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ㅠ" 딸 문자에 '덜컥'…부모 마음 이용해 4500만원 턴 그놈들

최지은 기자 2024. 6.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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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울리는 그놈목소리⑥]메신저피싱 50·60대 피해 多…"타인 권유 앱 설치 안 돼"
[편집자주]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 1인당 피해액은 3000만원을 넘어섰고 범죄 대상은 10·20대로 확대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신종 범죄 수법을 파헤치고 실제 피해 사례를 소개한다.

피싱조직원과 피해자 문자 내역 재구성/그래픽=윤선정
※ 이 기사는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아빠! 나 휴대폰을 떨어뜨렸는데 전원이 안 켜져 ㅠㅠ. 지금 친구 번호로 연락해."

사무실에서 일하던 김윤철씨(59·가명)는 지난달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 속 '아빠'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타지에서 홀로 대학 생활을 하는 외동딸이 떠올랐다.

하루에 1번 딸에게 꼭 안부 전화를 하던 김씨는 딸과의 유일한 연락 수단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덜컥 겁이 났다. 이어진 문자에서 딸은 "파손 보상 보험에 가입해서 괜찮다"며 김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보상받으려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며 김씨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보내달라고 했다.

김씨는 곧바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문자로 보냈다. 문자를 읽은 딸은 앱스토어로 연결되는 링크 하나를 보냈다. 휴대전화 수리 파손보험금 신청을 위해 원격으로 김씨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평소에 휴대전화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딸이 집에 오면 모르는 기능을 하나씩 물어보곤 했다. 김씨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딸은 링크 속 애플리케이션(앱)만 다운로드해달라고 했다.

딸의 말대로 링크를 타고 들어가 원격조종 앱을 설치했다. 이후로는 김씨가 손을 대지 않아도 휴대전화 화면이 저절로 움직였다. 원격으로 조종되던 휴대전화는 2시간쯤 뒤 잠잠해졌다.

그 순간 김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사랑하는 내 딸♥'이라는 이름이 떴다. 김씨는 딸이 휴대전화를 고쳤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아빠 밥 먹었어? 나 늦잠 자버려서 이제 일어났어." 휴대전화 너머로 딸의 명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김씨가 휴대전화는 잘 고쳤냐고 묻자 딸은 영문을 모른다는 듯 답했다.

김씨는 딸과 전화를 끊고 곧바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친구 번호로 연락한다며 딸과 주고받은 메시지는 모두 지워져 있었다. 금융 앱을 열어보니 2시간 동안 4300만원이 빠져나갔다. 휴대전화 푸시 알림에는 상품권과 게임머니 등이 200만원가량 결제됐다는 내용이 떴다. 그제야 김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신저피싱 50·60대 피해 多…'자녀 사칭'에 의심 없이 응했다 피해
/사진=뉴스1

50·60대를 중심으로 '메신저피싱'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자녀를 사칭해 접근하는 피싱범들이 많아 의심 없이 응했다 피해를 보는 이들이 많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메신저피싱은 총 2943건 발생했다. 피해액은 175억원에 이른다.

특히 피싱범의 권유에 따라 원격조종 앱을 설치하게 될 경우 개인정보와 금품을 손쉽게 빼앗기기 쉽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피해자들에게 악성 앱이 설치되는 링크를 보내 원격 조종했다면 지금은 원격조종 앱을 설치해 피싱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경찰과 휴대전화 제조사가 협업해 휴대전화 보안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어 악성 앱 설치가 쉽지 않다. 원격조종 앱이라는 우회로로 범죄를 저지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원격조종 앱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재택근무 등을 위해 업무 시 원격조종 앱을 사용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경찰은 타인의 권유로 원격조정 앱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이나 모르는 번호로 원격조정 앱을 설치하라고 권유에도 이에 응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며 "기존에 만들어진 원격조종 앱의 경우 경찰이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금융 앱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진 원격조종 앱에도 같은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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