉을 버는 이들이라는 얘기다.

대환 대출의 경우 저신용자 중에서는 ▷‘연소득 2000만원 이하’ 구간이 1363억원(570건) ▷‘2000만~4000만원’ 구간이 1767억원(772건) ▷‘4000만~6000만원’ 구간이 3724억원(1571건)을 신청해 총 6854억원(2913건)의 유효신청에 그쳤다.

반면 중·고소득 중에서는 ▷‘6000만~8500만원’ 구간이 6862억원(2767건), ‘8500만~1억원’ 구간이 4218억원(1686건), ▷‘1억~ 1억3000만원’ 구간이 4524억원(1675건)을 신청해 총 1조5604억원(6128건)의 유효신청이 이뤄졌다.

신규 대출도 마찬가지다.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부부는 총 6441만원(2179건)의 신규 대출을 신청한 반면, 6000만~1억3000만원에 해당하는 이들은 9704억원(2991건)을 신청했다.

신생아특례 버팀목대출(전세)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자는 대환과 신규를 합쳐 총 2693건, 4953억원을 신청한 반면 ‘연소득 6000만원~1억3000만원’의 중·고소득자는 총 3520건, 6718억원을 신청했다.

▶대출 문턱 두 번 낮춘 정부...“저소득자에 집중해야” 지적도=신생아특례대출은 지난해 1월 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입양)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저금리 대출제도다.

전용면적 85㎡(읍·면 지역은 100㎡) 이하인 9억원 이하 주택 매입자금(디딤돌) 최대 5억원, 수도권 5억원·지방 4억원 이하 주택 전세자금(버팀목) 최대 3억원을 빌릴 수 있다. 금리는 디딤돌 대출이 차주(대출받는 사람)의 소득요건과 상환기간(10·15·20·30년)에 따라 최저 연 1.60%, 최고 3.30%다.

정부는 이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요건을 두 번이나 변경했다. 올 1월 29일 출시 당시에는 부부 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가구가 대상이었으나 이후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는 2억원 이하까지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다 최근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며 내년부터는 부부 합산 연봉 2억5000만원이 넘는 가구도 자녀를 낳으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지만, 상대적으로 출생율이 높은 고소득층까지 주택도시기금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출생율 감소는 저소득층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작성된 ‘소득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에 따르면 2010년과 2019년의 가구주 나이 15~49세 100가구당 출산가구를 소득계층별로 분석한 결과, 두 해 모두 상위층(2010년 7.63가구·2019년 5.78가구)이 하위층(2.72가구·1.34가구)보다 출산가구가 많았고 감소율도 낮았다. 중위층의 출산가구는 각각 6.50가구와 3.56가구였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저소득층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고, 현금지급도 저소득층에 더 많이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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