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직장인의 지갑 '마통'의 역복리
사용 간편한 마이너스 통장
급한 돈 필요할 때 이용하지만
이자 불어나는 역복리 단점
마이너스 가급적 빨리 없애야
마이너스 통장은 참 편리한 대출이다. 급전이 필요할 때 손쉽게 빌리고, 월급 통장과 연동해 놓으면 그때그때 알아서 원금도 갚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통장에 기대서 좋을 건 없다. 연체할 경우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마이너스 통장을 놓고 고민하는 부부에게 조언을 건넸다.
최근 '마이너스 통장'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3월 37조7989억원에서 4월 38조3408억원으로 1달 새 3억5419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연 5%대 초반까지 내려앉은 마이너스 통장 금리와 곧 다가오는 휴가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너스 통장은 직장인들에겐 '비상금 통장'으로도 불린다. 정해진 한도 내에서 필요한 만큼 자유롭게 돈을 빌릴 수 있어서다. 딱 쓴 만큼만 이자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도가 3000만원이라 해도 2000만원만 꺼내 썼다면 그만큼의 이자만 내면 된다. 다만, 편리한 만큼 쓸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0.5~2.0%포인트가량 높은 데다, 계획 없이 썼다가는 금세 한도에 다다를 수 있어서다.
필자에게 상담을 받고 있는 김수찬(가명·39)씨와 아내 신민아(가명·35)씨가 그렇다. 부부는 1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1년 만에 전부 썼다. 두 자녀(10·8)를 키우면서 점점 늘어나는 식비와 학원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매월 마이너스 통장을 야금야금 쓰다 보니 이런 결과를 맞았다.
부부의 소득이 넉넉지 않은 것도 문제이긴 했다. 김씨 가계는 외벌이다. 김씨가 직장을 다니며 홀로 네 식구를 먹여 살리는 중이다. 아직 9100만원가량의 주택담보대출금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마이너스 통장까지 갚아야 하니 부부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야기를 들은 필자는 부부의 가계부 상태부터 점검했다. 소득은 총 450만원으로, 이는 중견기업을 다니는 김씨가 혼자서 버는 돈이다. 아내는 둘째를 출산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463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33만원, 금융성 상품 20만원 등 총 516만원이다. 적자가 월 66만원씩 발생한다. 현금 자산은 1200만원 보유하고 있다. 지난 시간에 정기지출에서 총 72만원을 줄여 66만원이었던 적자를 6만원 흑자로 돌려놓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두세 걸음 더 전진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부부의 재무 목표는 노후 준비, 자녀 교육비 마련, 주택담보대출금 상환, 마이너스 통장 상환 등 4가지다. 이 굵직한 목표들을 준비하려면 최소 100만원 이상은 필요한데, 현재 부부는 적금과 예금 등 총 20만원을 겨우겨우 저축하고 있다.
필자의 눈에 가장 거슬리는 건 마이너스 통장이다. 부부는 앞서 언급한 현금 1200만원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전액 변제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있다. 만에 하나 있을 큰 사고를 대비해 이 돈을 비상금 용도로 보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마통'을 계속 끌어안고 있는 게 좋을까. 한번 계산해 보자. 부부의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연 6.7%. 1000만원 기준으로 따지면 연간 총 67만원의 이자가 붙고, 월평균 5만5800원씩 이자를 내야 한다. 부부는 이 정도면 이자만 갚아나가도 별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은 가급적 빨리 갚는 게 현명하다. 이 대출은 연체 시 이자에 이자가 붙는 '역복리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다. 이 방식에 따라 은행은 대출자가 이자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최고 15%의 연체 이율을 매길 수 있다.
연체 이율이 10%라고 가정해 보자. 부부가 연체 시 내야 하는 월 이자는 기존 5만5800원에서 10%를 더한 6만1380원으로 늘어난다. 연체 이율은 매월 적용되므로 잠깐 한눈을 팔았다간 복리가 계속 적용돼 갚아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마이너스 통장을 변제하는 법은 쉽다. 통장에 돈을 넣어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만들면 된다. 부부는 필자의 의견을 수용해 1200만원을 전부 입금해 대출금을 모두 갚기로 결정했다. 여유자금을 추가로 확보한 건 아니지만, 이자 문제를 해결하고 재무 목표 가짓수도 4개에서 3개로 줄였으니 여러모로 일석이조다.
이제 지출 항목들을 다시 살펴보자. 부부는 월 57만원씩 내는 보험료를 점검하기로 했다. 총 16만원인 아내의 보험은 9만원으로 줄였다. 보험이 중복되고 갱신형으로 돼 있는 보험들을 과감하게 해지했다.
첫째와 둘째의 보험도 손봤다. 각각 9만원씩 총 18만원의 보험이 등록돼 있는데, 초등학생에게는 조금 과한 액수라고 판단해 둘 다 4만원짜리 보험으로 낮춰 18만원에서 8만원으로 10만원 절약했다. 남편의 보험(18만원)은 큰 문제가 없어서 그대로 뒀다. 이밖에 5만원짜리 화재보험도 굳이 들어둘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해지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보험료는 57만원에서 35만원으로 22만원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월평균 33만원씩 내는 비정기지출을 정비했다. 휴가비·여행비를 180만원(이하 1년 기준)에서 150만원으로 줄이고, 의류비·미용비도 120만원에서 90만원으로 절약하기로 했다. 성장기 자녀를 두고 있어 옷값 아끼기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금으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33만원에서 28만원으로 5만원 절감됐다.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보험료 22만원(57만→35만원), 비정기 지출 5만원 등 총 27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여유자금은 6만원에서 33만원으로 늘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여유자금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33만원으로는 3가지 재무 목표 중 하나를 감당하는 것도 벅차다. 어쩔 수 없이 아내 신씨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추가 소득을 올려야 할 듯하다.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아내도 필자의 의견에 동의했고,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부부는 과연 별 탈 없이 재무 솔루션을 끝마칠 수 있을까. 마지막 시간에 남은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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