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모두의 과학’을 나눠요 [책&생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양이가 상자를 좋아하듯이(심지어 작은 상자라 들어가지지도 않는데 앞발만이라도 집어넣듯이) 어렸을 때부터 구석진 곳을 좋아했어요.
물리를 전공했고 과학강사로 활동하다 '짱박히기' 좋은 다락 같은, 열린 랩실이면서 소통의 공간을 고민하다 책방을 열게 됐습니다.
과학책방 사이는 호기심이 충만한 어린이부터 이공계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 만물의 작동원리가 궁금한 어른들까지 '모두의 과학'을 지향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상자를 좋아하듯이(심지어 작은 상자라 들어가지지도 않는데 앞발만이라도 집어넣듯이) 어렸을 때부터 구석진 곳을 좋아했어요. 성격이 음침해서가 아니라 가구 옆 빈 공간이나 소파 뒤쪽 같은 구석진 곳에 있으면 엄마 자궁 같은 안정감이 느껴져서인 듯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다락방이었습니다. 옛날 집에는 오늘날 시스템 붙박이장의 원조라고 할 만한 벽장이나 다락이 있었죠. 붙박이장에는 주로 이불 같은 걸 넣어뒀는데 거기에 푹 파묻히면 아늑했고, 온갖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다락은 보물창고 같았습니다. 그런 공간에서 책을 읽고 멍때리고 간식을 먹다 어른들한테 혼나기도 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구석진 공간에 ‘짱박히면’ 안정감을 느껴요. 탁 트인 너른 공간도 좋지만 온갖 잡동사니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읽을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책방은 안성맞춤입니다.
작년 2023년 2월 세종특별자치시 나성동 ‘구석’에 문을 연 ‘과학책방 사이’입니다. 너와 나 ‘사이’, 함께 책 읽는 우리 ‘사이’, 지식과 지혜 ‘사이’, 지붕과 방 혹은 벽과 방 ‘사이’ 그리고 과학(science)의 ‘사이’(sci)를 지향하는 책방입니다. 물리를 전공했고 과학강사로 활동하다 ‘짱박히기’ 좋은 다락 같은, 열린 랩실이면서 소통의 공간을 고민하다 책방을 열게 됐습니다. 독립서점·지역서점도 좋지만 가장 좋아하고 자신있는 과학기술공학 영역만 특화한 과학책방입니다. 전국에는 5곳의 과학·수학 전문서점이 있습니다. 올해 4월 대한민국 과학축제에서 인연을 맺고 한 달에 한 번 각 책방지기가 책을 추천하고 동시에 전시판매하는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는 일회성으로 방문해 책을 사고 오다가다 들러 차를 마실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필사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 성인·청소년 대상 독서 모임, 성인·청소년 대상 강독(음독) 모임, 에스에프(SF) 영화와 책, 수학으로 보드게임 같은 지속적으로 참여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팬’을 확보해가고 있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문학이나 인문사회에 끼워팔아도 어려울 것 같은 과학만 한다고 하면 너무 매니악하지 않나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과학은 이제 일상입니다. 과학은 모두가 누리고 있는 문화입니다. 과학책방 사이는 호기심이 충만한 어린이부터 이공계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 만물의 작동원리가 궁금한 어른들까지 ‘모두의 과학’을 지향합니다.
과학책방이지만 종종 책방지기의 취향에 따라 ‘사잇길’로 새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해 두 번이나 작가(소설가와 여행작가) 초청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과학책방이지만 과학만 있는건 아닙니다. 지속적인 관계를 위한 독서 프로그램이 있고 지역의 열린 소통공간으로 소모임을 운영하기 위한 매개, 징검다리, 연결매듭으로서의 과학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책방지기는 책장과 책 사이, 그 어느 구석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종/글·사진 오유미 과학책방 사이 대표
과학책방 사이
세종특별자치시 국세청로 32 마크원애비뉴 A402호
instagram.com/booknsci2023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무너진 코리안드림…생일날 사준 화장품도 못 써보고 떠난 아내
- 숨진 41살 쿠팡 기사 “개처럼 뛰고 있어요”…밤샘 주63시간 노동
- 주말 100㎜ 넘는 장대비 온다…습식 사우나 ‘찜통 더위’
- 한국 석탄 49% 캐낸 88살 탄광 문 닫는다…내년 이후 1곳뿐
- 박지성 “안 맞았으면 축구 더 잘했을 것”…손웅정 논란 속 재조명
- 김진표 “윤,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말해…깜짝 놀랐다”
- “‘라인 강탈’ 반일 프레임 넘어 ‘플랫폼 주권’ 근본적 고민을”
- [책&생각] 베르베르 소설에 ‘충무공 이순신’이 등장한 까닭
- 이해인 “연인 사이” 성추행 해명…피해자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
- ‘노루오줌’은 유럽의 결혼 부케 꽃…해리 왕자 결혼식에도 [E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