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이 벌면 정종연이 쓴다'는 옛말..넷플릭스는 얼마나 다를까 [★FULL인터뷰]

이승훈 기자 2024. 6.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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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이승훈 기자]
'미스터리 수사단'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tvN 예능은 나영석 PD가 벌어오면 정종연 PD가 쓴다'라는 말이 있었다. 두 사람이 추구하는 예능 분위기가 다르기도 하고, 스타일에 따라 투입되는 제작비도 차이가 있기 때문. 다소 정적이면서 편안한 예능을 만드는 나영석 PD와 다르게 정종연 PD는 세트장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규모가 큰 추리 버라이어티 예능을 제작하고 있기에 나온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현재는 CJ를 떠나 서로 다른 콘텐츠 제작사로 이적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이는 옛말이 됐다. 뿐만 아니라 정종연 PD는 '데블스 플랜'에 이어 넷플릭스와 다시 한번 손잡고 '미스터리 수사단'을 론칭하면서 한층 더 몸집이 커진 역대급 스케일을 자랑했다. 정종연 PD 조차 "넷플릭스는 이유가 있으면 돈을 쓰게 해준다"라고 말할 정도.

정종연 PD는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미스터리 수사단'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넷플릭스의 제작비 체계, 출연진 섭외 이유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지난 18일 공개된 '미스터리 수사단'은 이용진, 존박, 이은지, 이혜리, 김도훈, 에스파 카리나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어드벤처 추리 예능이다.
◆ 넷플릭스는 덮어놓고 돈 많이 쓴다? "합리적 이유 있으면 쓰게 해줘"
/사진=넷플릭스

정종연 PD는 전 회사였던 CJ 재직 당시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을 통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역대급 스케일과 화려한 CG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긴 바 있다. 이후 정종연 PD는 CJ 퇴사 후 김태호 PD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테오(TEO)'로 이적했다. '테오'는 제작사기 때문에 전 회사보다는 제작 환경이 개선됐을 터. 특히 예산 활용 문제는 물론, '미스터리 수사단'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평소 예능을 제작하던 시스템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종연 PD는 "넷플릭스가 덮어놓고 돈을 많이 쓰는 시대가 아니다. 바깥에서 경험이 많았던 인력들이 유입되고 있어서 이제 다들 선수다. 돈을 쓰는 게 쉽지 않다. 대신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돈을 쓰게 해준다. 작품들마다 예산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들이 많을 것 같다. 근데 이 작품이 어떤 걸 구현해 내야 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합리적으로 생각이 들면 쓰게 해준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한 그는 "방송국들은 시작부터 돈이 정해져 있다. 그럼 난 그 돈에 맞춰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하는 부분들이 차이라면 차이다. 넷플릭스라고 원 없이 쓰는 건 아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타협을 했는지 모른다. 당연히 아껴서 쓴다. 아끼는 만큼은 아끼는데 이유가 있으면 쓰게 해준다. 아이디어가 제한되는 폭이 느슨하다"라며 웃었다.

정종연 PD는 '대탈출'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사실 나에게 '대탈출'이 1순위였다"는 그는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내가 볼 땐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일을 받는 입장이지 않나. 진행을 하려다가 안 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모른다. '여고추리반'처럼 진행을 할 수 도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데블스 플랜 시즌2' 공개 시점을 묻자 그는 "내년 상반기 보고 있다. 녹화 얼마 안 남았다"라고 귀띔했다.
◆ '쇠맛' 카리나→'시한폭탄' 김도훈.."동료로서 예뻐"
'미스터리 수사단'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정종연 PD는 좀처럼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카리나와 김도훈을 '미스터리 수사단'에 섭외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두 사람을 예능에서 본 적 없는 상태로 섭외했고, 상황에 던져놓고 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카리나는 생각보다 와일드하더라. 아이돌이기 때문에 소녀소녀 이미지가 있는데 털털하고 쇠맛이 난다. 생각보다 털털하고 빼지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동료로서 예뻤다. 도훈이는 텐션도 좋고 말도 예쁘게 잘하는 느낌이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예능을 처음하고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이 거의 처음이어서 계속 시한폭탄 같은 느낌이었다. 몰입을 엄청 세게 해서 '다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열심히 해줬다"라고 밝혔다.

사실 김도훈의 '미스터리 수사단' 섭외 비하인드 스토리는 장도연이 진행하는 유튜브 '살롱드립2'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김도훈은 김태호 PD가 연출한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2' 미팅을 갔다가 정종연 PD 눈에 띄어 그 자리에서 '미스터리 수사단' 미팅까지 진행하게 된 것. 정종연 PD는 "제작진들에게 나름의 위시리스트가 있지 않나. 우선 섭외 순위 같은 게 있는데 그 명단에 김도훈이 있었다. 이후 '지구마불 세계여행2' 인터뷰 일정이 있다는 걸 알고 기다렸다. 태호 형네 팀은 인터뷰를 할 때 카메라 라인을 빼서 다른 방에서도 제작진들이 이를 지켜보더라. 그때 나도 들어가서 슬쩍 봤는데 너무 괜찮아서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잠입했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마케팅적인 입장을 고려 안 했다고 하면 이상한 부분이니까 당연히 시청자들이 많이 만나고 싶어 하고 새로운 면이 보여질 수 있는 출연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라며 김도훈을 섭외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미스터리 수사단' 출연진 라인업을 보면 정종연 PD 전작에 비해 나이대가 어려진 것도 있지만, 성별이 합쳐졌다는 것도 흥미롭다. '대탈출'은 남자, '여고추리반'은 여자만 나왔지만 '미스터리 수사단'은 혼성 출연진들로 구성됐다.

정종연 PD는 "예능을 혼성으로 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왜냐하면 나이대도 비슷하면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그렇고 본인이 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케미에 약간 요상한 긴장감이 끼어든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긴장감이 아니라 쓸데없는 쭈뼛댐이다. 그래서 남자들만, 여자들만 모아놓고 프로그램 하는 걸 선호했었는데 '혼성 안 해본 것 같은데? 해봐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핸디캡이 아니라 '이 구성의 필수적인 요소로 그런 부분을 가져가면 어떨까' 싶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여자 출연자들이 너무 의존적인 사람들이었으면 보기 싫은 모습이 됐을 수도 있는데 다들 한명의 요원으로서 잘해줘서 좋았다"라고 털어놨다.
◆ '미스터리 수사단' 시즌제 예고.."길고 오래 하고 싶어"
'미스터리 수사단' 정종연 PD /사진=넷플릭스

'미스터리 수사단'은 공개 직전부터 '대탈출', '여고추리반', '데블스 플랜' 시리즈 등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또한 공개된 후에는 기존의 추리 버라이어티 예능에서는 서로를 시샘하고 경쟁하는 스토리가 있어서 독특한 재미를 유발했으나 '미스터리 수사단'은 대중적으로 수위 조절을 한 것 같다는 반응이 쏟아져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종연 PD는 "'대탈출'도 센 에피소드가 있고 약하다기 보다는 순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나는 스토리의 방향성만 있었지 딱히 '전작에 비해서 '미스터리 수사단'은 순하게 하자'라는 목표는 없었다. 보통 '대탈출' 팬들은 본인이 인상 깊게 봤던 에피소드 위주로 기억을 하시는 것 같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어차피 실패는 잊혀진다'라는 교훈과 함께 '미스터리 수사단'을 하게 됐다. 나는 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19금을 달아버리면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이 줄어드니까 넷플릭스와 많이 이야기를 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미스터리 수사단' 멤버들이 모두 착하고 순한 느낌이어서 이같은 반응이 나왔을 수도. 정종연 PD는 "반대로 센 맛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다. '대탈출'은 기본적으로 아주 뛰어난 남자들의 집합이라기보다는 평균 혹은 평균 이하의 멤버들이 제반 상황을 극복하고 해내는 스토리였기 때문에 그걸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더라. 멤버들에게 '너는 역할이 이러니까 이거 해'라고 하지 않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게 있을 수도 있지 않나. 방향성에 대한 지시가 있었다기보다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이러니까 이렇게 모아두면 이렇게 되겠구나'의 예상은 했었다. 멤버들간의 케미는 앞으로 더 진행될 거다. 그걸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로 남겨두고 싶다. 이제 친해졌기 때문에 놀리고 시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날마다 다를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전작이었던 '대탈출', '여고추리반', '데블스 플랜' 등이 모두 시리즈물로 진행됐기 때문에 '미스터리 수사단' 역시 제작 단계에서부터 시즌제로 기획됐을까. 정종연 PD는 "예능 PD를 오래 오래하고 싶다"면서 "한 IP를 만든 후 시청자분들에게 선보이는 작업 자체가 너무 힘든 일이다. 창작의 고통이 아니라 플랫폼과 호흡도 잘 맞아야하고 허락도 받아야한다. 때문에 IP를 하나 만들면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다. 그전에 했던 IP들도 전 회사를 나오게 되면서 못하게 된 거지, 늘 꿈과 계획은 있다. 보시는 분들이 '지겹다' 하시면 안 한다. 근데 꿈은 길게 길게 해서 레전더리하게 오래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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