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바닥 뚫린 엔화, 38년 만에 최저…한국 돈까지 끌어내린다?

권애리 기자 2024. 6. 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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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이번 여름에도 일본 가는 분들 많을 것 같다고요. 엔화 가치가 3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네요?

<기자>

엔화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엔화 대비 달러의 가치가 이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1986년 이후로 거의 38년 만에 가장 비싸졌습니다.

엔화가 '이보다 더 저렴해지면 문제가 좀 생기겠는데'라고 시장에서 보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대체로 1달러에 160엔 정도로 봅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다시 160엔을 훌쩍 넘어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1999년에 처음 생긴 유로화 대비해서도 지금처럼 엔화가 쌌던 적이 없습니다.

우리 돈으로 엔화를 살 때는 이제 100엔에 863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정도까지 엔화 가치가 떨어진 상태입니다.

일단 이번 휴가철까지는 일본 돈을 지난 16년 사이에 가장 저렴한 수준에서 계속 환전하실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지난해부터 엔화가 싸다 싸다 했었죠.

그래도 연말 이후로 엔화값이 좀 오르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900원은 있어야 100엔을 살 수 있는 정도까지 회복하기도 했는데, 최근에 하락세가 가파릅니다.

일본 정부가 높은 경계감을 가지고 있다, 언제라도 대응하겠다, 이렇게 말은 공개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권 기자 말처럼 여러 번 전해 드렸는데 계속 내려가네요. 이게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일본은 엔화가 싼 것도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또 비싸질까 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미국과의 금리차, 돈값 차이가 너무 큰 상태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승진/하나증권 리서치센터 팀장 : 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170엔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엔화 같은 경우는 지금 사실 BOJ(일본은행)가 뭔가 뚜렷하게 할 수 있는,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정책 대응 자체가 상당히 약화돼 있다(는 상황입니다.)]

일본은 지난 3월에 17년 만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인상이라고 해봤자 일본 돈을 그냥 갖고만 있으려고 하면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하는 수준을 뜻하는 마이너스 금리에서 제로 금리로 현금에는 아무 값도 붙여주지 않는 수준으로 올린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4대 기축통화 엔화라고 하지만 미국에 지금 돈을 가져가면 기준금리만 놓고 봐도 5.5%까지 이자를 주는데요.

사실 일본이 3월에 금리를 올린 건 미국이 곧 금리를 내릴 거다, 달러에 붙는 값도 곧 내려갈 거라는 기대가 커서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인하가 늦어지면서 금리차가 너무 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일본으로서는 지금 저렴해진 엔화에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 엔화가 싸지면서 해외에서 더 잘 되는 수출 이런 부분을 포기하기가 힘듭니다.

경제가 아직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작 일본 안에서는 일본이 바겐세일을 당하고 있다, 수입물가가 너무 비싸져서 정작 일본인들은 먹고살기 힘들다,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도 섣불리 뭘 하기가 힘든 상황인 겁니다.

이런 분위기에 엔화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 수요까지 몰려들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에게도 영향이 적지 않을 텐데,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기자>

문제가 최근 들어서 엔화와 원화가 전보다 훨씬 더 동조화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좀 강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엔화 가치가 계속 이렇게 떨어지면 원달러 환율도 1,40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아무리 최근에 달러가 비싸고 환율이 높은 상태를 유지해 왔다지만, 우리에게도 1달러에 1,400원은 너무 부담스럽죠.

특히 일본보다 더욱 수입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우리로서는 물가 걱정이 더 커지고요.

기름값도 저절로 비싸져 버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본 정부가 더 이상은 부담스럽다 해서 엔화 가격을 지금보다는 좀 높이려고 몇 가지 일본 은행이나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에 나선다고 하면 우리 환율까지 바로 영향을 받아서 원화 값이 크게 출렁이는 모습도 나올 수 있습니다.

당분간은 엔화 때문에 한국 돈 가치까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일본이 아무리 엔화가 비싸지는 게 부담스럽다고 해도 지금의 슈퍼엔저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서요.

3분기에는 결국 금리를 올릴 거다, 그러면서 미국의 금리인하를 기다릴 거다, 지금이 바닥은 아직 아니지만 근처까지 온 거라는 전망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휴가철에 일본 돈 환전하신 후에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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