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집권당 청년 당원들, 파시즘·나치 구호 외쳐… 동영상 보도 파장에도 멜로니 총리 ‘침묵’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의 청년 당원들이 파시즘과 나치 관련 구호를 외치는 동영상이 언론 보도로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매체 따르면 이탈리아 온라인매체 팬페이지는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청년 지부 ‘국민 청년’ 행사에 잠입해 촬영한 탐사보도물을 공개했다.
팬페이지가 ‘멜로니의 청년들’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이 영상에는 FdI의 청년당원들이 파시즘 창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지칭하는 ‘두체’(Duce·지도자)와 나치 구호인 ‘지크 하일’(Sieg Heil·승리 만세)을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매체는 FdI 소속 상원의원인 에스테르 미엘리를 유대인 출신이라고 조롱하며 인종차별적 폭언을 하는 국민 청년 단체 채팅방의 대화 내용도 폭로했다. 팬페이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영상을 지난 14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방송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14년에 설립된 국민 청년은 수천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12월 국민 청년 행사에 직접 참석해 “놀라운 젊은이들”이라며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바 있다.
멜로니 총리는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네오 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가 창립한 FdI의 전신이 바로 MSI다.
멜로니 총리는 10대 시절 “무솔리니는 좋은 정치인이었다. 그가 한 모든 것은 이탈리아를 위한 것이었다”고 찬양했지만, 집권 이후에는 무솔리니 통치에 대해 “우리 역사상 최악의 시기”라며 파시즘과는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멜로니 총리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FdI은 일부 청년 당원들이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양립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FdI을 멜로니 총리와 함께 공동 창립한 이냐치오 라루사 상원의장은 “청년 당원들이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발언의 피해자인 미엘리 상원의원에게 진심으로 애정 어린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조반니 돈첼리 FdI 하원의원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FdI에는 인종주의자, 극단주의자, 반유대주의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며 “유포된 동영상에 나온 발언은 어떤 맥락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제1·2야당인 민주당(PD)과 오성운동(M5S)은 멜로니 정부에 이번 사태의 화살을 돌리며 강하게 비판했다. 군소 야당인 녹색당과 좌파 연합은 국민 청년 해체를 촉구했다.
안사 통신은 이번 사태가 이달 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하며 온건파 이미지를 굳히고자 했던 멜로니 총리와 FdI을 뒤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태로 국민 청년의 리더격인 주요 간부 2명이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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