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가 들었다는 윤 대통령 ‘이태원 발언’ 사실일까 [6월28일 뉴스뷰리핑]

권태호 기자 2024. 6. 28. 09: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6.28) 조간신문 1면에는 주요한 정책 발표와 국회발 정치뉴스가 있습니다. △친족상 도례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4곳)이 가장 큰 뉴스였습니다. 그동안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친족 등은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를 저질러도 형을 면제받을 수 있는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친족 재산 범죄’에 대해 처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연예인과 가족들의 돈문제 갈등이 종종 보도되곤 하는데, 일반가정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조선, 중앙, 경향, 한국 등 4곳이 1면 톱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이외에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계획 발표(4곳)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안 발의(3곳) △김진표 전 국회의장, “윤 대통령,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말해”(2곳) △후임 대법관 후보자 3명 제청(2곳) 등이 주요한 뉴스로 1면에 배치됐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국회의장이 들었다는 대통령의 ‘이태원 발언’

② 시선, 클릭!
- 집값 대비
- 휴가 대비
- 축구 대비

③ Now and Then : 미니스커트(민해경, 1991)

① 차이의 발견

# 국회의장과 대통령의 ‘이태원 대화’

-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 왔는가’)을 펴냅니다. 이 내용 중 일부가 어제(목) 공개됐는데, 이중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발언’에 대해 진위 여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1. 2022년 12월5일 국가조찬기도회

-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29일 일어났습니다. 한 달여가 지난 12월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이 독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야당이 참사 대응 주무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11.30)한 상황이었습니다. 둘은 다음과 같은 취지의 말을 주고받았다는 게 김 전 의장 책에 들어 있습니다.

-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는 국가와 지방단체가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사고 예방 노력을 하게 돼 있다. 이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 장관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장관 본인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김진표)

- “그 말이 다 맞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윤석열)

- “그게 무슨 말이냐?”(김진표)

-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다.”(윤석열)

2. 이후 상황

- 짧은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회고록에서 김 전 의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 윤 대통령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았다”

- 이후 상황은 모두 다 아시는 것처럼 이 장관은 유임됐고, 지금도 장관입니다.

- 두 사람의 대화 6일 뒤인 12월11일 국회에선 야당 주도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3. 현재 반응

1) 대통령실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통령은 사고 당시 119 신고 내용까지 다 공개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 대통령은 차선 한 개만 개방해도 인도의 인파 압력이 떨어져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차선을 열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사고 당일 민노총의 광화문 시위 때에도 차선을 열어 인파를 관리했었다”(대통령실 대변인실)

=> (팩트체크) 대통령이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국민동의 청원 5만명의 동의를 얻어 2023년 4월 관련 법안이 발의돼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2024년 1월9일 국회에서 가결됐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합니다. 이에 애초 법안에서 특검 임명 항목을 제외하는 등 유족들이 눈물을 머금고 양보하면서 5월1일 여야가 합의한 새 법안을 발의해, 참사 이후 1년 반이 지나서야 간신히 통과됐습니다.

=> 이와 별도로 김진표 전 의장의 말에 대해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둘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2) 정치권

“입을 다물 수 없을만큼 충격적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음모론을 신봉하는 대통령은 처음 본다”(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윤 대통령은 정부가 취득한 정보와 조언을 들으며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극우 유튜버들의 방송을 보면서 국정을 운영해온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된 조작된 사건’일 수도 있다는 명백한 허위사실을 입력한 사람은 누구인가”(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

“국회의장까지 지내신 분이 정부의 진정성 있는 수습 노력은 모두 지우고, 대통령과의 내밀한 대화를 왜곡해 기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근거 없는 기록에 대해 취소하고 사과하라”(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이러다 보수가 다 죽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극우 유튜브를 그만 보시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식의 대화가 조금 있었다면 일단은 유가족들한테 사과하는 게 맞고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하셔야 한다. 산사태가 터져 산사태를 막고 났더니 또 홍수가, 홍수 막으니 다음에 산불이 막 번지는 것 같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막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우리 당이 불쌍하다”(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 CBS ‘한판 승부’)

4. 당시 그런 ‘음모론’ 있었나?

- 당시 온라인에서는 ‘토끼 머리띠를 한 이가 군중을 밀면서 참사가 시작됐다’,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참사 발생 전 아보카도 기름을 뿌리고 다녔다’ 등의 음모론이 나온 바 있습니다. 나중에 경찰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조사 내용을 밝힌 바 있습니다.

- 그런데 당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참사 1주일여 뒤인 11월7일 국회에서 ‘각시탈 분장 남성 사진’ 등을 내세우며 불순 세력 개입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태원 참사에 민주노총이 개입된 것처럼 말했다가, 민주노총의 반발을 샀고, 나중에 각시탈에 민주노총을 연계하려고 했던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 그런데 그에 앞서 11월4일 유튜브 ‘신의한수’에서 ‘촛불집회 난리났다. 이태원에 금속노조 왜’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낸 바 있습니다.

- 유튜브 ‘신의한수’(2022년 11월) : “민노총이 그날 행사에 왔고, 촛불 참여자가 이태원에 왔고, 그래서 일거에 사람들이 엄청 몰리는 바람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많은 사람들의 의혹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테러다…”

5. 언론보도

- 한겨레와 경향은 1면에, 한국일보는 5면, 동아일보는 6면에 이 기사를 실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지면에서 이 기사를 볼 순 없었습니다.

## R&D 복원

1. 1년 만에 원상복구?

- 정부가 내년 국가 주요 R&D 예산을 24조8천억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올해(21조9천억원)보다 13.2% 늘어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2조8천억원을 줄였다가, 이번에 다시 2조9천억원을 늘려 2년 간 1천억원 늘린 것입니다. 이렇게 다시 복원할 것을 왜 줄인 걸까요.

- 지난해 상당수 연구개발이 중단됐을 것이고, 이는 예산을 원상복구한다고 그 연구까지 다 복구되지 않을 것입니다. 맥이 끊긴 연구는 그대로 사라지게 된 것도 많을 것입니다. 즉흥적인 정책 결정, 제어하지 못하는 관료·참모 등으로 미래 연구에 큰 손실을 끼친 것입니다.

한국일보 1면 그래픽(6.28)

2. 언론보도 모두 비판적

한국 = R&D 예산 2년 만에 '원복'됐지만...“무너진 연구현장은 누가 책임지나”(온라인 제목)

동아 = 생태계 망치고 R&D 예산 원점… 급조된 부실 사업은 걸러내야(사설)

조선 = 정책 실패 교과서 된 ‘R&D 예산’(1면)

한겨레 = R&D예산 깎은 만큼 복구하고는 “역대 최대 증가”(온라인 제목)

중앙 = 내년 R&D 예산 24.8조, 과학계 반발에 1000억 ‘턱걸이 증액’(8면)

② 시선, 클릭!

# 집값 대비

- 집값, 전셋값 오른다는 이야기는 가급적 전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 휴가 대비

- 다른 지역도 도입하면 좋겠네요

- 여름휴가 일본 여행 준비하는 분들에겐 희소식이겠습니다만

- 다음달부터 도입된다고 하니, 중국 여행 계획하시면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축구 대비

③ Now and Then

지난 18일 이해인 수녀(79)가 수도원 입회 60주년을 맞아 펴낸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 기사를 뒤늦게 봤습니다. 1945년생인 이해인 수녀는 1964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랫동안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이후 수많은 시집, 에세이 등 50여권을 출간했지만, 기자간담회는 이번이 3번째라 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이 간담회에서 한 말을 전합니다.

“지난 60년 수도 생활을 돌아보면, 담백한 물빛의 평화로움이 떠오릅니다. 제가 사는 부산 광안리엔 소나무가 많아요. 그 소나무를 보며 늘 푸른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요. 바람이 불어도 내 중심이 있어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수녀 생활이 제게 준 선물이지요.”

“모든 사람을 보물로, 하루하루를 보물이 묻혀있는 바다로 생각하고 ‘보물을 캐는 사람’으로 살아가야지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좋은 글귀나 성경 구절을 모아 조가비에 적어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 그것이 내겐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대장암 투병을 했고, 무릎은 인공관절이고 치아도 틀니입니다. 그렇지만 아픈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숨쉬고 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구나, 신발을 신는 것 자체가 희망이구나 생각하며 삽니다.”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는 5살 때인 1950년 6·25 때 아버지가 납북당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서울 풍문여중 시절에는 나중에 가수가 되는 박인희와 단짝 친구로 함께 문학소녀의 꿈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이해인 수녀가 고등학교를 김천에서 다니면서 둘은 헤어집니다. 이해인 수녀는 고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수녀원으로 들어가 60년이 흘렀습니다.박인희씨는 나중에 이해인 수녀와 주고받은 편지 내용 등을 담은 수필집(1989)을 내기도 합니다.

풍문여중 2학년 때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이해인 수녀, 맨 오른쪽이 박인희씨다. 1959년 무렵.

이해인 수녀는 2008년 대장암 진단을 받고 대장 30㎝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습니다. 그는 암 투병 중 ‘명랑 투병 4대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달라는 기도는 그만하고 감사 기도 드리자, 감탄과 감동의 영성을 키우자, 나의 약점과 한계·무력함을 받아들이자, 모든 것은 지나가고, 끝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입니다.

이해인 수녀는 간담회에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20년만 젊으면 주부들과 함께 좋은 시 읽기 모임을 하고 싶어요. 수녀가 아니었다면 머리에 보라색으로 물도 들여보고 싶고, 짧은 스커트도 입어보고 싶어요.”

오늘 영상은 처음엔 이해인 수녀가 언급했고, 그의 삶과 가장 닮은 듯한 독일민요 ‘소나무야’(O Tannenbaum)를 떠올렸다가, ‘수녀가 아니었다면, 짧은 스커트도 입어보고 싶어요’라는 말에 민해경의 ‘미니스커트’(1991)로 바꿨습니다. 이해인 수녀는 여고를 졸업하자마자, 시중에 미니스커트가 없었던(?) 1960년대에 수녀원에 들어왔으니 아마 이해인 수녀님은 평생 단 한 번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적이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