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더비? 허락받아야 해요" 오타니, NL 홈런 1위인데 마음대로 못한다...로버츠 감독 "수술했잖아"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27일(이하 한국시각) 구단 역대 최다인 10경기 연속 타점 행진에 성공한 뒤 현지 매체들에 "주자가 있는 상황이 굉장히 많았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좋은 타격을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런 결과(10경기 연속 타점)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찬스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발 에릭 페디로부터 날린 솔로홈런은 풀카운트에서 6구째 한복판 커터를 끌어당긴 것이다. 타구속도 113.9마일, 비거리 437피트였으니, 배트에 제대로 걸린 홈런이었다. 뿐만 아니라 오타니는 이날 2개의 볼넷도 얻어냈다. 출루하려고 노력한다는 건 공을 신중하게 고르는 데서 잘 나타난다.
페디는 오타니의 연속경기 타점 기록에 대해 "마운드에서 던질 때 그런 기록에 관해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계획을 갖고 들어가서 그대로 실행하려고 노력했다"며 "풀카운트에 몰렸으니,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는 리드오프다. 그가 출루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는 파워를 갖고 있다. 그래서 얻어맞았다"고 설명했다.
정면 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고, 스트라이크를 던진 것이 큰 것으로 연결됐다는 뜻이다.
오타니는 6월 들어 23경기에서 타율 0.310, 11홈런, 23타점, 24득점, 출루율 0.425, 장타율 0.736을 마크 중이다. 리드오프로는 벌써 6개의 홈런을 터뜨렸고, 1회 선두타자 홈런은 시즌 3호, 통산 9호까지 마크했다. 올시즌 첫 '이 달의 선수(Player of the Month)'가 유력하다.
10경기 연속 타점을 올리는 동안 타율 0.444(36타수 16안타), 8홈런, 17타점, 11볼넷, 출루율 0.563, 장타율 1.194을 기록했다. MLB.com은 이에 대해 '연속 경기 타점 기간에 올린 숫자들은 비디오 게임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다'고 표현했다. 만화가 따로 없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상대투수는 오타니가 좋아하는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지면 여지없이 두들겨 맞는다. 그가 보여주고 있는 타석에서의 엄격함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타자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런 로버츠 감독에 오타니는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로버츠 감독은 그래서 오타니가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하는 것을 적극 만류하겠다는 입장이다. 혹여 오타니가 다치기라도 하면 올해 계획한 모든 일들이 틀어질 수 있다. 이런 애지중지도 없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오타니가 홈런 더비에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프리배팅이라는 게 홈런을 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수십 번의 스윙을 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가을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오타니의 경우 과도한 스윙이 재활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로버츠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오타니가 참가하는 건 한편으로는 야구에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즉 다저스 감독의 입장에서는 집중력을 갖고 상당히 많은 스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오타니는 팔꿈치 재활을 진행 중이지 않은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오타니의 입장은 어떨까. 오타니는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구단 뿐만 아니라 의사와 트레이너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로버츠 감독은 "난 선수에게 '그렇게 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수술은 또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변수"라고 했다. 오타니에 불참을 강력 요구할 것이라는 얘기다.
오타니가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한 것은 2021년이 유일하다. 그해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홈런 더비에서 후안 소토(당시 워싱턴 내셔널스)와 1라운드에서 맞붙어 연장 끝에 28대31로 패했다. 당시 오타니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500피트 이상의 홈런을 6개나 날리며 역대 단일 대회 최다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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