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쓰자!” 선 사용 후 통보…방송사의 흐려진 저작권 의식[스경X초점]
선 사용 후 통보를 넘어 언질조차 없는 창작물 무단 사용까지…. 드라마 및 예능 제작사의 부족한 저작권 의식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 저작권 의식이 강화되어야 하는 마당에 방송사들은 여전히 저작권 처리에 소홀한 모습이다.
지난 2022년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혼성밴드 자우림의 9번째 정규 앨범 ‘Goodbye, grief’의 수록곡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모티프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드라마는 해당 노래도 OST로 삽입했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 제목이 원작자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지어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수제’에 공개된 영상에서 자우림의 김윤아는 “그 노래를 이용한 드라마가 나온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처음에 물어보셨으면 좋았을텐데 제작발표회를 한 다음에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메일에는 ‘양해를 못 구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김윤아는 일반적인 OST 사용료에서 조금 더 상향책정된 금액을 받았다고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충격이라는 반응과 함께 비난을 쏟았다. 몇몇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이 올라온 채널에 “방송 관련 일 하는 사람들이 저작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그런 거냐”, “당연히 합의가 된 줄 알았다”, “예의도 없고 염치도 없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같은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은 과거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빠니보틀이 직접 불편감을 드러내자 tvN 측은 “방송 후 올라온 게시물을 확인하고 지난 14일 유튜버와 연락이 닿아 사용 허가를 받았다”고 사과했다.
빠니보틀은 이후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PD님이 개인적인 연락으로 사과하셨다”며 “저도 장난식으로 올린 게시글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방송사의 안일한 저작권 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빠니보틀처럼 창작자와의 원만한 대화로 문제를 종결시킨 사례도 있는 반면, 법원으로부터 저작권 침해 판결을 받은 경우도 있다. 과거 김태호 PD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촬영을 위해 서울의 한 갤러리 카페를 대관해 유재석, 이효리, 비가 함께한 혼성그룹 ‘싹쓰리’ 결성 과정을 담았다.
그러나 해당 촬영분에 담긴 그라피티 작품 배경이 논란이 됐다. 작품을 그린 작가 심찬양 씨는 김태호 PD 등을 상태로 저작권침해금지 소송을 냈고, 지난해 10월 법원은 심 씨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김태호 PD와 MBC에게 각 500만원씩을 심 작가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MBC와 김 PD는 저작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이용 허락을 구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저작물을 배경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뒤 공중이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송신해 복제권·공중송신권을 침해했다”며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이 저작권 침해를 의도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의 입장과는 별개로 저작권을 간과한 결과임은 부정할 수 없다. 방송 제작자 역시 같은 창작자 입장에서 저작권에 대한 더욱 세심한 관찰과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희원 온라인기자 khil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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