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역대급 폭염에 어질…"15분 있으면 으슬으슬" 카페 대신 '여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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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 기온이 32도에 육박한 지난 26일.
마포구 한 신한은행 지점에 들어간 기자가 '더워서 쉬었다 가도 되냐?'고 묻자 은행경비원 A씨는 미소를 지으며 은행 대기석 한쪽을 안내했다.
서대문구 한 우리은행 지점의 은행경비원 B씨도 에어컨 앞자리를 안내해줬다.
은행원 D씨는 "오픈 전에 준비한 얼음물이 몇 주 전만 해도 남았는데 요즘 퇴근 시간에는 거의 다 나가 있더라"라며 "누군가의 필요에 응한다는 점에서 행원들도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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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제일 시원해요(웃음), 물도 좀 드시고"
서울 최고 기온이 32도에 육박한 지난 26일. 마포구 한 신한은행 지점에 들어간 기자가 '더워서 쉬었다 가도 되냐?'고 묻자 은행경비원 A씨는 미소를 지으며 은행 대기석 한쪽을 안내했다.
안내해준 자리는 말 그대로 '명당'이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물론 바로 옆 정수기로 냉수를 마시기도 편했다. 벽에는 '저희 지점에서 잠시 더위를 피해 가시길 바랍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운영 시간과 기간이 적힌 '무더위 쉼터'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지난주 전국 최고 기온이 39도까지 오르는 등 때 이른 폭염에 은행들이 이처럼 일찌감치 '무더위 쉼터'를 열었다. 폭우에 급하게 몸을 피할 수도 있다. 5대 은행 지점 약 3600곳 어디서나, 해당 은행 거래 고객이 아니어도 된다. 무더웠던 이날, 기자가 직접 마포구·서대문구 일대 은행 5~6곳을 돌아봤다.
무더위 쉼터에서 열을 식히는 데까지는 10분이면 충분했다. 어느새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식었고 시원한 물 두어 잔만으로 갈증은 말끔히 사라졌다. 15분이 넘어가자 제법 으슬으슬할 정도였다.
A씨는 "카페가 많다 보니 은행 쉼터에 휴식만을 목적으로 오는 젊은 분은 많이 못 봤다"면서 "중장년들 중에 자주 거래하시는 분들은 친구랑 와서 수다 좀 떨고 가는 경우가 최근 종종 있었다"고 했다.
서대문구 한 우리은행 지점의 은행경비원 B씨도 에어컨 앞자리를 안내해줬다. '더위 조심하라'는 걱정은 덤이었다. B씨는 "땡볕에 지친 분들이 오기도 하고, 얼굴이 익숙한 어르신들은 그냥 놀러 오기도 한다"며 "지난 주말에는 장대비를 피하려고 온 김에 쉬어가는 어린 부부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서교동지점의 경우 4층 영업점에 들어가 '무더위 쉼터'를 묻자 2층 'H-라운지'를 안내해줬다. 이곳은 원래 '하나멤버스' 등 고객만 쓸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모두에게 개방해 운영되고 있었다.
대형스크린에는 하나은행 모델 임영웅의 광고 촬영 영상이 나오고 스피커에서는 최신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쪽에 비치된 커피 머신과 제빙기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방문자도 있었다. 더 안쪽으로는 6명 안팎의 청년들이 노트북을 펼쳐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얼핏 대형 카페와 같았다.
이날 이곳을 방문한 20대 여성 C씨는 "건물 밖에 쉼터 안내가 있길래 찾아보니 시설이 좋다고 해서 친구와 같이 오게 됐다"며 "넓고 쾌적해서 이런 쉼터라면 또 올 것 같다"고 답했다.
이밖에 건빵 같은 간식거리를 놓거나 냉장고에 물을 20병 넘게 채워둔 지점도 있었다. 그 누구도 오래 있는다고 눈치를 주지 않았고 은행 거래고객인지 묻지도 않았다. 원하는 만큼 충분히 쉬고 발걸음을 옮겨도 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주에는 장마, 이후에는 찜통더위가 찾아온다. 꿉꿉한 날씨에 지친 이들에게 오아시스가 돼야하는 무더위 쉼터는 더 바빠질 예정이다. 2층 지점 중에선 안내문이 더 잘 보이도록 1층 입간판 설치를 고민하는 지점도 있었다. 쉼터를 준비하는 은행원들도 고객들이 부담 없이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은행원 D씨는 "오픈 전에 준비한 얼음물이 몇 주 전만 해도 남았는데 요즘 퇴근 시간에는 거의 다 나가 있더라"라며 "누군가의 필요에 응한다는 점에서 행원들도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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