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부터 던질래?" 명장의 뼈 있는 농담 후 '부활'…"오늘처럼 보탬 되겠습니다" 안경에이스의 부활이 반갑다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오늘처럼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1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108구, 5피안타 4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6승째를 손에 넣었다.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 3월 두 번의 등판에서 1패 평균자책점 7.56으로 부진한 스타트를 끊었던 박세웅은 4월 첫 등판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7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1실점(1자책)으로 탄탄한 투구를 펼치며, 4월 한 달 동안 4경기에 나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 흐름은 5월까지 연결됐다.
박세웅은 5월 첫 등판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친 뒤 LG 트윈스와 맞대결에서 5⅔이닝 6실점(5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으나, KT 위즈전에서 6이닝 무실점,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는 무려 8이닝을 1실점(1자책)으로 막아내며 '토종 에이스'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을 이어갔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악몽'을 겪었다.
유독 대전에서 약한 모습이었던 박세웅은 4⅔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안타를 맞는 등 10실점(9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사령탑은 '대전 징크스'와 관련해 뿔이난 듯 박세웅을 향해 뼈 있는 메시지를 메시지를 전했는데, 이후 박세웅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6월 NC(4⅔이닝 4실점)-SSG(5이닝 5실점)-LG(6이닝 4실점)-키움(6이닝 4실점)으로 매 등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경기 초반부터 실점하면서 주도권을 빼앗기는 투구가 거듭됐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지난 21일 키움전이 끝난 뒤 박세웅에 대한 질문을 받자 "1회에 점수를 쉽게 준다. 그래서 어제 '다음부터는 2회부터 던질래?'라고 물어봤다. 앞에 불펜 투수 한 명 쓰면 되지 않나"고 쓴웃음을 지으며 "이러다가 트라우마 생기겠다"고 우려했다. 이어 "스트라이크존을 다양하게 활용해야 하는데, 자꾸 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박세웅 정도면 여유가 있을텐데, 1회에 좋지 않은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한 이닝에 연속으로 맞으면 3~4점으로 연속해서 점수를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면서도 "좋아지겠죠"라고 덧붙였다.
찰리 반즈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 나균안까지 부진 등의 이유로 1군에서 말소된 가운데 박세웅의 부활이 절실한 가운데, 올해 KIA를 상대로 8이닝 1실점(1자책)으로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던 좋은 기억이 떠올랐을까. 드디어 안경에이스가 응답했다. 박세웅은 1회 경기 시작부터 KIA의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출발, 2회에도 최형우-나성범-이우성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봉쇄했다. 그리고 3회 첫 타자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주며 어려운 출발을 끊었으나, 흔들림 없이 KIA 타선을 확실하게 묶어 나갔다.
첫 실점은 4회였다. 첫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삼진 처리한 뒤 박세웅은 김도영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후 최형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는데, 나성범에게 초구 131km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좌중간 방면에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이때 박세웅은 이우성에게도 볼넷을 내주면서 잠깐 흔들렸으나, 후속타자 서건창을 2루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타선이 4회말 공격에서 무려 5점을 뽑아내면서 '지원사격'을 안겼고, 박세웅도 화답했다.
박세웅은 5회 선두타자 한준수에게 볼넷, 이창진과 소크라테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1사 만루의 대량 실점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박세웅은 실점의 원흉이었던 김도영과 세 번째 맞대결에서 124km 커브를 위닝샷으로 구사해 삼진을 뽑아낸 뒤 최형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승리 요건을 확보,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2사 1, 2루를 실점 없이 막아내며 6경기 만에 부진에서 벗어나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그리고 타선의 든든한 지원 속에 6승째를 손에 넣었다.
거듭되는 부진 속에서 가장 답답한 이는 박세웅 본인이었을 터. 어떻게든 살아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박세웅은 경기가 끝난 뒤 "감독님께서 경기 초반 좋았을 때의 폼을 상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 후 전체적인 경기 운영과 결과가 긍정적인 흐름으로 흘러갔다"며 "위기가 있었지만 타선에서 대량 득점을 올려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손)성빈이가 사인을 내준 대로 경기 운영을 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6이닝 1실점 투구 결과는 완벽했지만, 네 개의 볼넷을 내준 것은 분명한 '숙제'로 남았다. 박세웅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는 "이전 경기에서 볼넷이 많았던 부분이 아쉬웠었는데, 그 부분에 최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오늘도 볼넷 4개가 상당히 아쉽지만, 이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고 전체적인 흐름을 돌아봤다.
투구 내용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최근 부진한 흐름을 끊어낸 것은 분명하다. 이날 투구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박세웅의 호투는 팀과 본인에게도 반가운 요소다. 안경에이스는 "퀄리티스타트로 팀이 이기는 발판을 마련해 상당히 기쁘다"며 "오늘과 같은 모습으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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