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vs 비한동훈’…선명해진 경쟁 구도 [유창선의 시시비비]

유창선 시사평론가 2024. 6. 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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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으로 갈린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한동훈 “우리가 나서서 특검 추진”…나경원·원희룡·윤상현은 일제히 반격

(시사저널=유창선 시사평론가)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7월 23일에 열린다. 이번 전당대회는 22대 총선에서 최악의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의 새 당대표를 뽑는 대회이기에 보수정치의 앞길에 매우 중요한 일정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떤 방향성과 능력을 가진 당대표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2026년 지방선거의 승패, 2027년 대선에서의 재집권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난 총선에서 민심 이반을 확인한 집권여당이 과연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그런데 당권 경쟁의 첫 논쟁 거리가 '채상병 특검'이 되버린 광경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았을 때 무척 당혹스럽다. 국민의힘이 새로 태어나기 위한 방법이라든가, 정치의 복원을 위한 리더십이 경쟁하는 장이 아니라 '채상병'이 가장 큰 쟁점이 될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한동훈 후보는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특검에 반대할 수 없다"며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민주당이 특검을 결정하게 되어있는 특검법에는 반대 의견을 표하며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아닌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법원장이 특검을 고르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앞줄 왼쪽부터)이 6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첫 번째 공부모임 '헌법 제84조 논쟁, 피고인이 대통령 되면 재판이 중단되는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친윤계, "용산에 대한 협박" 격앙

그러나 이 얘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경쟁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비판을 퍼부었다. "여론이 높으면 본인 특검도 받을 건가"(나경원), "정치적 의혹이라고 전부 특검으로 가면 수사기관이 뭐 하러 있나"(원희룡), "당정 파탄과 윤석열 대통령 탈당을 원하는 것 아니냐"(윤상현)는 맹폭격이 한동훈 후보를 향해 퍼부어졌다. 이미 민주당은 한 후보가 말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특검 가동이 너무 늦어진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일축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에서 논란이 가열된 모습이다. 한 후보의 발언 이후 황우여 비대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가 공개회의에서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 계획에 비판을 쏟아낸 것도 한 후보의 발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특히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먼저 나서서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과 각 세우고 싸우자는 이야기"라며 "용산에 대한 협박이나 다름없다"는 격앙된 반응을 드러냈다.

반면에 초선의 소장파인 김재섭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안처럼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안은 충분히 합리적"이라며 "이를 토대로 우리 국민의힘이 나서서 채상병 특검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 후보의 입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특검법안을 무조건 거부하지만 말고 제3의 중립적인 특검안을 제시하자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다. 국민 다수가 특검을 요구하는데도 여야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채상병 특검을 현실화할 합리적인 제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소장파·개혁신당 "수정안, 충분히 합리적"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지만, 한 후보로서는 잃은 것 보다 얻는 것이 많은 입장 표명이었다. 일단 당권 경쟁 구도를 '한동훈과 다른 나머지 후보들의 대결'로 만드는 차별화 효과를 거두었다. 여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정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민심을 등에 업을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당대표 경선룰이 80%의 당원투표 뿐 아니라 20%의 여론조사를 반영하기로 바뀐 점과 연동되어 있다. 용산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며 극구 반대하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후보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효과도 자연스럽게 거두도록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한 후보가 채상병 특검법 얘기를 꺼내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 몰매를 맞는 모습이 되었고 '반윤'으로 낙인찍혀 당권경쟁에서 불리하게 됐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민심을 얻는 당대표의 등장이 국민의힘의 최대 숙제임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한 후보의 말 대로 친윤이냐 반윤이냐를 따지는 것 보다 '친국'(친국민)이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시작되자마자 부상한 채상병 특검법 논란은 순식간에 경선 구도를 '한동훈 대 반한동훈'으로 만들어 버렸다. 민주당 법안과는 다른 내용이지만 어쨌든 특검을 하자고 하는 한동훈, 그리고 그런 한 후보를 비난하는 다른 후보들 간의 대결로 나뉘어졌다. 한동훈발 '제3의 채상병 특검'은 이번 당대표 경선을 한동훈 대 다른 주자들의 대결 구도로 비쳐지게 만들었다.

원래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한동훈 대 반한동훈'의 구도로 만드는 것은 친윤계 일각에서 희망하던 바였다. 이제는 윤 대통령과 사실상 결별한 한동훈이 당대표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연합전략을 고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를 우격다짐식으로 만들어내던 식으로 용산이 개입할 환경도 아니지만, 그런 '한동훈 대 반한동훈' 구도가 누구에게 유리할 것인가를 다시 계산해봐야 할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의 다른 당권 주자들이 민심에 부응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윤 대통령과 민심 사이에서 절충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여전히 당원투표 80%가 반영되는 룰로 경선이 치러지기에 상대적으로 무난하고 안전한 행보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동훈 후보가 채상병 특검법 같이 민심에 부응하는 행보에 먼저 들어가고 다른 주자들이 일제히 협공하는 광경은 용산의 개입 없이도 자연스럽게 '한동훈 대 반한동훈'의 구도로 판을 만들어 버렸다. 지금 국민의힘의 최대 과제가 떠나간 민심을 되돌아오게 하는데 있음을 생각하면 민심 수용도를 놓고 한동훈과 다른 당권 주자들의 차이가 드러나는 상황은 한동훈에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총선에서 완패한 집권여당 전당대회의 의제들이 고작 한동훈이냐 아니냐, 친윤이냐 반윤이냐를 따지는데 멈춰있는 현실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이제는 국민의힘, 아니 보수정치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만들 미래지향적 리더십의 경쟁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길 잃은 보수정치는 어떤 시대정신을 갖고 어느 길을 가야 하는가. 최소한 이런 수준의 질문을 주고 받는 집권여당의 전당대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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