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리모델링 독주?…판 더 커질까
건설경기 부진했던 08년·23년…리모델링 부흥
용적률 높은 단지 재건축보단 리모델링이 '답'
포스코이앤씨가 공동주택 리모델링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리모델링 시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다른 건설사들도 따라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재 100여곳에 불과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향후 1만곳 넘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리모델링이 건설업계 주요 먹거리가 되는 한편 주택 공급의 묘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조합 입장에선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하는 사업성 판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리모델링 사업지 '넷 중 하나'는 포스코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대원아파트(문래대원)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22일 총회에서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가구 수는 기존 218가구에서 250가구로 증가한다. 일반분양으로 32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포스코이앤씨는 단지명으로 '더샵 아트리오(예술+강)'를 제안했다. 다음달 인근에 위치한 문래현대2차 리모델링 시공권까지 따내 안양천 일대에 '더샵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다.
오는 10월엔 동작구 사당동 '우극신(우성2·3단지·극동·신동아4차)' 수주를 노린다. '우극신'은 사업비가 2조원대로 추산되며 올해 리모델링 최대어로 꼽히는 단지다. 포스코이앤씨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와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한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공동주택은 153개 단지, 12만1520가구다. 이중 포스코이앤씨가 38곳(컨소시엄 포함)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4곳 중 1곳이 포스코이앤씨의 사업지인 셈이다. GS건설(12곳)과 현대건설(12곳), 쌍용건설(9곳) 등보다 많다.
포스코이앤씨는 리모델링 사업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오랜시간 공들여왔다고 강조했다. 2014년 리모델링 전담인력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해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조직을 팀에서 '실'로 확대하기도 했다.
포스코이앤씨는 2021년 '개포더샵트리에(개포우성9차)'를 리모델링한 데 이어 올해 10월 '더샵둔촌포레(둔촌현대1차)', 내년 3월 '잠실더샵루벤(송파성지)' 준공을 앞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리모델링은 돈이 안 된다'며 관심 갖지 않던 10년 전부터 선도적으로 영업·수주해 왔다"며 "축적된 사업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타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최근 리모델링 단지 4곳 중 3곳이 포스코이앤씨"라며 "조합장들 사이에선 아무래도 공사를 많이 해본 포스코가 노하우를 쌓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건설경기 부진하면 리모델링 '흥행'?
건축경기와 리모델링이 '역의 관계'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금처럼 건설경기가 부진할 때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건축시장에서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로 2008년(21.3%) 이후 20%대를 회복했다. 반면 2015년(12%)과 2016년(11%)은 그 비중이 작았다.
박용석 건산연 선임연구위원은 "리모델링 비중은 건축경기가 침체할 때 상승하지만 활성화되면 축소되는 현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아직 작지만 향후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체 건축물 리모델링에서 주택 리모델링의 비중은 3% 수준이다. 이마저도 단독주택 중심이고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리모델링협회는 현재 153곳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향후 1만164곳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1988곳은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이 가능한 단지다. 리모델링협회가 지자체에서 수립한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취합한 결과다. 서울은 3096곳으로 가장 많고 부산(2384곳), 대구(1274곳) 등이 리모델링 가능단지로 꼽힌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은 세대수 증가형 가능단지 898곳을 통해 최대 11만6164가구의 추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파트 리모델링이 노후 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다른 정비사업과 같이 주택공급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재건축 솔깃하지만…사업성 잘 따져야
리모델링 조합 입장에선 재건축과의 경쟁 구도에서 사업성을 확보해야 하는 게 숙제다. 통상 용적률 180% 이하면 재건축이 유리하고, 200% 이상이면 리모델링이 더 적합한 것으로 본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 등 재건축을 지원하는 정책은 계속되는 반면에 리모델링은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상황이다.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상승, 분담금 상승은 리모델링도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가 이어지자 리모델링 시공권을 따낸 사업지 중 일부가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면서도 "리모델링이 적합한 사업지를 재건축하려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건축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도 높은 공사비와 기부채납 부담에 사업성이 떨어지고 분담금이 수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리모델링 단지는 일반분양 가구 수도 적어 적정 수준의 분양가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3구와 2호선 라인, 한강변 단지들 외엔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으로 획일화할 수 없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경쟁적 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신규 주택공급 규모와 아파트 노후화 수준, 도시계획 측면 등을 검토해 각각 특성에 맞는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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