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글쓰기도 노동이다

최원형 기자 2024. 6. 28.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의 1세대 페미니즘 작가 틸리 올슨(1912~2007)은 집안일·육아에 붙들린 여성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 지난 26일, '작가노조 준비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글쓰기도 노동"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글쓰기는 "불안정 노동, 하청 노동, 종속적 노동"이기에 "작가들은 글쓰기 노동뿐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 및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두 번째) 노동을 겸해야만 한다"는 말에서도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거리
미국의 1세대 페미니즘 작가 틸리 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국의 1세대 페미니즘 작가 틸리 올슨(1912~2007)은 집안일·육아에 붙들린 여성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자본주의·가부장제 아래에서 다른 것들을 희생시켜가며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대가’들과 달리, 노동계급·무학자·유색인·여성은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잘 알았거든요. 올슨은 창조적인 힘은 신비로운 게 아니라 계급·젠더·인종이 교차하는 물질적인 환경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올슨의 책 ‘침묵’(1978)이 나왔을 때, 캐나다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는 당시 ‘뉴욕타임스’ 서평에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천재에게 다락방이 좋고 예술가는 천국에서 만들어지며, 신이 그들을 보살필 거라는 믿음이 위안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틸리 올슨처럼 작가는 지상에서 길러지고, 누구도 반드시 그들을 보살피지는 않는다고 믿는다면, 사회는 문학의 길에서 무엇을 생산하고 무엇을 생산하지 못하는가에 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동등한 우리’에서 인용)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 지난 26일, ‘작가노조 준비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글쓰기도 노동”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고매한 예술’, ‘숭고한 창조’, ‘고독한 분투’라는 질긴 수사를 찢고 나”왔다는 말에서, 창조성에 대한 저 올슨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글쓰기는 “불안정 노동, 하청 노동, 종속적 노동”이기에 “작가들은 글쓰기 노동뿐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계약 및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두 번째) 노동을 겸해야만 한다”는 말에서도요. 작가노조는 내년 5월 출범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부디 단단한 연대를 이루길 응원합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