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세계 1위 목표? AI 학습 막는 규제부터 없애야

이정하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2024. 6.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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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자체 개발 생성형 AI의 현황과 미래

생성형 AI,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단어가 되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주어진 입력 데이터에서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사한 데이터를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생성형 AI는 종류에 따라 텍스트, 이미지, 음악, 코드, 비디오 등을 만들 수 있고, 어떤 것은 복합적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전 세계가 생성형 AI에 빠져드는 동안 중국은 인터넷 검열 때문에 해외 AI를 사용할 수 없고, 반대로 해외 AI 역시 중국 내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은 자체적으로 생성형 AI를 개발해 왔는데, 그 종류도 다양하고, 개발 속도 또한 빠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중국 AI로는 검색 엔진으로 잘 알려진 IT 기업 바이두(百度)의 어니 봇(Ernie Bot)을 꼽을 수 있다. 사용자가 2억 명에 달하는 어니 봇의 중국 명칭은 원신이옌(文心一言)인데, 중국의 가장 오래된 문학 평론서인 <문심조룡>의 "문장에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마음을 세상 만물에 전한다(文章有心, 心傳万物)"는 구절에서 따왔다.

이 밖에도 구글 중국법인 전 총재인 리카이푸가 창업한 기업 링이완우(零一万物)에서 제공하는 AI, 중국 검색 엔진인 써우고우의 전 CEO 왕샤오촨과 전 COO 구리윈이 함께 설립한 바이촨즈넝(百川智能)에서 만든 완즈(萬知),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알리바바에서 출시한 통이첸원(通義千問) 등 여러 AI가 있다.

그러나 이들 AI는 중국 현지 휴대전화 번호가 없으면 회원가입이 불가능하며, 회원 등록을 못 하면 사용도 불가하다. 중국 휴대전화 번호 없이 외국인도 사용할 수 있는 중국 내 AI는 두 가지가 있다.

문샷(Moonshot)의 키미(Kimi) AI

▲ 그림 1. Kimi AI 시작 화면.

인공지능 연구와 응용에 특화된 하이테크 기업 문샷에서 제작한 키미 AI는 세계 최초로 20만 자에 달하는 한자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문샷은 중국 내에서 '달의 어두운 면(月之暗面)'이라는 독특한 기업명을 사용하며, 2023년 4월 17일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춘 일대에 자리 잡은 신생 기업이다.

설립자 양즈린은 93년생으로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9년 중국 귀국했다. 최근에는 세퀘이아(红杉中国), 전펀드(真格基金), 알리바바, 텐센트, 가오롱캐피탈(高榕創投) 등의 투자를 받아 그 금액이 30억 달러에 이른다.

키미 AI의 특징 중 하나는 해외 전화번호로도 인증 및 회원가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 SNS 위챗(Wechat) 이용자라면 계정을 연동할 수도 있는데, 위챗은 해외 전화번호로도 가입할 수 있기에 중국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도 사용을 시도해 볼 만하다.

키미 AI는 텍스트 생성에 특화된 AI로 이미지 생성은 안 되지만, 한국어 사용자도 자유롭게 한국어로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한국 관련 질문에도 정확하게 답변한다. 예컨대 “<프레시안>에 대해 알려줘”라는 주문에 키미 AI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제공했다.

프레시안은 한국의 협동조합 형태의 독립 언론 기관으로, 2001년 9월 24일 창간되었습니다. "관점이 있는 뉴스"를 표방하며, 정치권력과 기업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2013년에는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여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프레시안은 독자와 기자가 진정한 주인인 언론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목표로,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하 생략)

정중하고도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답변을 작성할 뿐만 아니라, 답변의 근거가 되는 온라인 자료도 함께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텐센트(Tencent)의 위안바오(元寶)

▲ 그림 2. 위안바오 시작 화면.

외국인 사용자도 이용 가능한 또 다른 중국 AI는 거대 IT 기업 텐센트에서 개발한 위안바오이다. 위챗을 만든 텐센트는 2023년 초거대 AI 훈위안(混元) 대형 모델을 공개한 바 있는데, 위안바오는 이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위안바오는 매우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검색, 문서 요약, 글짓기, 이미지 제작 등 일반적인 생성형 AI에 기대하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영어 회화 연습, 번역, 이모티콘 생성, PPT 개요 작성, 이메일 작성 등 세분된 작업을 수행한다.

위안바오의 회원가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중국 현지 전화번호를 인증하거나, 위챗으로 가입할 수 있다. 또 이미 위챗 계정이 있다면, 위챗 내의 미니 프로그램으로도 위안바오를 사용할 수 있다.

위안바오 역시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긴 하지만, 한국 관련 질문에 제공하는 답변이 정확하지는 않다. 예컨대 위안바오는 키미 AI에 물었던 것과 같이 <프레시안>에 대해 알려달라는 요청에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프레시안(Prussian)은 다음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
1. 프러시아(Prussia)의 사람들: 프러시아는 역사상 독일 북부와 동부에 있던 왕국입니다. 따라서 프레시안은 프러시아 출신의 사람들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2. 프레시안 블루(Prussian Blue): 이는 푸른색의 한 종류로, 과거에 프러시아에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화학적으로는 철과 칼륨의 복합물인 페로시안화 칼륨(KFe2(CN)6)을 말합니다.
3. 프레시안 오더(Prussian Order): 이는 프로이센(Prussia)의 기사단이나 훈장 등급 중 하나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이하 생략)

이처럼 위안바오는 <프레시안>이 언론사인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Prussian'으로 이해한다. 키미 AI에 비하면 아쉬운 답변이지만, 유료 구독하지 않아도 품질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등 키미와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제한된 데이터가 중국 생성형 AI에 미칠 영향

중국의 AI 산업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찍이 2017년에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중국 AI 산업 규모를 10조 위안(약 1700조 원)까지 키워 세계 1위 AI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폐쇄적인 AI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

중국이 2023년 8월 15일 발표한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잠정 방법(生成式人工智慧服務管理暫行辦法)'에 따르면 생성형 AI로 제작한 콘텐츠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반영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여 경제·사회질서를 교란해서는 안 되고, 서비스 제공자는 서비스 제공 이전에 국가인터넷정보부에 관련 보안 평가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같은 해 10월 국가 정보 보안 표준화 위원회가 제시한 요구사항에 따르면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될 콘텐츠에 대해 보안 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그 평가 항목에는 '사회주의 체제 전복, 국가 이미지 훼손, 국가 단결과 사회 안정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중국 생성형 AI가 국외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고, 또 해외 AI가 중국에 진출할 수 없게 만드는 각종 규제는 '세계 1위 AI 국가'라는 중국의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생성형 AI는 데이터를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여러 유형의 데이터를 생성하는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 세트를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유형의 데이터만 학습하면 특정 편향을 보일 수 있고, 다른 문화나 언어에 대해서는 잘 작동하지 못한다. 텐센트의 위안바오가 한국 관련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한 경우가 바로 그 예이다.

또 제한된 데이터만을 학습하면 접해보지 못한 사용자 그룹에 불공정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AI의 윤리성과 공정성 문제로 이어진다.

이와 더불어 국가의 강력한 통제 아래 운영되는 AI 기술은 데이터 수집과 사용의 투명성 문제를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해외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중국 생성형 AI가 단 두 개뿐인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중국 AI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고, 그 미래는 불투명하다.

3000여 년 전, 진시황이 다른 나라에서 온 빈객 중에 간첩이 있을 수 있다며 모두 내쫓으려 하자 이사(李斯)는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아 그렇게 클 수 있었고, 하해는 한줄기의 물도 가리지 않아 그렇게 깊을 수 있었다"며 그를 만류했다. 개방과 포용성을 강조한 이사의 오래된 교훈을 중국은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정하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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