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올한올 소중한 탈모인...그 간절함 봤죠”

2024. 6. 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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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나 아모레퍼시픽 R&I센터 연구원 인터뷰
15년째 탈모 연구...영탈모 제품 세분화 목표
김수나 아모레퍼시픽 R&I센터 연구원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그간 연구해온 탈모 현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탈모는 정복할 수 없는 3대 질병 중 하나라고 하죠. 하지만 저는 탈모도 결국 정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탈모를 연구하고 있고, 갈수록 발전된 첨단 기술도 적용되고 있어요. 탈모로 고민하고 있는 모든 분이 지치지 않도록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수나 아모레퍼시픽 R&I(Research & Innovation)센터 연구원은 그간 해온 탈모 연구에 대해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2007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김 연구원은 현재 바이오사시언스팀 헤어사이언스 파트 리더를 맡고 있다. 입사 3년차인 2010년 사내 탈모·두피와 관련된 효능 연구 조직이 생기면서 15년째 탈모효능연구를 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샴푸 하는 모습부터 머리를 말리고 제품을 말리기까지 모든 과정을 다 관찰한 적이 있었다”며 “막 헹구면 안 된다고 하더니 세숫대야를 꺼내서 물을 받고 머리를 담근 뒤 살살 헹구는 분도 계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정말 지폐 한 장 한 장처럼 소중히 다루는 모습을 보고 탈모인의 간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이던 탈모 연구는 발전을 거듭했다. 김 연구원은 “1980~90년대에는 탈모치료제가 나왔을 시기”라며 “효과를 보이는 원리가 있으니 그 소재 중에 화장품에 쓸 수 있는 것을 찾자는 연구가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 치료 성분인 ‘미녹시딜’과 비슷한 성분들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제품에 넣는 과정이 주로 1990년대에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2000년대부터는 씻어 내는 탈모 화장품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김 연구원은 “이전에는 ‘나는 정말 탈모가 심해서 약처럼 꼭 발라야 한다’는 남성 위주의 탈모 제품이 만들어지고 연구가 진행됐다면, 2000년대부터는 누구나 쓸 수 있는 탈모 제품의 시대가 됐다”고 정의했다.

여성 탈모 등 소비층이 넓어진 현재에는 안전한 성분을 찾는 연구가 많다. 김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화장품에 쓸 수 있는 안전한 성분을 찾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 말했다.

그가 몸담아 온 아모레퍼시픽도 탈모 연구에 ‘진심’이다. 김 연구원은 “처음 선대 회장의 어머니가 동백기름을 짜서 판매하던 것이 시작이었다”며 “선대 회장이 태평양 화학이라는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이 되는 화장품 회사를 처음 세우고 출시한 제품도 ‘ABC포마드’라는 헤어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 역사를 찾아보니 이미 1970년도에 국제학회에서 인삼을 바르면 모발이 굵어진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었다”며 “1980년대에도 의약외품 허가를 받아 제품을 꾸준히 내온 것을 보면 헤어 제품으로 시작한 회사라 탈모 문제에 더 관심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많은 노력에도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제품이 많다. 그는 “효능을 찾는 것부터 허가받고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5~7년이 걸린다”며 “여러 번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임상에서 생각보다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현재 김 연구원은 ‘슬로우 에이징(건강한 아름다움을 최대한 유지하며 천천히 늙는 것)’과 관련된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슬로우에이징 기술을 통해, 탈모 시작 시기를 늦추려고 하고 있고, 내년 초에는 제품으로 출시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제품 선택 기준으로 2가지를 꼽았다.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여부’다. 그는 “식약처에서 기능성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상 자료가 있어야 하고, 그 말은 즉 효능 부분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식약처 인증의 경우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식약처는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차단,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 등의 기능이 있는 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기능성화장품이라도 탈모 증상을 완화할 뿐, ‘치료’ 효과나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양모·발모·육모’ 등은 검증된 바 없다고 당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탈모 치료는 의약품 쪽이고 기능성 화장품은 탈모 증상 완화를 뜻한다”며 “탈모 샴푸라고 부르는 제품 대부분은 식약처의 기능성 허가를 받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안전한 제품’을 강조하며 “두피에 염증이 생기면 머리카락이 잘 빠지게 되는데 안정성이 보장된 제품이 아닐 경우 탈모가 심화할 수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자체 품질안전연구소가 있어 통과해야 하는데, 제품이 이처럼 안전성 체계를 갖췄는지 확인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모는 원인을 알고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연구원은 “보통 설문조사를 해보면 유전 영향을 받았다는 비율이 70%가 넘는다”면서도 “유전적인 요인 외에도 노화, 출산, 폐경 등이 탈모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또 “무엇보다 가장 큰 건 정신적인 스트레스인데, 탈모의 주요 원인으로 연구를 많이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김 연구원은 영탈모(젊은 탈모)에 연구를 집중해 소비층이 세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어린 여성의 탈모와 폐경 이후 탈모가 심한 여성을 분리해 연구하고 각자에게 적합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성별을 막론하고 탈모가 정말 심한 분들이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서 임상 연구와 제품화까지 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전새날·김희량 기자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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