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산업장관 “공급망 교란 수출통제…AI 등 첨단산업 협력”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우리나라와 미국이 공급망 교란을 최소화하면서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출통제 협력을 지속키로 합의했다. 양국간 동맹의 핵심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협력도 강화키로 뜻을 모았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장관은 전날(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제2차 한미 공급망·산업대화(SCCD)’를 열고 이같이 첨단산업·공급망 회복력과 수출 통제 등에 대한 협력 성과를 점검했다.
SCCD는 지난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설치·합의한 첨단산업 및 공급망 협력 채널이다. SCCD는 ▷반도체 ▷첨단제조 ▷핵심광물을 포함한 첨단산업 및 공급망 회복력 ▷이중용도 수출 통제 ▷헬스케어 및 헬스케어 기술 ▷디지털 경제 등을 분과로 두고 있다.
안 장관과 러몬도 장관은 회의 직전 한미 반도체협회가 공동 주최한 민관 반도체 협력 포럼에 함께 참석했다. 양국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상무부가 최근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첨단 반도체 시설 및 SKC 계열사인 앱솔릭스와 체결한 비구속적 예비각서에 대해 평가했다.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고급 패키징 및 기판기술 기반시설이다.
양국 장관은 공급망과 인력개발 및 연구개발(R&D) 협력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양국 장관은 SCCD 헬스케어 분과에서 한미 기업 간 원격의료 화상 쇼케이스, 한미 바이오 라운드테이블 등을 통해 양국 간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공급망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통제 분과에서는 양국의 핵심·신흥 기술을 평화와 안보를 저해하는 국가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했다. 양국 장관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공급망 교란을 최소화하면서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중용도 수출 통제 분과에서의 기존 협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합의라는 시각이 높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첨단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 중이며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맹국들에도 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해왔다.
또 디지털 경제 분과의 경우 표준 관련 협력 및 인공지능(AI) 기업 간 협력 확대 논의를 지속하기로 하는 한편, 투자 유치 및 글로벌 시장 접근을 확대하려는 제3국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몬도 장관은 한미 양국이 작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반도체를 비롯한 전략 산업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을 언급하고서 “반도체는 1년 전에 전략적으로 중요했고 이제 인공지능(AI) 때문에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상무부와 인디애나주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계획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반도체가) AI 때문에 더 중요해졌다. 필요하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27일(현지시간)워싱턴 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한미간 논의 상황을 묻는 말에는 “우리나라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지금 수출 통제 조치를 하고 있거나 제도를 만들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경우에는 레거시(범용) 반도체에 대해서도 여러 제한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를 좀 하자는 그런 것인데, 아직 구체적 조치나 이런 것을 얘기하고 있는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의 미국 산업 정책 변화와 관련, “에너지 정책의 경우 강조점들이 바뀌지 않겠나라는 얘기도 있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큰 틀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일부 행정 조치 같은 것들은 좀 바뀔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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