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0에서부터 쌓는 것? 더 잃지 않게 지키고 회복하는 것![북리뷰]

장상민 기자 2024. 6. 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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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조직행동학자인 저자는 책을 통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근본적 행동 법칙으로 '신뢰'를 꼽는다.

여러 사례를 통해 신뢰가 쉽게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저자는 '어떻게 신뢰를 얻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책 말미에 스스로 실용주의자라고 밝힌 것처럼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실용적 필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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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의 과학
피터 H. 킴 지음│강유리 옮김│심심

한국계 조직행동학자인 저자는 책을 통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근본적 행동 법칙으로 ‘신뢰’를 꼽는다.

책에서 저자는 신뢰의 사회과학적 정의를 타인에 대한 ‘긍정적 기대치’를 바탕으로, ‘취약함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라고 말한다. 이후 신뢰에 대한 편견을 벗겨 나간다.

먼저 신뢰란 대단히 쌓기 어렵다는 편견에 반박한다. 신뢰의 근거인 ‘긍정적 기대치’는 0에서 시작해 천천히 쌓여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정 수준 형성된 상태에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수행한 ‘면접 실험’을 근거로 제시한다. 면접자는 응시자의 모든 이력을 증명받기보다 그저 믿은 후 의심 가는 부분만 질문한다는 것이다.

신뢰가 처음부터 일정 기대치를 가진다는 점은 동시에 곧바로 깨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여러 사례를 통해 신뢰가 쉽게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저자는 ‘어떻게 신뢰를 얻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책 말미에 스스로 실용주의자라고 밝힌 것처럼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실용적 필요 때문이다. 저자는 1932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600명에게 매독 치료를 약속하며 이뤄진 터스키기 실험을 예시로 든다. 실제 매독 잠복기 남성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 치료는 전혀 되지 않은 채 정보 수집만 이뤄졌던 실험의 실체가 폭로되자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의 의료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이는 90년이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백신 기피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나아가 신뢰의 근거를 역량과 도덕성으로 나눠 설명한다. 사과는 실력 부족으로 파괴된 역량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지만 도덕성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경우 도덕성 결함을 인정하는 의미가 돼 악화시킨다고 비교한다. 이는 개인의 정치인 지지에도 적용된다. 지지하는 정치인의 실수는 역량 문제로 치부하고 싫어하는 정치인은 도덕성 결여로 판단해 정치를 분열시킨다.

저자는 신뢰 회복의 방안으로 대표자가 정리된 언어로 분열된 집단 사이 소통을 맡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솔직한 언어로 소통해 나가길 제안한다. 하지만 저자는 무조건적으로 신뢰 회복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즉각적 이익을 위해 쉽게 ‘손절’하며 깨버린 신뢰들을 실용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제안한다. 440쪽, 2만2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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