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사업한다고 이름도 바꿨는데… 실체 없는 사업에 경영권 분쟁만
경영권 분쟁을 겪은 코스닥 상장사 리튬포어스에서 최대주주 측 변재석 각자 대표이사와 전웅 각자 대표이사 간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초 각자 대표이사직에서 밀려난 변재석 대표가 20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각자대표로 복귀하면서다. 변 대표가 지난해 10월 아버지 변익성 회장(당시 각자대표)의 별세 후 동생·어머니와 함께 리튬포어스의 최대주주인 리튬인사이트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변 대표 측 승리는 예상됐던 바다. 변 대표는 리튬포어스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전웅 대표를 누르고 가족과 측근들로 이사회를 채웠다. 전 대표는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리튬포어스 주가는 4월 말 각자대표 간 경영권 싸움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당시 6000원대에서 이달 27일 3000원대로 떨어졌다. 보통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지분 확보 경쟁으로 주가가 오르곤 하지만, 리튬포어스 주가는 오히려 내려갔다. 회사 이름에 리튬까지 넣어가며 새롭게 추진한 리튬 사업이 확실한 실체가 없어 사업 불확실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 주도권을 쥔 변 대표 측이 전 대표가 주도한 리튬 사업을 밀어내고 또 다른 신사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 각자대표 간 경영권 싸움… 일단 최대주주 측이 승기 잡아
이달 20일 열린 리튬포어스 임시주총에선 변 대표 측이 주주제안으로 올린 이사 후보 4명 중 3명(사내이사 변희조, 사외이사 박상진·심재영)이 임기 3년으로 신규 선임됐다. 김동석 사내이사 후보자는 자진 사퇴해 의안이 폐기됐다. 변희조 사내이사는 변 대표의 여동생으로, 현재 방송 프로그램 제작 업종의 스토리몹과 웹툰 제작사 블랭크페이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변재석 대표와 변희조 사내이사 모두 미국 국적자로 알려졌다. 전웅 대표는 임시주총에 앞서 변 대표 측 이사 후보자들을 가리켜 “리튬사업 이력이나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주주들에게 이사진 선임을 막아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변 대표는 임시 주총 후 열린 이사회에서 각자대표로 선임되면서 16일 만에 대표이사직을 되찾았다. 이로써 리튬포어스 대표는 지난해 10월 들어선 전웅·변재석 각자대표 체제에서 올해 6월 4일 전웅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다시 6월 20일 전웅·변재석 각자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리튬포어스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10월 변익성 회장의 별세가 도화선이 됐다. 변재석 대표는 지난해 3월 마케팅 담당 사내이사로 이사회 입성 후 부친이 별세하자 각자대표에 올랐다. 변 대표는 리튬포어스의 실질적 최대주주다. 3월 말 기준 리튬포어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20.57%를 가진 리튬인사이트이고, 리튬인사이트의 최대주주는 변 대표(지분 42.44%)와 동생 변희조 사내이사(지분 42.44%)다. 변 대표의 모친 신은숙 현 리튬인사이트 대표이사가 남편 사망 후인 지난해 11월 리튬인사이트 지분 83%가량을 갖게 됐고 이후 아들딸에게 지분을 똑같이 나눠줬다. 변 대표는 특수 관계인 포함 리튬포어스 지분 5.19%도 갖고 있다.
전웅 대표는 지난해 11월 고 변 회장의 유족이 리튬인사이트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에 오른 후 이사회를 장악하고 자신과 가족을 이사직에서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변 회장 별세 전엔 전 대표가 리튬인사이트의 최대주주(2023년 9월 말 35.0%)였다. 전 대표는 포스코에서 리튬 분야를 담당했으며, 현재 리튬플러스와 코스닥 상장사인 하이드로리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전 대표는 포스코 퇴사 후 포스코의 영업비밀을 활용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1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리튬 사업한다고 사명도 바꿨지만 매출은 제로
리튬포어스는 수차례 손 바뀜과 업종 변경을 겪었다. 1998년 설립 당시엔 반도체 검사 장비 제조사였다. 변 회장은 2017년 10월 제3자 배정 유상 증자를 통해 에이티테크놀러지(현 리튬포어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제약업을 추가하며 회사 이름을 피엠지파마사이언스로 바꿨고, 이어 모바일 액세서리 제조사 위드모바일을 인수하며 사명을 더블유아이로 또 변경했다.
2022년 전웅 대표가 등장하면서 회사는 리튬 회사로 탈바꿈했다. 2022년 10월 말 리튬인사이트가 제3자 배정 유상 증자를 통해 리튬포어스(당시 더블유아이)의 최대주주가 됐다. 리튬인사이트는 직전해인 2021년 매출 0원인 회사였는데, 당시 대표이사가 전웅 대표였다. 주인이 바뀐 후 2022년 11월 사명을 더블유아이에서 어반리튬으로 바꾸고 이차전지용 리튬 소재 사업에 나섰다. 이차전지주 테마에 올라타 주가는 그해 말 1만4000원대에서 2023년 4월 3만4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어 지난해 5월 사명을 현재의 리튬포어스로 바꿨다.
리튬 사업을 하겠다며 회사명에도 리튬을 넣었으나, 리튬 관련 매출은 거의 없다. 휴대전화 액세서리 제조·판매가 주력 사업이다. 리튬포어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연매출 156억 원 중 99%가 카카오프렌즈 IP(지식재산권)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한 휴대전화 액세서리 제품에서 나왔다. 올해 1분기에도 IP 사업이 매출의 99%를 차지했으며, 리튬 사업 매출(음극재 파우더)은 2000만 원으로 1%에 불과했다.
새만금에 짓고 있는 탄산리튬 제조 공장 건설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리튬포어스는 전 대표 주도로 지난해 4월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공장 부지를 매입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2026년 완공 예정인 공장 건설에 필요한 총사업비를 2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 중 1500억 원을 차입이나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 대표는 전 대표가 뚜렷한 자금 조달 방안 없이 공장 건설을 강행하고 완공이 먼 상황에서 원재료부터 매입해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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