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적 인기 비만치료제, 체중감소 원리 세계 최초 규명

갈민지 기자 2024. 6. 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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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규식 서울대 의과학과 대학원생, 최형진 의과대학 교수, 박준석 의과대학 졸업생. 서울대 제공.

서울대 연구진이 포함된 한미 공동연구팀이 ‘삭센다’, ‘위고비’ 등의 이름으로 팔리며 비만약과 혈당약으로 쓰이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가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을 줄이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전세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GLP-1 기반 비만치료제의 작용 원리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형진 서울대 의대 뇌인지과학과 해부학 교실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GLP-1 유사체 기반의 비만치료제가 배부름을 유발하는 신경회로를 규명하고 연구 결과를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삭센다’, ‘위고비’ 등의 이름으로 판매 중인 GLP-1 유사체 기반의 비만치료제는 이자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GLP-1이라는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통해 혈당을 낮출 수 있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GLP-1 유사체가 정확히 뇌의 어느 부분에 작용해 식욕 억제와 체중 감소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뇌의 등쪽 안쪽 시상하부 신경핵((Dorsomedial hypothalamus, DMH)에 GLP-1 수용체가 많이 분포하고, 이 부분에서 비만치료제의 GLP-1 유사체에 반응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 뇌 조직에서 GLP-1 수용체의 분포를 분석했을 때 DMH에 몰려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쥐의 뇌 조직에서도 같은 부위에 GLP-1 수용체가 발견됐다. 연구팀은 GLP-1 유사체 기반 비만 치료제가 DMH의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음식을 보기만 해도 배부름을 느끼게 한다는 것도 밝혔다.
 

쥐는 신경관찰기법을 통해 직접 신경세포의 활성을 관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유전형질이 전환된 쥐 뇌의 DMH에 광섬유를 넣었다. 실험에 사용한 쥐는 DMH의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연결된 광섬유에 불이 켜진다. 이를 통해 음식을 먹는 시점에 따라 GLP-1 수용체가 어떻게 활성화되거나 억제되는지에 대한 광학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신경관찰 기술을 통해 쥐가 배부르게 느끼는 정도가 언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쥐들에게 특정 장소에서 음식을 주는 것을 반복해 장소나 행동이 음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학습시키면 GLP-1 수용체 신경이 음식을 인지할 때부터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GLP-1 유사체를 투여한 쥐는 신경의 활성이 더 민감하게 변화했다. 사람과 쥐 모두에서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배부름이 발생한다는 뇌 중추의 시상하부 기전을 규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신경세포에 직접 빛을 비춰 인위적으로 신경이 켜지거나 꺼지거나 인위적으로 쥐의 신경회로에 자극을 주는 방법도 이용했다. 

DMH에 있는 GLP-1 수용체 신경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쥐가 진행하던 식사를 즉각 중단하고 신경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식사 지속시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쥐의 이런 행동을 GLP-1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배부름이 유발되고 억제되면 배부름이 억제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가 “쥐와 사람의 특성을 잘 이용해 중개 연구 방법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사람은 자신의 심리와 증상을 직접 알려줄 수 있지만 직접적인 신경 조작이나 측정이 어렵지만 쥐는 신경 조작과 측정이 가능하지만 직접적인 심리를 측정할 수 없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 특성과 한계점들을 상호 보완적으로 잘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음식을 보거나 냄새만 맡아도 결과를 통해, 우리의 시각이나 미각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시상하부의 GLP-1 수용체 신경회로에 어떤 작용을 하는 경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어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갈민지 기자 willgo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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