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물려 있는 2621 ETF

2024. 6. 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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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철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이사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낙폭과대 자산에 투자할 때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고사성어를 얘기할 때가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현상은 반드시 반전되어 돌아간다는 의미로, 큰 폭의 하락을 겪은 자산은 정상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쓰입니다.

일본 엔화는 대표적인 물극필반 투자자산으로, 2022년말부터 한국 개인들에게 주목받아 왔습니다. 싸진 엔화가치로 일본을 향하는 여행객만 늘어나는 것만이 아닌, 일본통화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도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2023년 말부터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더해 일본에 상장된 미국채권ETF 투자의 붐이 불기 시작합니다. 그 중심에 종목번호 2621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가 있습니다. 한국투자자들은 올해초부터 5월 말까지 약 48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유사한 투자전략의 한국ETF도 신규 상장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엔화표시 미국채ETF 투자

하지만, 현재까지 엔화의 ‘물극필반’을 바라던 투자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아래는 2621 ETF의 투자자들의 원화환산(원화를 가진 투자자가 일본 엔화로 환전 후 투자한 수익률) 투자수익률과 엔화기준 수익률을 나타낸 2년간의 그래프입니다. 

2년전 2621 ETF에 원화를 엔화로 환전한 투자자의 경우 지난 2년동안 투자수익률은 -31%입니다(ETF 배당금제외). 원화가 아닌 엔화를 가지고 있던 투자자가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약 -24.7%의 손실입니다. 이는 금리는 물론 환율 역시 시장에서 예상하던 것과 반대로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2년 전 원엔 환율은 100엔당 949원에서 869원으로 떨어졌고(엔화가치 하락),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2%에서 4.2%로 오르면서 채권가격 역시 하락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엔화 가치는 아직 본격적으로 반전할 기미가 없어, 해당 아이디어로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폭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2621 ETF 원화와 엔화 투자자 수익률 2년 추이, 출처 bloomberg, 플레인바닐라]

 엔 달러 헷지에 연 5%이상의 환헤지 비용은 꼭 알아야

문제는, 마냥 기다린다고 해당 종목의 배당만 받아서 버티기에는 꼭 잊지 말아야 할 비용이 있다는 것입니다. 

2621 ETF의 구조를 살펴보면, 미국내 장기채를 직접 ETF에 담아 펀드의 듀레이션을 20년 이상으로 가지고 갑니다. 여기에, 엔화대 달러의 환헤지를 해, 환율변동 리스크는 없앤 ETF입니다. 따라서,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의 움직임과 미국채가격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투자가 가능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간과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엔달러 헷지비용입니다. 2621 ETF는 미국에 상장된 TLT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ETF와 같은 채권수익구조를 가지고 갑니다만, 엔달러 헷지를 하면서 총 ETF의 자산의 5% 수준의 헷지증거금이 있어야 합니다. 그만큼 채권매수가 덜 됩니다. TLT ETF 대비해 그만큼 채권을 덜 채울 수 밖에 없습니다.


[2621 / TLT ETF 자산구성 및 배당 개략]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비용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에 의한 환헤지 비용입니다. 아래는 동일 투자구조를 가진 TLT와 2621종목의 2년간 수익률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2년동안 두 종목의 수익률은 2621 ETF가 -24.8%, TLT ETF가 -15.8% 입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달러와 엔화로 투자됐다고 하지만, 양국통화가 헷지 되어 있는 만큼 수익률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10%p 가까이 벌어집니다. 이는 1년에 5%가 넘는 환헤지 비용 때문입니다. 비용이라고 하지만, 금리가 높은 국가에서는 반대로 프리미엄으로 작용하여 수익이 발생합니다. 즉, 금리가 낮은 일본 엔화의 1년동안 환헤지 비용이 연 마이너스 5%에서 머무르며, 같은 투자전략의 ETF이지만, 환헤지 비용으로 해당 수익률만큼 불리한 상황입니다. TLT ETF의 매수자야 1년에 3~4% 이상의 배당으로 버틴다고 하지만, 2621 ETF 투자자의 경우 같은 3~4% 배당은 받겠지만, 금리변동이 없더라도 1년에 환헤지 비용을 제하면 마이너스인 상황입니다.
[2621 / TLT ETF 투자자 수익률 2년 추이(현지통화), 출처 bloomberg, 플레인바닐라]
 

 2621 ETF 투자타이밍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어

이런 비용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엔화강세와 미국금리하락을 동시에 투자하기에는 2621 ETF 만한 것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존 투자자들의 한숨은 깊어가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점점 해당 투자아이디어에 뛰어들 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일본의 엔화강세는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해당 시기가 시장 예상대비 늦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 내에는 방향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2621 ETF의 물극필반을 위해서는 미·일간 금리차가 줄어들어야 환헤지 비용도 줄어들 것이고, 일본 밖으로 나간 자금 역시 일본으로 회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채권시장은 경기하강과 경기 서프라이즈 사이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에 따라 반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발 채권수급까지 얽히면서, 등락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작년 4분기 미국 경제는 시장의 기대보다 강하고, 재무부의 채권발행물량까지 늘어나며 10년물이 10월말에 5%까지 올랐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3월에는 다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며 3.5%까지 내렸죠. 지금은 물가상승률 둔화가 더뎌지면서, 5%까지 올랐던 금리는 다시 4.0% 초반까지 진정되는 모습입니다.

사실 시장금리의 변동은, 시장참여자들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말그대로 베팅하는데서 발생합니다. 작년 연말에는 2024년도 5월 인하 시작에 대한 기대를, 그리고 올 3월에는 반대로 인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널을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미국 연준의 스탠스는 물가와 경기지표를 보면서 신중한 행보를 지속하는 중입니다. 그 와중에 PCE는 연 2.8%까지, 그리고 소비자 물가지수 역시 3%대 중반에서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즉, 연준이 주목하고 있는 물가지표는 완만하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금리를 올릴 이유는 없으며 내릴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금리인하는 말 그대로 완화정책이 시작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준은 아직까지 QT(Quantitative Tightening) 즉, 긴축정책을 펴는 중입니다. 순서상 완화정책에 앞서 긴축을 끝내는 것이 수순이며, 그런 움직임이 지난 5월 FOMC에서 나타났습니다.

5월 FOMC에서는, 현재 월 950억 달러 수준의 채권매도물량을 6월부터는 600억 달러까지 줄일 것으로, 긴축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재무부 역시 4월말 발표한 분기 바이백 계획에서, 장기채보다는 단기채 매입에 중점을 둘 것으로 밝혔습니다. 이 모든 움직임들은 장기채 수급에 있어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장기금리의 방향이 아래로 갈 것임을 시사합니다.

금리인하 시기가 작년대비해서 늦어지고, 폭도 작아지기는 했지만 방향에 있어서는 아래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결국 미국금리의 하락은 일본과의 금리격차를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국 역시 금리하락이 시작되며 일본 엔화가 강해지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경기 선순환에 대한 일본의 희망회로는 시동 걸기 시작해

현재 엔달러 환율은 1달러에 155엔에서 160엔 수준에서 매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대비 약한 엔화는 지난 30년간 가장 약한 수준입니다. 이러다보니 BOJ에서서는 1달러당 160엔 수준을 한계로 설정하고, 개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미일 양국의 단기물 금리차가 약 460bp이상 벌어지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일본의 엔화가 약한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미국의 금리가 하락하고 일본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리차가 줄어들면, 약한 통화의 반향이 반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일본 자체적으로는, 경기 선순환의 고리가 굴러가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저물가 노 인플레이션이였던 일본이, 2% 이상의 물가상승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물가시대에 살던 소비자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약한 엔화로 수출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은 급성장하는 국면입니다.

한편, 약한 엔화와 물가상승으로 인해 2021년도 이후 일본의 명목임금인상률은 30년래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실질임금은 마이너스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이에 미치지 못하던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난 4월 춘투(슌토)에서, 노조가 제시하는 임금보다 큰 폭의 인상을 사측에서 제시하며, 전년대비 임금상승율은 5.28%나 되었습니다. 이에, 올해 실질임금인상률은 연말로 갈수록,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이 오랫동안 디플레와 저성장으로 고통받던 악순환의 고리가, 인플레와 소득증가, 다시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바뀔 수 있는 희망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자칫 물가가 너무 높아지면 다시 실질임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BOJ에서는 신중하게 지켜보며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기준금리 인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단추를 지난 3월 BOJ통화회의에서 처음으로 꾀었습니다. 수익률곡선 컨트롤, 즉 YCC정책을 폐기하고, 단기금리 베리어를 0%에서 0.1%로 인상하였고, ETF와 리츠 매입을 종료했습니다. 드디어 일본이 유동성 긴축을 시작한 것인데요. 마치, 고속도로를 달려본적 없는 일본경제가 갑자기 튀어나가는 것이 우려되다보니, 엑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고 있다가, 서서히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내부 사정으로, 미국의 금리인하 신호가 발생하면, 일본 역시 서서히 금리를 올리면서, 엔화 강세로의 추세전환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미국과 일본의 재무장관이 만나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고, 이러한 내용이 다음달 BOJ의 채권매입 감액관련 회의(일정은 아직 미정)와 7월 통화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터널 끝 빛이 보이는 상황

작년부터 이어지는 미국 경제 서프라이즈로, 금리하락은 늦어지고, 일본 통화정책은 느긋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미국 금리의 천장은 올 해 확인하고, 방향은 아래일 뿐 인하시기를 기다리면 되는 상황입니다. 일본 역시 기준금리 인상카드를 만지작거리며, YCC폐지나 장기금리밴드 높이는 대응을 이어가고 있어, 늦기는 합니다만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입니다.

중장기 환율전망은 가장 어려운 영역인데다, 원엔환율은 원화 자체강세 요인까지 체크해야 하지만, 2621 ETF 투자에 있어 큰 축 두가지가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글 초반에 말씀드린 해당종목의 환헤지 비용을 감안한 다른 고배당 채권 ETF와의 포트폴리오 투자나, 매수시기를 분산한 투자를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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