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산다"…딜 공백 매우는 대기업發 카브아웃
자회사·사업부 매각하는 카브아웃 증가
엑시트 빠르고 수익률 보장돼 PEF 눈독
기업들도 과감한 매각으로 신규 사업 강화
"조금만 손봐주면 크는 알짜 매물 누가 놓치겠냐"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 ‘카브아웃’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업, 중견기업 할 것 없이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서면서 본업과 거리가 있는 사업부를 떼어내거나 투자금 마련을 위한 알짜 사업 매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매력 있는 매물을 담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적극 카브아웃 딜을 검토하고 있다.
믿고사는 대기업發 매물…리스크 헤징에 볼트온까지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넘쳐나는 카브아웃 딜에 국내외 자본시장의 분위기가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카브아웃 딜은 대기업이 보유한 자회사나 사업부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나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기업 전체 사업부 가운데 특정 지분만 떼어내는 경우가 해당된다.
PEF 운용사가 카브아웃 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은 주로 대기업 계열사나 사업부로 구성된 카브아웃 딜 매물을 어느 정도 사업 기반이 갖춰진 매물이라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전략적 투자자(SI)가 관심을 두지 않아 적절한 투자를 받지 못했거나,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 쪼그라든 사업을 조금만 개편하면 외형 성장이나 마진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급속도로 높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볼트온(Bolt On·동종기업 추가 인수) 전략을 취해 성장시킬 경우 기업가치가 몰라보게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매력 포인트로 통한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빅 딜보다는 카브아웃 매물이 넘치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지금 같은 경기상황에서는 규모는 작지만 알짜인 대기업 발 매물을 인수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분산시켜 되파는 게 훨씬 안정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몸집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도 카브아웃 전략에 집중하기는 마찬가지다. 투자 호황기에는 중소·중견에 이어 스타트업 인수로 성장 액셀을 밟았으나, 침체기가 지속되자 체질개선에 나서며 본업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견고히 다지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화학 업계가 불황에 빠지자 한계 사업 정리에 나선 LG화학이 대표적이다. 저성장 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신성장 사업인 △배터리 △글로벌 신약 △친환경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LG화학은 체외진단 의료기기 사업(진단사업부)을 글랜우드PE에 1500억원대에 매각했다.
이와 더불어 IT 소재 사업부의 필름사업 중 편광판과 관련 소재 사업도 중국 기업에 매각했다. 중국 기업의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매각을 결심한 것이다. 편광판 사업은 중국 샨진 옵토일렉트로닉스에 2690억원 규모로, 편광판 소재 사업은 중국 허페이 신메이 머티리얼즈에 8292억원 규모로 양도했다. 앞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IT 소재 사업부 내 디스플레이용 필름 공장도 매각했다.
건설사와 항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신세계건설은 조선호텔앤리조트에 골프장, 물놀이 시설, 조경사업 등 레저사업부문을 매각했다. 대한한공은 항공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을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에어인천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소시어스PE다.
업계 관계자들은 SI가 본래 사업과 맞지 않다고 판단되는 영역을 과감히 매각해 차익을 내고, 재투자하는 저글링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전략·경영 컨설팅사인 커니(Kearney)의 박시영 파트너는 “경기 침체 시기에서 SI들은 저글링하는 즉, 사업 포트폴리오 (계열사 등)를 조정하기 위해 매각하거나, 외부 추가자금을 유치해 성장시키고자 한다”며 “요즘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임에도 다음 먹거리를 물색하기 위해 사업부분을 매각하거나, 외부로부터 신규 투자 자금을 투입하여 보다 큰 사업의 판으로 키우기 위해 사업을 분할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SI들도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에도 매력적인 카브아웃 딜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사모펀드 업계는 기대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SI가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에 들어갈 때나 커브아웃 매물을 인수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사업부를 내보내고, 그 사업부를 산다고 딜 클로징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실핏줄처럼 촘촘히 연결된 주력 사업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깔끔하게 잘라낼지, 어떻게 잘라내야 분사된 계열사나 사업부의 가치가 올라갈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소영 (so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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