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사연 깊은 그…'우육면'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6. 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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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⑪] 타이완 우육면, 맛있지만 고달픈 역사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대만으로 여행 가면 빼놓지 말고 먹어보라는 음식이 소고기 국수, 우육면(牛肉麵)이다. 대만식 우육면이 얼마나 이름났는지 한국과 일본 등은 물론 중국까지도 진출했다. 북경을 비롯해 중국 여러 도시에서 즐겨 먹는 소고기 국수는 두 종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란주 라면(蘭州 拉麵), 또 다른 하나가 우육면이다. 중국인들끼리도 갑론을박 논쟁을 벌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우육면이 대만 소고기 국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 중국 국수가 대만으로 그리고 다시 대만에서 중국으로 재진입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란주 라면은 이름 그대로 중국 서북부 간쑤성 성도인 란주에 뿌리를 둔 소고기 국수다.

우육면. 출처 : 바이두

많이 알려진 것처럼 대만 우육면은 국민당과 공산당이 싸운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건너온 쓰촨성 출신의 퇴역 군인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이 제대 후 생업을 위해 음식점을 열고 고향에서 먹던 우육면을 만들어 팔면서 대만에 퍼졌다.

여기에도 다양한 설이 전해지는데 대만 우육면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맑은 소고기 육수에 소고기 편육을 얹은 청탕(淸湯) 우육면이고 다른 하나는 사천 특유의 맵고 얼얼한 맛의 붉은색 국물의 홍탕(紅湯) 우육면이다. 홍탕 우육면은 쓰촨성 출신 노병들이 만들어 퍼뜨렸고 청탕 우육면은 전통적으로 이슬람교를 믿었던 소수민족인 회족(回族)들의 음식으로 이 국수가 대만에 전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 하나는 중국의 많고 많은 성(省) 중에서 왜 하필 산둥성도 아니고 장쑤성이나 푸젠성도 아닌 쓰촨성 출신의 노병들이 대만에 우육면을 퍼뜨렸던 것일까?

쓰촨성에서 우육면을 많이 먹기도 했지만 일단 공산당을 피해 대만으로 건너온 군인과 민간인 중에는 쓰촨성 출신들이 많았다. 이유는 국민당 정부가 중일 전쟁 때 일본군에 쫓기면서, 그리고 국공내전에서 공산군에 밀리면서 수도를 장쑤성 난징에서 광둥성 광저우로 그리고 쓰촨성 충칭으로 또 마지막으로 쓰촨성 청두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쓰촨성 출신들이 국민당 정부를 따라 대만으로 건너왔다.

국공내전. 출처 : 바이두

여기에 더해 국민당 군대가 공산당 군대와 마지막으로 대규모로 전투를 벌였던 것이 서남회전(西南會戰)이다. 쓰촨성 일대를 무대로 벌어진 전투였는데 여기서 국민당이 패하면서 결국 대만으로 정부를 옮겼다. 적지 않은 쓰촨 출신 군인들이 대만으로 넘어오게 된 배경이다.

그런데 쓰촨성 출신 노병들이 굳이 대만에서 우육면을 만들어 팔았던 이유는 또 무엇일까? 엄밀하게 말하면 소고기 국수인 우육면은 원래 쓰촨 음식은 아니다. 돼지고기를 주로 먹는 중국에서 소고기로 국물을 내고 소고기를 썰어 국수에 얹어 먹는 우육면은 이슬람교를 믿었던 소수민족인 회족의 음식이었다.

회족은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의 종교 탄압과 한족의 영향에 따라 다소 희박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돼지고기를 기피한다. 대신 전통과 회교, 즉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할랄 음식인 청진(淸眞) 음식을 먹는다. 그러니 중국이 공산화되기 전인 국공내전 이전에는 철저하게 이런 전통을 지켰다.

우육면은 이런 회족의 전통과 종교, 민속을 바탕으로 중국 서북부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같은 이슬람 전통을 가진 서북부라고 해도 위구르 민족이 중심인 신강(新疆) 자치구와 또 다른 회족이 모여사는 영하(寧夏) 회족 자치구에서는 양고기 국수를 즐겨 먹는 반면 우육면은 간쑤성과 회족이 많이 사는 산시성 등지에서 발달했다.

란주 라면. 출처 : 바이두

가장 대표적인 우육면 중 하나가 청나라 후반부터 발달했던 간쑤성의 성도인 란주 음식점에서 생겨나 퍼진 란주 라면이다. 수타면처럼 국수를 길게 잡아 늘려 뽑는다고 해서 잡아 끌 라(拉) 자를 써서 라면으로 유명해졌지만 실은 우육면이 이 국수의 본모습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쓰촨성 노병이 퍼뜨렸다는 대만의 우육면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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