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日 도쿄돔③] 민희진·하니, 마쓰다 세이코 '푸른 산호초' 커버 의미

이재훈 기자 2024. 6. 2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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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을 넘나드는 아이돌의 정반합 해석"
"특정화된 기표에서 다양한 함의 끄집어내"
"한일 양국서 Z세대·중년 세대 아울러"
[도쿄=뉴시스]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NewJeans)' 멤버 하니가 2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Bunnies Camp 2024 Tokyo Dome)'에서 1980년대 일본 국민 아이돌로 통한 마쓰다 세이코의 히트곡 '푸른 산호초(1980·青い珊瑚礁)'를 부르고 있다. (사진 = 어도어 제공) 2024.06.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이~! 어이~! 어이~!"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NewJeans)' 멤버 하니가 선보인 일본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히트곡 '푸른 산호초(1980·青い珊瑚礁)' 커버 무대는 화룡정점이었다.

뉴진스가 지난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친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Bunnies Camp 2024 Tokyo Dome)'에서 여러 하이라이트가 있었지만, '푸른 산호초'는 가장 크게 주목할 만한 대목 중 하나였다.

베트남·호주 이중국적을 지닌 채 한국을 기반으로 삼는 K팝 아이돌이 1980년대 일본 대표 아이돌의 메가 히트곡을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며 부르는 장면은 특별한 정경이었다. 하니가 첫 날 입은 세인트제임스 풍 줄무늬 티셔츠에서 바다의 파도가 뭉근하게 넘실댔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영상이 공유되며 크게 화제가 됐는데, 이 노래를 선곡한 뉴진스 총괄 프로듀서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도 "응원법까지 등장했다"며 놀랄 정도였다.

그렇게 하니의 '푸른 산호초'는 일본 경제부흥의 절정이었던 쇼와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일본 국민 아이돌에 대한 향수, 복고를 신선하게 여기는 Z세대 , 새로운 음악을 찾는 타국의 음악 팬들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줬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저서 '당신이 알아야 할 일본가수들'에서 마쓰다 세이코의 두 번째 싱글인 '푸른 산호초'에 대해 "지금도 '노래 잘하는 아이돌'로 인식될 만큼 좋은 음색과 가창력으로 어필한 그였지만, 여기에 청량함을 배가시킨 멜로디와 순정을 가득담은 가사는 '세이코짱' 신드롬에 불을 붙였다"고 짚었다.

"이 곡이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로 자리 잡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돌 신의 계보는 그렇게 공식적인 후계자를 맞이함과 동시에 시장의 확장을 도모했다"면서 "보고만 있어도 어느새 헤벌쭉 미소를 짓게 되는 그의 손짓 하나 눈짓 하나에 음악 신의 개혁을 일구어냈던 명망 높은 뮤지션들이 잠시 공식적인 후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런 이미지를 하니가 그대로 재현했고, 국적을 넘나드는 아이돌의 정반합 해석으로 음악 팬들이 특정화된 기표에서 다양한 함의를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민 대표의 플레이 리스트 등을 보면 그녀는 야스코 아가와 '시네마' 등 1980년대 일본 여성 가수들에 대한 관심이 원래부터 지대했다. 그런데 거슬러 올라가면 민 대표가 좋아하는 음악의 원류는 따로 있다. 모든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듣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유형은 재즈 라운지다. 보사노바의 상징과도 같은 '이파네마 소녀'(The Girl From Ipanema)'를 부른 아스트루지 지우베르투(Astrud Gilberto)를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꼽는다.

지난해 일본 패션 잡지 '뽀빠이' 7월호 서울 특집에 실린 민 대표의 인터뷰는 짧지만 그 안에서도 그녀의 음악적 인식이 잘 드러났다. 일본 시티팝의 계보를 분명히 짚어내며 독자적인 뉴진스의 음악적 방향을 분명히 했다.

[도쿄=뉴시스]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NewJeans)'가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Bunnies Camp 2024 Tokyo Dome)'를 펼치고 있다. (사진 = 어도어 제공) 2024.06.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민 대표는 해당 인터뷰에서 자신이 좋아했던 일본 문화라면 "60년대 브라질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재지(Jazzy)한 곡들이나 AOR('어덜트 오리엔티드 록(Adult Oriented Rock)' 혹은 '앨범 오리엔티드 록(Album Oriented Rock)'이라 불리며 솔(soul)과 펑크의 기운이 가미된 부드러운 록을 주로 가리킴) 스타일의 음악을 예로 들 수 있다"고 했다. AOR은 1960년대 말께 서구 팝 시장에서 모타운 스타일의 솔과 블루스 음악에 다양한 장르, 전자음악 장비 등이 섞이면서 탄생했다. 일본 시티팝에도 영향을 준 음악이다. 마쓰다 세이코도 일부에선 시티팝 가수로 분류한다.

또 민 대표는 1990년대 초반에 발생한 J팝인 '시부야케이' 스타일의 음악도 꼽으며 프렌치팝, 보사노바, 라운지 등 펑키한 장르가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민 대표가 어도어라는 회사 이름을 지으면서 AOR에서 영감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또 이번 팬미팅에서 민지는 일본 Z세대 인기 가수인 바운디의 '무희', 혜인은 1980년대 인기를 누린 다케우치 마리야의 '플라스틱 러브' 등을 재해석했다.

민 대표와 뉴진스의 솔로 커버 무대가 빛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7월 서울에서 열린 첫 팬미팅 '버니즈 캠프' 당시에도 멤버들은 인상적인 커버곡들을 들려줬다.

민지의 '위잉위잉'(원곡 혁오), 하니의 '어제처럼'(원곡 제이(J)), 다니엘의 '파리스 인 더 레인(Paris In The Rain)'(원곡 라우브(Lauv)), 해린의 '기억을 걷는 시간'(원곡 넬), 혜인의 '청춘'(원곡 우효) 등이었다.

뉴진스의 일본 데뷔 싱글 '슈퍼내추럴' 발매를 기념해 시부야에서 열리고 있는 팝업에선 뉴진스의 히트곡뿐 아니라 이들이 재해석한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도 흘러나왔다. 뉴진스는 이렇게 오래되고 새롭다. 한국과 일본의 Z세대와 중년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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