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부추기는 상속세 제도 [신관식의 세금상식(世相)]
<편집자주> 알려면 복잡한데 밑빠진 독처럼 빠져나가는 세금. 숨어있는 절세팁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디지털타임스는 늘어난 수요에 맞춰 소비자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세금전문가 신관식 우리은행 신탁부 차장을 찾았다. 신 차장은 다양한 사례를 통한 세금 상식을 격주로 소개할 예정이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인 망자의 상속재산가액에서 채무, 각종 공제액을 차감한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세율 10%부터 50%까지 적용하는 5단계 누진과세 체계다. 재산가액이 높을수록 세금이 많다.
상속인들에게 분할되기 전 망자의 재산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이다. 일본의 상속세율도 우리나라만큼 높지만 일본은 망자의 재산이 각 상속인들에게 분할이 완료된 후 각 상속인별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다.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의 장단점을 여기서는 비교하지 않겠다. 어떤 방식이 상속인들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속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산가액에서 차감하는 공제금액 한도(면세 한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유리불리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최소 1206만 달러(2022년 기준 원화 기준 약 160억원)를 차감하여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기업가, 거액 자산가들만의 세금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학사전에는 상속이라는 용어를 여러 가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첫 번째가 바로 '뒤를 잇다' 이다. 윗세대에서 아랫세대로 재산이 이전되는 내리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공제금액은 차이가 있으나 상속인이 동세대인 배우자이든, 아랫세대인 자녀이든, 전혀 관계없는 제3자이든 세율이 똑같다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보자. 피상속인인 남편을 평생 뒷바라지하고 간병한 배우자가 피상속인의 재산 100억원을 상속받는다고 치자. 배우자 상속공제액 최대 30억원을 차감해도 배우자는 최소 28억원 정도의 상속세를 부담한다. 그 재산이 부동산이라면 취득세도 부담한다. 이후 배우자가 사망하면 자녀들이 또 상속세를 낸다.
반면, 황혼 이혼한 배우자는 법원 판결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대방 재산의 절반을 재산분할, 위자료 명목으로 가져가도 상속세, 증여세 등을 일체 부담하지 않는다. 5년 이상 혼인을 유지하고 이혼한 배우자에게는 상대방이 받았던 국민연금 중 분할연금으로 최대 절반가량을 받을 수 있게도 해준다.
우리나라는 법적인 의무를 다한 사람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있지 않다. 민법 제974조에는 직계혈족 간, 배우자 간, 생계를 같이하는 기타 친족 간 부양의 의무가 명시돼 있다. 부모님을 평범하게 일상적으로 모시면 안 된다. 부모님을 아주 극진히(특별히) 모셔야 다른 법정상속인들보다 부모님의 상속재산을 조금 더 받을 수 있다(기여분).
교수, 학자, 세무당국이 발간한 세법 책에는 세금의 특징 중 하나가 '무(無)보상성'이라고 한다. 무보상성이란 납세자가 세금을 납부해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과세권자는 납세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런 제도적 성격이 있다는 것을 세법을 공부한 사람 또는 세금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만 알지 보통의 국민들은 잘 모른다. 세금을 많이 낸 만큼 충분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우리나라 상속세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있다. 충분한 보상은커녕 이중과세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인 망자는 살아생전 개인 사업을 하면서 소득세, 부가가치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을 충실히 납부했다고 가정하자. 5년 단위로 세무조사도 정기적으로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이 사람은 세금을 내고 남은 돈으로 재산을 축적했을 것이다. 그런데 죽을 때 이 재산에 대해 최대 50%(대기업의 경우 할증 시 최대 60%)의 상속세를 뗀다. 그동안 성실히 납부한 세금에 대한 보상은 일체 받을 수 없다. 이런 구조라 사업하는 사람들은 상속세가 높다고 하는 것이다. 탈세, 세금회피 등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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