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안보 품목 300개로 확대···한미일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최우선 협력"
물류·사이버보안 등 신규 지정
5조원 규모 '공급망 기금' 가동
공동선언에 中 특정 안했지만
광물 통제 '비시장 관행' 규정
한미일 3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분야 공급망 강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대(對)중국 수출통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자유시장경제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간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핵심 광물의 수출통제 등으로 무역 상대국을 압박하는 행위에 대해 3국이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3국 간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민간 기업 주도의 경제협의체도 출범하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경제 분야로 본격 확산할지 주목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대신은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일 첫 산업장관회의를 열고 공급망 문제 및 역내 경제안보 등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이 캠프데이비드회의에서 산업장관회의 정례화를 합의하면서 개최됐다.
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의 공동 목표는 3자 메커니즘을 활용해 핵심·신흥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3국의 경제안보와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광범위한 비시장 정책과 관행으로 인해 전략 품목의 잠재적인 공급망 취약성을 파악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이 시급하다”면서 “전략 품목의 특정 공급원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무기화되는 것에 관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명시했다.
공동선언문에 ‘중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견제하는 문구로 해석된다. 장관들은 갈륨과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 분야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수출통제에 대해서도 ‘비시장 관행’으로 규정했다. 한미일은 산업장관회의를 매년 개최하고 3국 장관 간 논의 사항을 진전시키기 위해 실무급 협력도 지속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안 장관은 “향후 한미일 산업장관회의가 3국 간 산업 협력을 심화·발전시키고 글로벌 리스크에 공동으로 대응해나가기 위한 제도적 기반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미국 상공회의소,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등 3국 민간 경제단체도 같은 날 미국 워싱턴DC 에서 ‘제1차 한미일 비즈니스 대화’를 열고 민간 경제계 협의체의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3국 경제단체 대표들은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경제안보·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경제안보 품목을 200여 개에서 300개로 확대하고 서비스 부문으로 물류(해운·항공), 사이버 보안 등 2개 분야를 신규 대상으로 지정하는 ‘공급망 안정화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5조 원의 공급망 기금을 가동시켜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지원 대상에 공급망 안정화와 관련한 핵심 기술도 포함할 방침이다.
경제안보와 관련한 구체적인 품목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대외비’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안보 품목은 3단계 등급 체계로 지원된다. 1급은 특정국 의존도가 절대적이고 국내생산·대체수입이 곤란하거나 산업 중요도가 높은 품목이다.
선도 사업자에 대한 재정·세제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기존 R&D 투자 세액공제 지원 대상에 공급망 안정 핵심 기술도 포함시키고 외국 자회사를 통한 해외 자원 취득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 지원 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생산한 자원을 국내에 도입 시 관세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그동안 운송료 지원이 있었던 요소 등에 대해서도 국내 생산 시 보조금을 주는 방안 등에 대해 생각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경제안보 품목 관련 유턴기업 또는 외국인투자기업이 국내 투자를 할 경우에는 공급망 기금으로 시설투자·지분인수 등에 대해 금융 지원할 계획이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세종=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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