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한파, VC의 선택은]② 문여정 IMM인베 전무 “국내 바이오벤처 글로벌 주목도 높아져... 상장 문턱 낮춰야”
바이오 기술 수준 역대 최고
해외 기술이전 성과 속속 시작
”바이오벤처 상장 문턱 낮춰야”
“그 바이오벤처에 IMM인베가 들어갔어? 그럼 우리도 투자합시다.”
IMM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금으로만 1300억원을 받은 오름테라퓨틱, 임상 1상과 동시에 미국으로 기술이전을 이룬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등을 일찌감치 발굴했다.
IMM인베스트먼트의 바이오벤처 투자 중심에는 문여정 벤처투자2본부장(전무)이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까지 취득한 문 본부장은 2016년 의사 출신 1호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전환했다. “투자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겠다”는 포부였다.
의사 출신의 바이오벤처 투자는 통했다. 2022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해 시가총액 1조원의 상장사로 올라선 인공지능(AI) 영상진단 솔루션 기업 루닛이 대표적 성과다. 그는 “루닛의 기술은 의사의 진단 정확도를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가 봐도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림프종 3차 치료제 시장을 두고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경쟁하는 국내 바이오벤처 큐로셀도 문 본부장이 조기에 발굴했다. 약가는 3억5000만원으로 같은데 생산공장은 국내에 있고, 시장성도 충분하다고 봤다. 큐로셀은 작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문 본부장은 고금리로 바이오벤처 투자가 위축된 현재도 여전히 사람을 살릴 바이오벤처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하루 평균 5번의 미팅을 진행한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경쟁력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최고다”라는 문 본부장을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바이오벤처가 그 어느 때보다 외면받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로 한정할 경우 이들은 안정적인 매출이 없다. 신약 개발을 최대 목표로 두고 자금을 끌어와 지속 투자하는 게 바이오벤처다. 그런데 고금리 지속으로 비용의 지불 자체가 어려워졌다. 돈의 비용이 비싸다 보니 미래를 기다리는 게 힘들어졌다.”
─고금리 시대 투자 기준은 어떻게 되나?
“될 만한 기업을 더 열심히 찾는다. 신약과 디지털 헬스케어에 투자하는 VC 업계 평균 비중이 각각 7 대 3이라면, 우리는 혁신 신약과 AI 헬스케어 투자 비율을 반반으로 가져간다. 첫 투자가 루닛이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 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는 게 핵심이다.”
─혁신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도 미래가 있나?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경쟁력 있는 시기라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연간 200개 바이오벤처가 창업했다. 이후 시리즈A 투자유치를 100곳이 받고, 이 중 80곳이 다시 시리즈B를 받은 후 60곳이 시리즈C를 받아 10곳이 상장했다면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시리즈B로 갈 수 있는 기업의 수 자체가 20곳도 안 된다. 이후 시리즈C는 15곳 기업 정도만이 받을 수 있는 시절이 됐다. 다만 이들 15곳 기업은 상장도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보다 투자유치는 어렵지만, 좋은 기업은 더 많아졌다.”
─좋은 기업이 많아진 이유가 있나?
“지금의 바이오벤처 시장을 바이오 2.0으로 본다. 주로 2016~2018년 창업해 사업화를 어느 정도 이룬 기업들로, 대표이사들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글로벌 제약사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후보 물질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사업개발(BD) 경쟁력도 갖췄다.”
─BD 경쟁력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
“과거 바이오벤처 창업 1세대들은 시장 소통보다는 기술 자체의 개발에만 관심을 뒀다. 임상 전략은 어떻게 펼지, 어디와 손잡고 개발할지에 대한 관심은 사실 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후보물질을 더 잘 개발할 수 있을지를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BD는 성과가 나고 있나?
“국내 바이오벤처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벤처에는 돈이 몰리듯 미국의 바이오벤처에도 될성부른 곳에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들 바이오벤처가 국내 바이오벤처의 후보물질을 사가는 시절이 왔다.”
─바이오벤처가 바이오벤처의 후보물질을 찾는다는 말인가?
“미국은 바이오 전문 VC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기획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기획 창업 회사는 항암신약 개발 방식을 미리 확정해 전 세계에서 후보물질을 쓸어오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이들 기획 창업 바이오벤처로 국내 바이오벤처 후보물질이 팔리는 시대가 됐다.”
─사례가 있나?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HK이노엔과 공동으로 개발한 이중항체 기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IMB-101′이 임상 1상 단계에서 미국의 기획 창업 바이오벤처에 기술이전됐다. 시리즈A 투자 유치도 못 한 기업처럼 보이지만 뒤에 RA캐피탈매니지먼트라는 거대 VC가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하겠다.
“이 같은 사례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경쟁력이 저분자의약품(스몰몰레큘)인데, 이를 항체의약품과 합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식이 조명을 받으면서 국내 바이오벤처의 후보물질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1월 오름테라퓨틱은 자체 개발한 ADC로 다국적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에 임상 1상 단계의 백혈병 치료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했다. 전체 계약 규모의 절반 이상인 1300억원을 계약금으로 받기도 했다. 이는 기술이전 계약금으로는 역대 최대다.”
─다른 VC들도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올해 바이오 벤처 투자 규모는 4년 만에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기획 창업의 국내 바이오벤처 관심이 투자금 회수를 보증할 것이라는 확신이 아직 없는 탓이다. 기술이전을 이룬다고 한들 해당 바이오벤처가 쉽게 상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거래소 등 주식시장에서 바이오벤처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좋지 않다.”
─최근 바이오벤처 상장사들의 주가는 좋은 흐름을 보인다.
“좋은 기업의 주가가 더 많이 올라야 한다. 과거엔 바이오기업 한 곳의 호재가 바이오 종목 전반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악재성 공시나 뉴스가 나오면 바이오 종목 전반의 주가가 내려갔지만, 지금은 그나마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장 문턱을 낮춰 좋은 기업은 빠르게 상장시켜 줘야 한다. 바이오벤처 상장 후 주주 피해 발생 시 해당 회사만 빠르게 퇴출 시키고, 좋은 기업의 신규 상장은 그대로 진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투자금 회수 방안이 막히다 보니 신규 투자도 안 되고 있다.”
─바이오벤처 투자 위기는 언제까지로 보고 있나.
“국내 바이오벤처들의 기술 개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의료대란으로 임상이 일제히 중단되고 AI 헬스케어 기업들의 매출도 순연되고 있다는 점인데, 기술 개발 성과가 주가에 반영되고 상장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나타나면 곧장 바이오 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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