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유망주 못 키운다고? 22세 1R 좌완 폭풍 성장, 투수는 역시 제구 "기회 잡겠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최근 3년 연속 고교 최고 투수를 손에 넣었다. 2022년 전국 단위 1차 지명으로 문동주를 뽑은 뒤 2023~2024년 전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각각 김서현과 황준서를 지명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화가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왕국이 될 것 같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는 올해 두 번이나 2군에 내려갈 만큼 극심한 난조를 보이고 있다. 육성 난이도가 높은 유형인 김서현도 제구 불안으로 성장통을 거듭 중이다. 가장 완성도가 있고, 즉시 전력으로 평가된 황준서도 체력 저하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문·김·황’으로 불리는 한화 영건 트리오의 성장이 주춤하자 일각에선 한화가 투수 유망주를 못 키운다는 섣부른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19~21세밖에 되지 않은 어린 투수들이고, 성장통이나 시행착오 없이 한 번에 큰 유망주는 류현진 정도로 아주 극소수다.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에 앞서 한화의 1라운드 지명자인 4년차 좌완 투수 김기중(22)도 단계별 육성 과정 속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유신고 출신으로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기중은 지난해까지 3년간 1군에서 57경기(21선발·122이닝) 3승9패1홀드 평균자책점 4.80으로 경험치를 쌓았고, 올해 스텝업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시즌 마지막 6경기를 선발로 던지며 가능성을 보여준 김기중은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5선발 경쟁을 벌였다.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2군에 내려가 예비 선발로 준비했고, 지난달 1군 콜업 후 롱릴리프로 경쟁력 있는 투구를 보였다.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의 동반 부상 이탈 후 대체 선발 기회가 왔고,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에서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팀 사정상 다시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지만 지난 5일 수원 KT전에서 구원 2이닝 무실점 퍼펙트로 2승째를 따냈다. 산체스가 다시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뒤 19일 청주 키움전부터 다시 선발로 들어왔다. 키움전은 3이닝 6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지만 27일 대전 두산전에서 5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3승째를 올렸다. 올 시즌 13경기(29⅔이닝) 평균자책점 3.34 탈삼진 20개.
그 전날(26일) 15득점을 폭발한 두산 타선을 김기중이 잠재웠다. 1회를 삼자범퇴로 시작한 뒤 2회 김재환과 강승호를 연속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각각 바깥쪽 높은 직구, 몸쪽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보더라인에 걸치는 제구가 돋보였다. 3회 정수빈 상대로는 높은 쪽에 걸치는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처리하며 공 12개로 삼자범퇴. 4회에도 양의지를 몸쪽 낮게 꽉 차는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하며 연속 삼자범퇴에 성공했다. 스스로도 “오늘 경기 중 제일 좋았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기가 막힌 공이었다.
5회 양석환, 김기연, 이유찬에게 3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정수빈에게 내준 희생플라이가 유일한 실점. 위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범타를 유도한 모습이 돋보였다. 총 투구수 81개로 스트라이크 55개, 볼 26개.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4km, 평균 142km 직구(31개)를 비롯해 슬라이더(24개), 체인지업(14개), 커브(14개) 등 4가지 구종을 고르게 던졌다.
불같은 강속구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제구로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며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지난해까지 통산 9이닝당 볼넷이 5.6개였지만 올해 2.7개로 크게 줄었다. 경기 후 김기중은 “준비를 잘했다고 느꼈는데 이겨서 기분 좋다. 요즘 볼넷이 많이 줄었는데 ‘공격적으로 들어가자’는 생각을 하고 던지지 확실히 좋은 결과가 있다. (제구에 있어) 딱히 기술이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산체스의 부상 대체 외국인 투수로 라이언 와이스가 합류한 뒤 신인 황준서를 불펜으로 옮기며 김기중을 선발진에 그대로 남겼다. 김경문 감독은 이전부터 김기중에 대해 “좋은 투수다. 어리지만 굉장히 장래성이 있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는데 그 이유를 이날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줬다.
올해 김기중은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18이닝 5실점 평균자책점 2.50으로 구원등판한 9경기(4.63)보다 눈에 띄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선발 체질로 어필 중인 김기중은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크다. 잘해야 또 선발진에 남는 거기 때문에 잘하자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5이닝 81구로 교체돼 한 이닝을 더 던지지 못한 게 아쉬울 법도 했지만 “박승민 투수코치님과 정해놓은 투구수가 있었다. 다음에 또 선발로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그때 더 잘 던지면 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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