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 하반기 실적 묻자…임원들이 한 말은?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4. 6. 2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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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4.03.08/사진=뉴시스

"올 상반기가 기대보다 좋지 않습니다. 하반기요? 글쎄요."

2024년 상반기 결산을 눈앞에 둔 시기에 만난 국내 주요 대기업 임원들은 이같은 우려를 한결 같이 쏟아냈다. 국내 5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모두들 만족스럽지 못한 상반기를 보낸 듯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에 최초로 AI(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작에 비해 1.15배 정도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폰의 급성장에 반도체의 빠른 회복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고 했으나 올 상반기는 수월치 않았다. 하반기도 AI 시대 신시장으로 떠오른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를 엔비디아에 납품할 수 있다면 반전의 전기가 마련될텐데 이 또한 안갯 속이다.

지난해 호실적을 보였던 삼성디스플레이도 애플 아이패드용 OLED 공급 규모에 따라 실적이 갈릴 것으로 보이고, 삼성SDI는 전기차 수요 감소에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줄면서 고전 중이다. 그 외에 삼성물산과 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들도 전자의 위기상황을 커버할 상황은 못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세계 주요 파트너들을 만나며 글로벌 경영을 펼치고 있지만 국제 환경이 녹록지 않다.

SK그룹은 중복사업 정리 등 미래 생존을 위한 대규모 사업 재편과 이에 따른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7조 7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 수혜로 2분기 5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예상되지만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형편이 여의치 않다. 2차 전지 사업을 하는 SK온은 10분기 연속적자의 늪에 빠졌고,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조 400여억원으로 돌아섰다. 200개가 넘는 방만한 계열사의 중복투자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서던데스(돌연사)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7년만인 지난해 말 다시 서던데스 가능성을 경고해 현재 사업재편이 한창이다. 최 회장이 선택한 서든데스라는 용어는 현재 SK 그룹이 제대로 사업재편을 하지 못할 경우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다.

LG그룹은 LG전자가 B2B 부문 AI와 전장 부문 등에서 상반기 선방했으나, 차세대 성장동력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시장의 수요둔화로 인해 직전해보다 40% 가량의 이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년 연속적자가 예상돼 위기 탈출을 위해 만 28세 이상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등 인적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장인화 회장이 취임한 포스코 그룹은 취임 직후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이제 100일을 맞았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50% 전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철강업황이 악화된데다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의 시장 진출로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10년 주기설의 철강산업에서 3년의 호황기는 지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앞으로 7년을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새로운 먹거리로 준비했던 2차 전지 관련 원재료 업종은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둔화현상)으로 정체의 터널로 들어섰다.

5대 그룹 중 그나마 올 상반기 선방한 곳은 정의선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기아차 그룹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꾸준한 판매 성장으로 현대차는 영업이익(2분기 예상치 약 4조원)도 크게 좋아지고 있다. 내수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 등에서의 선전이 크게 기여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적절한 포트폴리오는 전기차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버팀목이 됐다.

국내 5대 그룹의 이같은 상황이 하반기에는 어떻게 변할 지를 물었다. 주요 그룹 임원들의 답변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우려 뿐이다. 기업들은 늘 위기를 얘기하지만 그 속에는 늘 희망적 메시지도 있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더없이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AI 대변혁 시기에 대응을 제대로 못해 정보화시대에 잡았던 헤게모니를 놓쳤다. 게다가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았던 2차 전지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해상 물류비의 증가는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올 1월 2000선이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월 들어 3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해상운송을 하는 기업들에게는 하반기 큰 걱정거리다.

하반기 노사 갈등의 확산은 위기 극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했고, 현대차 노조도 파업 결의를 한 상태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임금 8% 인상안을 갖고 사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위기 상황에서 노사 안정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계와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기를 눈앞에 두고 노사갈등 구조는 예전과 변함없다.

게다가 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들은 각종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혀 경제 행보가 더뎌지고 있다. 기업에 있어서 최고의 위협요인은 불확실성이다. 빠른 판결을 통해 기업인들이 법에 묶여 보내는 시간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는 지금 다양한 불안 요소들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상반기 실적 부진, 하반기 노동쟁의, 산업 구조조정, 미래 기술 확보의 어려움 등 난제가 얽혀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노동계 그리고 정치권이 모두 한마음으로 협력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전세계는 정부와 기업이 한몸이 돼 뛰고 있다. 우리도 규제 완화와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다시금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게 시급하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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