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폭염 증가 1위’ 도시 서울

이명희 기자 2024. 6.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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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인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분수대에서 어린이가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1995년 7월 서울보다 북쪽에 위치한 미국 시카고에 유례없는 폭염이 덮쳤다. 일주일 만에 이 도시에서 739명이 사망했다. 사상 최대의 폭염 참사였다. 그날의 시카고 여름은 지금의 한국 상황을 반추하게 만든다.

서울은 기상 관측 이래 2018년이 가장 더웠다.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 일수가 35일이나 됐다. 두 번째로 더웠던 1994년엔 29일이었다. 올여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9일 서울의 기온은 35.7도까지 오르며 6월 중순 기준 75년 만에 가장 높았고, 21일 서울에선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러다 서울에서도 최저기온이 30도가 넘는 ‘초(超)열대야’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

통계상으로만 봐도 서울은 점점 더워지고 있다. 27일 영국 국제개발환경연구소(IIED)가 분석·발표한 전 세계 주요 대도시별 폭염 추이에서 최근 30년간 가장 가파른 폭염 증가세를 보인 도시는 서울(7360%)이었다. 이 기간에 73배나 늘었단 뜻이다. IIED 선임연구원 터커 랜즈먼 박사는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 최대 대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극심하게 더운 일수가 놀라울 정도로 증가했으며, 도시 열섬 효과로 인해 더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폭염은 기후재앙이다. 2019년에만 더위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48만9000명에 달했다. 이 숫자는 허리케인과 산불 등 모든 자연재해 사망자를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 설마 ‘더위 때문에 사람이 죽기야 하겠냐’며 ‘폭염 불감증’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신영복 선생은 칼잠을 자는 교도소에서 여름은 옆 사람을 증오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폭염은 가난과 불평등을 드러내며 사회적 부검 역할도 하고 있다. 열악한 야외 노동에 내몰리는 노동자, 에어컨 없는 이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다. 지금 같은 날씨라면 올해 폭염은 2018년 최악 기록을 넘어설 수도 있다. 더위 걱정을 접으려면 이전과는 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 <폭염 살인>의 저자 미국의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은 “지구가 살 만한 별이기를 바라는가? 그러면 팔을 걷어붙이고 싸워라”라고 했다. ‘1000만 도시’ 서울, 한반도는 과연 폭염에, 기후위기에 잘 대비하고 있는가.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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