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잘 던졌다, 너무 머리 아프다' 시라카와냐, 엘리아스냐...왜 복잡하고 어려울까 [인천 현장]
[인천=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너무 뚜렷한 장단점, 도대체 누굴 선택해야 하나.
SSG 랜더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이 쪽으로 가자니 조금 찝찝한 게 있고, 저 쪽으로 가자니 조금 불안한 게 있다.
KBO리그 최초의 '단기 대체 외국인'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가 구단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SSG는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시라카와는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선발로 등판, 5⅓이닝 5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1회 강백호에게 선제 투런포를 맞고 흔들렸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고 호투했다. 2회 실점은 좌익수 에레디아의 송구 실책이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3이닝 연속 무실점. 6회에도 3루수 최정의 실책에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내려가야 했고, 이어 올라온 고효준이 난타를 당하며 실점이 늘었다.
자책점은 3점 뿐이었다. 가정이지만, 최정의 6회 실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퀄리티스타트로 이날 등판을 마무리 할 확률이 높았다. 결코 나쁜 투구라고 할 수 없었다. 제 몫은 다했다.
시라카와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올해 처음 도입된 단기 대체 외국인 제도. 기존 선수가 6주 이상 부상을 당할 때 임시로 뛸 수 있는 첫 대체 선수였다. 엘리아스가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자 SSG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하던 시라카와를 빠르게 영입했다.
몸값 180만엔. 한화로 약 1500만원을 받고 6주를 뛰게 됐다. 이름값, 몸값, 경력 등을 봤을 때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볼수록 매력이 있었다. 1일 키움 히어로즈전, 데뷔전부터 승리투수가 됐다. 7일 롯데 자이언츠전 1⅓이닝 7자책점으로 무너졌지만, 로테이션 영향과 부산 사직 원정경기 분위기에 압도당했다고 실토했다. 이후 KIA 타이거즈전 5이닝 1실점 승리를 챙겼다. 21일 NC 다이노스전은 6⅓이닝 10삼진 2실점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지만 패전 멍에를 썼다. 하지만 시라카와는 이 투구로 단숨에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투수가 됐다. 야구도 야구지만, 팬들이 엄청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스타 탄생이었다.
문제는 엘리아스가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는 점. 2군 실전 피칭을 통해 정상 복귀를 알렸다. SSG는 이제 선택을 앞두고 있다. 이숭용 감독은 "정말 어렵다.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고민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시라카와가 마지막일 수 있는 선발 등판에서 무너졌다면 모르겠지만, 씩씩하게 자신의 투구를 또 해주니 SSG는 더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시라카와가 경험을 거듭할수록 더 발전할 거라 보고 있다. 그리고 일단 젊고 건강하다. 외국인 선발의 1번 조건을 건강으로 생각하는 이 감독이다. 직구, 커브 구위도 다 좋다. 일본 투수답게 기본기가 탄탄하다. 수비, 퀵모션도 흠잡을 데 없다. 프런트도 반긴다. 마케팅 효과가 상당하다.
문제는 독립리그에서는 9~10일 턴으로 공을 던져왔다는 것이다. KBO리그의 4~5일 턴을 버텨낼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시라카와 교체를 확정할 경우, 이미 더거를 떠나보낸 SSG는 외국인 선수 교체권을 모두 소진하게 된다. 후반기 부상, 부진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선수를 바꿀 수 없다. 더거 대체 선수인 앤더슨도 준수하지만, 안정적인 행보는 아니다.
엘리아스는 경험, 노하우 등 그동안 보여준 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 올해도 계속해서 부상 이슈로 팀을 힘들게 했다. 후반기 또 부상을 당해버리면 급하게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는 현실상 시즌 농사를 망칠 수 있다. 그렇다고 부상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올시즌 구위와 투구 내용이 좋지도 않았다.
또 다른 경기 외적 변수는, 만약 엘리아스를 웨이버 공시할 경우 다른 팀이 그를 데려갈 수 있다. 그런데 엘리아스가 이를 악물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SSG에 치명타로 돌아올 수 있다. 다른 구단이 데려가지 않아 자유계약 신분이 되면, 올해 연봉을 그대로 보전해줘야 한다. 엘리아스는 옵션까지 1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경기력 측면에서 두 사람이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한다면, 결국은 외국인 교체권 여부가 중요해 보인다. 만약을 대비한 교체권 없이, 시라카와로 모험을 걸었다 생각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 큰일이다. 엘리아스는 부상을 당한다 해도, 어떻게든 다른 선수를 데려올 수 있으니, 최소한의 보험 장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SSG가 외국인 시장 사정상 쓸만한 선수를 도저히 데려오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면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불펜 전문 투수를 데려와 선발로 빌드업하는 시간을 들인다면 그것도 손해기 때문이다. 앤더슨도 SSG에 와 3경기는 5이닝 이내 투구로 경기 체력을 끌어올린 바 있다.
인천=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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