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대학원생이라는 노동자’가 연구하는 방법

박다해 기자 2024. 6.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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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가 성적이 좋은 한 대학생에게 문자를 보내 밥을 한끼 같이 먹자고 청한다.

이런 현실은 학문을 연구하고 글쓰기를 통해 지식을 생산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거듭 되묻게 한다.

하지만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은 주요 의제가 되지 못한다.

2018년 대학원생노동조합이 출범했지만 이들의 '정치적' 활동을 경계하는 걸림돌도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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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가 세상에 말을 건네는 방법
대학원생·연구자의 글쓰기와 조직 운동
구슬아 지음 l 연두 l 2만4000원

대학 교수가 성적이 좋은 한 대학생에게 문자를 보내 밥을 한끼 같이 먹자고 청한다. 그 자리에서 교수는 이렇게 제안한다. “자네, 혹시 대학원에 들어올 생각은 없나?” 온라인에 이런 사연이 올라오면 ‘도망쳐라’ 또는 그의 안타까운 미래를 애도하는 댓글들이 달린다. ‘밈’처럼 굳어진 이런 분위기는, 어쩌면 대학원생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연구자로서 생산한 지식의 가치는 제값을 받기 어렵고 이들이 학교 안에서 수행하는 노동은 외면받는 현실 말이다.

온라인에는 인정욕구가 가득한 글들이 난무하고 유튜브만 봐도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다. 이런 현실은 학문을 연구하고 글쓰기를 통해 지식을 생산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거듭 되묻게 한다. 더 나아가 연구자들은 이런 “진리 탐색의 결과물”을 자신의 것으로만 남기지 않고 “타자를 향한 말 건네기”로 이어가야 한다는 고민도 안고 있다.

대학원생의 또다른 정체성은 ‘노동자’다. 조교와 학회 간사 업무 등과 같은 이들의 노동에 기반해 대학과 학계는 유지·재생산된다. 하지만 대학원생의 ‘노동자성’은 주요 의제가 되지 못한다. 2018년 대학원생노동조합이 출범했지만 이들의 ‘정치적’ 활동을 경계하는 걸림돌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영원히 ‘미성숙한 피교육자’로 남을 순 없다. 책은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글쓰기’와 ‘조직운동’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연구하는 활동가’ 또는 ‘운동적인 연구자’로서 살아온 저자의 경험을 담았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세상에 말 거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발 딛은 곳을 바꾸고자 노력해 온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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