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동양-ABL' 합병..자산운용 이어 보험에도 쓴다
우리금융그룹이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보유 중인 국내 보험사 2곳의 '패키지인수'를 추진한다. 우리금융은 이미 다자그룹으로부터 자산운용사 2곳을 인수해 합병한 경험이 있다. 보험사 인수 추진에도 당시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M&A(인수합병)의 핵심은 동양생명의 매각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5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실사를 마친 후 구체적인 인수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보유 중인 다자보험은 ABL생명을 매각한 후 동양생명을 매각할 계획을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추진한 ABL생명 매각에 진전이 없으면서 동양생명 매각도 뒤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우리금융에서 동양생명을 묶은 '패키지 인수'를 제안하자 MOU를 맺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후 합병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총자산 규모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각각 32조8957억원(7위), 17조3846억원(13위)으로 두 회사의 총자산을 단순 합산하면 50조원을 넘어서면서 생보업계 6위로 올라선다.
우리금융은 다자보험으로 흡수된 안방보험과 이미 M&A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19년 우리금융은 지주회사 출범한 직후 안방보험으로부터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해 각각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했다. 이후 지난 1월 두 회사를 우리자산운용으로 통합해 시장 순위 10위로 도약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적극적으로 다양한 보험업권 인물들을 만나며 보험업 진출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 후 합병한 그림과 비슷한 형태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가 같았던 만큼 두 회사를 합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업체를 인수한 후 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는 전략은 증권업에서도 진행 중이다. 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과 합치는 방식으로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준비 중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우리금융은 경쟁 금융그룹과 비교해 자금 여력이 낮다. 지난 1분기 실적 때 우리금융이 밝힌 자금 여력은 1조8000억원이다. 최근 발생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감안해도 2조원 안팎이 안정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매입가이다.
매입가는 자산규모가 크고, 재무 상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동양생명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06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1조원 중반대의 매각가가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쳐 2조원 안팎으로 인수할 수 있다면 우리금융에서도 베팅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보험사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업계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인수를 희망하는 보험사 직원들은 기대감을 갖지만 우리금융에 우선순위를 뺏기면서 M&A를 통해 덩치 키우기를 희망했던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내부에선 아쉬움도 드러났다.
ABL생명 매각 후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동양생명은 그동안 보고펀드와 외국계 등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던 만큼 국내 금융지주사에 인수될 경우 고용 안정성에 대한 기대감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도 없지만 처음으로 실사 대상이 된 만큼 기대감도 있다. 1989년 동양그룹 소속이었던 동양생명은 2010년 최대 주주가 보고펀드로 바뀐 후 2015년에는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됐다. 안방보험의 부실로 2018년부터 중국 정부가 위탁경영했으나 2020년에는 다자보험 그룹으로 또다시 주인이 바뀌었다.
반면 오는 28일 매각 본입찰을 앞둔 롯데손해보험 직원은 매각 성사에 주목한다.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대신에 생보사 인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롯데손보 예비입찰에 우리금융뿐 아니라 다수의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PEF)가 참여했지만 일부 직원은 금융지주 인수를 희망해왔다.
하나금융지주 계열 내에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일부 있다. 하나금융은 생보사와 손보사를 두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알짜 매물인 동양생명 인수 기회를 뺏기면서 하나금융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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