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열에 여섯이 ‘운동 부족’…세계 최상위권

곽노필 기자 2024. 6. 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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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운동 부족 인구 비율 ‘세계 5위’
한국인의 운동 부족 인구 비율은 58%로 세계 평균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픽사베이

도시에 주로 거주하는 현대인은 하루의 태반을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에 신체 활동량이 그만큼 적다. 이는 뇌졸중 등의 심혈관 질환, 당뇨, 치매, 각종 암 등의 질환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체 활동량 부족은 세계 4번째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한 해 약 320만명의 사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산한다. 보건기구가 말하는 신체 활동은 운동을 포함해 골격근을 쓰는 모든 신체 움직임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성인(18살 이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8억명이 신체 활동 권고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운동 부족인 사람이 열에 여섯명꼴이어서, 세계 평균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 글로벌 헬스’에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운동 부족 인구 비율은 2010년 26.4%에서 2022년 31.3%로 약 5%포인트 늘었다. 2000년 23.4%에 비하면 약 8%포인트가 늘었다.

보고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엔 운동 부족 비율이 3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30년까지 운동 부족 인구 비율을 15% 줄인다는 보건기구의 목표에 역행하는 흐름이다.

특히 한국은 운동 부족 인구 비율이 58.1%로 세계 최상위권에 속했다.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쿠바, 레바논에 이어 세계 5위였다. 남성이 55.9%, 여성이 60.3%로 여성의 운동 부족 상태가 더 심하다.

미국(33.7%)은 물론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일본(44.7%), 중국(23.8%)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비율이다. 이번 조사에는 북한도 포함됐는데, 북한은 27%(남 24.4%, 여 29.4%)로 한국의 절반 정도였다.

20년새 2배 ‘껑충’…2030년엔 열에 일곱명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000년 27.0%, 2010년 39.8%, 2022년 58.1%로 20년새 2배가 높아진 점이다. 운동 부족 최상위권 국가 중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추세라면 한국은 2030년엔 열에 일곱명(69.3%)이 운동 부족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나라별로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연합이 66.1%로 가장 높았고, 아프리카의 말라위가 2.7%로 가장 낮았다. 조사 대상 163개국 가운데 운동 부족 인구 비율이 50%를 넘는 나라는 한국과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해 쿠웨이트(63.3%), 쿠바(61.1%), 레바논(58.6%), 파나마(57.6%), 카타르(53.5%), 이라크(52.0%), 사우디아라비아(51.5%), 포르투갈(51.7%) 10개국이다.

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고소득 서유럽국, 오세아니아 및 남아시아 15개국에서는 유병률이 10% 미만이었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운동량은?

세계보건기구가 여러 의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일반인들에게 건강을 위해 권하는 운동 기준은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운동 또는 75~150분의 고강도 운동이다.

보건기구가 정의하는 중간 강도 운동은 심박수가 높아지고 호흡이 가빠지지만 운동하면서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보건기구는 빠르게 걷기, 춤추기, 낙엽 쓸기를 예로 든다. 강한 운동은 심장 박동과 호흡이 매우 빨라지는 운동을 말한다. 예컨대 자전거 타기, 달리기(조깅), 수영, 무거운 물체 운반, 계단 오르기, 정원 손질, 테니스 하기 등이다.

지역별 차이가 커 운동 부족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고소득 아시아태평양 나라들(48%)과 남아시아(45%)였으며, 가장 낮은 지역은 오세아니아(14%)였다.

성별 격차도 뚜렷했다. 평균적으로 남성이 28.7%, 여성이 33.8%로 여성이 5%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쿠바, 가이아나, 이란 등에서는 성별 격차가 20%포인트나 됐다. 지역별로 보면 남아시아가 여성 52·6%, 남성38·4%로 차이가 가장 컸다.

세계보건기구가 말하는 신체 활동은 운동을 포함해 골격근을 쓰는 모든 신체 움직임을 말한다. 픽사베이

연령별로는 60살을 넘어가면서 운동 부족 비율이 껑충 뛰었다. 20~50대에선 28%대를 유지했으나 60살 이상 연령층에선 43.5%로 높아졌다.

우울한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거의 절반의 국가는 운동 부족 인구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네덜란드, 스웨덴 등 22개국은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보건기구의 2030년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보고서는 163개국의 570만명을 대상으로 한 507개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것으로, 전 세계인의 신체 활동 추이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다.

세계보건기구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번 연구는 신체 활동량을 늘림으로써 암과 심장병을 줄이고 정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음을 말해준다”며 “이런 흐름을 뒤집기 위해선 좀 더 강력한 정책과 자금 지원을 포함한 과감한 조처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DOI: 10.1016/S2214-109X(24)00150-5

National, regional, and global trends in insufficient physical activity among adults from 2000 to 2022: a pooled analysis of 507 population-based surveys with 5·7 million participants, The Lancet Global Health (2024).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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