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산 사나이가 된 느낌" 부산 적응 完…고승민 공백 완벽히 메운 최항, 배경엔 '478홈런' 리빙레전드 조언 있었다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더 내려갈 곳이 없으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해보자"
롯데 자이언츠 최항은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1차전 홈 맞대결에 2루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지난 25일 KIA와 첫 맞대결에서 1-14로 뒤지던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은 결과 15-15 무승부를 만들어낸 뒤 전날(26일)도 6-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롯데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큰 악재를 맞았다. 전날 어떻게든 내야 안타를 만들기 위해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한 고승민이 왼손 엄지손가락 염좌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한 것. 병원 검진 결과 3~4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최근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 최항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최근 방망이가 불을 뿜을 정도로 타격감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고승민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질 것처럼 보였으나, 이날 최항이 그 공백을 제대로 메웠다. 최항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말 첫 번째 타석에서 KIA 선발 윤영철의 4구째 132km 커터를 잡아당겨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에서 존재감이 폭발했다. 최항은 1-1로 균형이 맞춰진 4회말 2사 3루의 찬스에서 이번에는 윤영철의 137km 직구를 결대로 받아쳤고, 중견수 방면에 역전 적시타로 이어졌다.
최항이 흐름을 뒤집어놓자 롯데 타선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후속타자 박승욱의 2루타 때 3루 베이스에 안착한 최항은 손성빈의 적시타에 득점까지 만들어내는 등 롯데는 4회말에만 무려 5점을 쓸어담았다.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항은 6-1로 달아나는데 성공한 5회말 2사 3루에서 KIA의 바뀐 투수 김도현과 상대하게 됐고, 이번에는 145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놓치지 않고 우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3루타로 연결시키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최항은 6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는 추가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으나,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 고승민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한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아오르며 KIA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거두는데 큰 힘을 보탰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최항은 "타구질에 비해 결과가 좋았던 것이라 '엄청 좋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서야 투수랑 뭔가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 제대로 들었다. 그래서 결과를 떠나서 뿌듯하다"며 "개인적으로 결과보다는 상대 투수와 승부를 잘했나, 못했나가 더 중요하다. 이 느낌이 오래 가야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기뻐했다.
전날(26일)까지 12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릴 정도로 감이 좋았던 고승민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되는 상황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최항은 "(고)승민이가 요즘에 잘하고 있는데, 옆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고, 내가 치는 모습도 많이 봐줬다.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다. 이를 통해 함께 좋아지고 있었는데, 안타깝게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승민이의 자리를 좀 더 잘 채워봐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는 만큼 나도 어떤 선수인지를 어필해야 된다. 그 부분에 대해 항상 준비를 하고 있고, 결과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시즌 초반과 달리 롯데도 '주전'이 확실해지면서 최항은 최근 선발보다는 백업으로 그라운드를 밟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 25일 1-14로 지던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어냈을 때부터 좋은 타격감을 뽐내는 중이다. 이에 김태형 감독은 고승민의 자리를 채울 선수로 최항을 꼽았다. 최항은 "그동안 하루하루 리셋을 하면서 준비를 해왔다. 시리즈 첫 안타를 칠 때(25일) '더 내려갈 곳이 없겠다. 없으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오기에 받쳐서 심플하게 임했더니 자연스럽게 힘이 빠지더라"고 말했다.
백업으로 언제 경기에 출전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최항은 '형' 최정(SSG 랜더스)으로부터 조언을 받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최항은 "형이 최근 내 영상을 봤는지 조언을 해주더라. 특히 임훈, 김주찬 코치님과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셨던 부분에서 비슷한 내용이 많이 있어서 더 시너지 효과가 났다. 타석에서 힘을 빼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 신경을 썼더니 타격감이 조금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하게 된 최항은 낯설었던 부산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다. 최항은 '적응을 마쳤느냐'는 말에 "이제야 부산 사나이가 되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제는 출퇴근을 할 때도 많이 익숙해지고 편해졌다. 팬분들도 굉장히 좋으시다. 그리고 응원가를 들으면 심장이 뛸 때, 두근거림이 있다. 응원가도 아주 마음에 든다"고 활짝 웃었다. 그만큼 팀에도 잘 녹아든 최항.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롯데의 0순위 백업 내야수로 손꼽히고 있다.
최항은 "잘하고 있는 선수가 빠지면 분위기가 조금 침체될 수 있는데 형들부터 '우리 힘 내보자'는 마음을 가지면서 조금 더 선수단이 으쌰으쌰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자잘한 실수도 있으나, 개개인이 자신이 할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누군가가 물꼬를 트면 어떻게든 이어나가주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팀 분위기를 전하며,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2루수를 맡게 된 것에 대해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멀리 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오더(라인업)에 들어가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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