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삼촌' 송강호, 백 투 더 '신인'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송강호가 데뷔 35년 만에 신인(?)의 마음을 찾았다. '국민 배우' 송강호의 새로운 도전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각본·연출 신연식 감독)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삼식이 삼촌'은 배우 송강호가 데뷔 35년 만에 선택한 첫 '드라마'로 공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OTT 드라마에 대한 문화가 우리에게 오다가 팬데믹을 통해서 아주 풍성해진 것 같다. 저도 자연스럽게 관객들과의 소통을 영화뿐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시도하고, 영화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긴 서사나 호흡을 가진 드라마를 통해서 또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왜 하필 '삼식이 삼촌'이냐'라고 물으신다면, 빠르고 자극적인 이런 경쟁에서 조금 트렌드화된 OTT와 별개의 지점에서 출발하는 드라마에 대한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며 "긴 호흡을 갖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더군다나 시대물을 통해서 소통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고 참신했다"고 작품 선택 계기를 밝혔다.
또한 송강호는 "드라마와 영화 모두 장단점이 있다. 영화는 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압축해서 캐릭터든, 이야기든 효과적으로 임팩트 있게 전달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면, 드라마는 그것보다 자유롭게 깊이 있고 풍성하게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확보된다. 그런 점에서 장점이 있다"며 "영화는 임팩트 있고,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회자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송강호의 첫 드라마 도전을 두고 '신인 배우'라는 농담을 던졌다. 송강호 역시 '신인 송강호'라는 타이틀에 대해 웃음을 보이며 "2년 전에 캐스팅 기사가 나왔을 때 모 커뮤니티에서 그 말이 나왔더라. 너무 재밌다. 신선했다"며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신인이라는 것이 꼭 준비가 덜 된 것이 아니다. 굉장히 반가운 단어였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제작발표회 당시 송강호의 신인상 수상 여부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졌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넘버3'로 대종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너무 감사하게도 과분하게 받았던 기억이 있다"며 "제작발표회에서 제가 '신인상 감사히 받겠다'고 한 건 웃자고 한 소리다. 제가 아니라 한국 영화, 드라마 계의 향후 주축이 될 보석 같은 신인들이 받길 바란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송강호는 '삼식이 삼촌'에서 전쟁 중에도 가족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사는 모두의 삼식이 삼촌, 박두칠을 연기했다. 박두칠에 대해 송강호는 "제일 매력적이라고 느낀 부분은 박두칠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칠은 명확하지 않다. 이 사람 속을 당최 알 수가 없다. 그게 가장 매력이자, 어려움이다. 동전의 양면 같았다"며 "캐릭터가 쉬우면 매력이 떨어진다. 반면, 어렵고 알 수 없으면 되게 어렵지만 매력적이다. 박두칠이 그런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또한 송강호는 "삼식이는 돈이 많은 것 같다. 근데 그 돈을 버는 과정이 설명이 안 되지만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었을 거다. 살아온 배경이 유복하지 않았다 보니, 악으로, 깡으로 돈을 벌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삼식이라는 사람은 결국 마음속에 자신이 꿈꾸던 사람에 대한 이상이 있었다. 다만 자신의 모든 재력을 통해서도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찾다가 '김산'이라는 본인의 삶의 로망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 아무리 거대한 야망과 야심을 가졌더라도, 그걸 실현하는 과정에서 좌절도 겪고, 노선을 수정하면서 새로운 인물도 만나고, 새로운 목표가 생기게 된다. 이런 과정을 절묘하게 겪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근데 영화는 2시간이니까 캐릭터가 어떻게든 간파가 되는데, 드라마는 호흡이 길다 보니 일관성도 문제지만, 그 안에서 삼식이의 서사를 리듬감 있게 유지해야 된다는 지점이 어려웠다. 맥락이 이해야 돼야 하고, 리듬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매 작품, 매 캐릭터가 다르듯이 오랜 시간 연기해 온 송강호에게도 삼식이 삼촌을 이해하며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송강호는 "삼식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희로애락의 여러 감정을 연기적으로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할 수도 있고, 복잡할 수도 있는 야망과 이기심, 개인저인 감정들을 삼식이를 통해서 절묘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런 것들이 조금 복잡하기도 했다"며 "장두식(유재명) 장군만 봐도 좀 교활한 느낌이 있지 않냐. 그렇다고 교활한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 시대에 살아야 하니까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렇듯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때론 이기적이고, 때론 대의적인 모든 감정들이 삼식이를 통해서 상징적으로 표현해야 하고, 각인시켜야 하다 보니 부담감이 있더라. 또 다른 말로는 '파장'이라고 한다. 그 파장들이 계속 요동치게 되더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김산과 주여진(진기주)의 애틋한 사랑을 끊어가면서까지 본인의 야망과 야심을 쟁취하려고 하는 악마처럼 손길을 뻗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며 "삼식이는 입체적이다. 나쁜 사람 같은데 말을 들어보면 또 요설가처럼 말한다. 결국 나쁜 짓이긴 한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재밌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삼식이 삼촌은 자신이 선택한 청년 김산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김산을 향한 삼식이 삼촌의 헌신적인 태도를 두고 '브로맨스 케미'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김산을 연기한 변요한이 언급되자 송강호는 "거침이 없다. 처음과 끝이 같다. 에너지가 아주 놀랍고, 매번 감탄했다"며 "진기주나 티파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굉장히 자신 있게 연기를 펼친다는 지점에서 놀라웠고, 많이 배웠다. 변요한은 평소에도 정말 만나고 싶었던 배우다. 이번에 만나게 돼서 행복하게 촬영했다. 에너지가 대단한 배우"라고 감탄했다.
더불어 현장에서 '드라마 신인'인 송강호에 대해 선배들(?)이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고. 송강호는 "거침없는 연기, 분석력, 표현력, 에너지, 모두 감탄하면서 봤다. 역시 선배님들!"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제가 진기주 선배나 변요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영화는 감정이 과잉되는 지점에서 '컷팅'이 되거나 'NG'가 나는 경우가 있다. 근데 드라마에선 오히려 약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적정선을 잘 몰라서 매번 모니터 앞에서 진기주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와 함께 송강호는 "마지막 16부의 이야기가 좋았다. 작품에서 피자가 주는 상징성이 있지 않냐. 피자 한 조각을 먹기 위해 안달복달 살았던 게 아니라, 우리가 꿈꾸던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며 "한 끼를 먹기도 힘들었던 시대에 '피자'라는 알 수 없는 풍요로움의 상징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맛있냐' '맛없다. 느끼하다' '그럴 줄 알았다' 이런 대사들을 통해서 우리가 달려온 풍요로움을 향한 발걸음이 부질없음을 확인한다. 진정한 풍요로움은 우리 안에 있고, 시루떡이 우리 마음의 상징으로 와닿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송강호는 다소 아쉬운 '삼식이 삼촌' 성적표에 대해 "전 예상했다. 제가 1967년생인데 저도 태어나지 전의 배경이다. 이 베이스를 과연 글로벌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을까 했다. 그렇지만 디즈니+가 결단을 해줬고, 그 어려움 속에서도 발판이 돼서 다양하고 풍성하고, 용기있는 드라마가 제작됐다"며 "디즈니+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이 없었다면 결코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 거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예상되는 지점이었다"고 인사를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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