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발광체

한겨레 2024. 6.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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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으로 돌이 굴러온다.

어디서 굴러온 돌일까.

걷다보니 또 돌이 굴러온다.

나는 간곡한 돌을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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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으로 돌이 굴러온다. 어디서 굴러온 돌일까. 쥐어보니 온기가 남아 있다. 가엾은 돌이라고 생각하며

걷다보니 또 돌이 굴러온다. 하나가 아니라면. 거듭해서 말해져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나는 간곡한 돌을 쥐고 있다. 바닥을 살피며 걷는 버릇이 생겼다.

돌이 온다 또 돌이 온다. 주머니는 금세 불룩해진다. 더는 주워 담을 수 없는데 계속해서 굴러오는 돌이 있어서. 나는 돌의 배후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무거운 돌은 무서운 돌이 된다.

사방에서 돌들이 굴러온다. 굉음을 내며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모르는 돌은 무한한 돌.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돌의 의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안희연의 시집 ‘당근밭 걷기’(문학동네시인선 21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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