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높일 수도 없고"… 딜레마 놓인 전세보증
대규모 전세사기의 여파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금 사정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HUG는 '전세금 반환보증'을 운영해 집주인이 전세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 대신 변제한다. 보험료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 하에 부담하지만 보증 부실 시 정부 예산이 투입될 수 있어 적정성 논란이 있다. HUG뿐만 아니라 한국주택금융공사(HF)·SGI서울보증 등도 보증 업무를 수행한다.
HUG 결산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원으로 2022년 4087억원 순손실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93년 HUG 창립 이후 최대 적자다.
이 같은 상황에 국회가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자격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놔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논란의 배경에는 전세 보증보험의 양면성이 있다. 전세 보증보험은 가입 기준을 완화하면 세입자 보호가 강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전세가를 높이고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부작용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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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1억원인 빌라의 전세금이 1억5000만원이어도 기존에는 전세 보증보험 가입을 허용했지만 현재는 1억26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는 고가 전세 기피 현상과 전셋값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아 역전세난이 빚어졌다는 게 국회 분석이다.
역전세가 발생하면 기존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대다수의 임대인이 신규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상환하는 현재 전세시장 구조에서 만약 시세가 하락하면 기존 전세금 만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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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관계자는 "현재 보증보험 가입 기준인 공시가격의 126%에서 기준을 오히려 더 강화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을 낮춰야 한다"며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주택 구입 시 임대인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세 보증보험으로 전세가가 오르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높아져 무자본 갭투자를 가능케 한 것이 전세사기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매매가가 1억원인 빌라의 전세 시세가 1억원과 근접하거나 같은 경우, 심지어 더 높은 경우 자본이 없어도 세입자가 사는 집을 매수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전세 현상이 심화하고 있지만 전세가율을 높여 보증보험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라며 "비록 역전세 문제를 당분간 겪을 수 있어도 안전한 전세시장을 만드는 것을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아파트의 현재 전세가율은 너무 높아 더 낮아져야 장기적으로 더 건강한 전세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비아파트의 전세가율은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세가율이 높아질수록 '깡통전세'(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상황)의 위험도 증가하는데 이는 임차인의 부담을 늘리고 전세시장을 불안전하게 만든다.
학계 관계자는 "보증보험 기준을 완화하자는 의견은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전세 보증보험 기준을 완화할 경우 보증기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위험성도 제기했다.
실제 HUG의 전세 반환금 보증 누적 잔액은 2021년 85조원에서 2022년105조원, 지난해 121조원으로 불어났다. 전세사기 공포로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임차인이 늘고 HUG의 재정 부담은 커지고 있다. 회수 자금은 해마다 떨어져 지난해 5088억원(14%) 수준에 그쳤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대규모 전세사기의 여파로 보증기준을 강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로서는 시급성과 시의성을 둘 다 따져봤을 때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강모 연세대 교수는 "주택가격과 임대차시장 안정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간과할 수 없어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중장기적 시각으로 대응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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