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베르베르 소설에 ‘충무공 이순신’이 등장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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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들머리 11살 두 소녀 이야기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
과학실험 시간 생쥐를 해부하라는 교사 지시를 거부해 벌로 혼자 교실에 갇힌 니콜 오코너.
이 두 소녀가 성장해가며 흡사 체스 게임 하듯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국제 정세와 사건에 개입하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유의 입담으로 펼친 것이 두 권짜리 신작 '퀸의 대각선'(La diagonale des rein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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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l 열린책들 l 각 권 1만6800원
소설 들머리 11살 두 소녀 이야기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
과학실험 시간 생쥐를 해부하라는 교사 지시를 거부해 벌로 혼자 교실에 갇힌 니콜 오코너. “선생님이 하라는 ‘짐승 같은’ 짓”을 곱씹다 니콜은 대형 케이지 안 생쥐 640마리를 풀어버린다. 호주 멜버른, 제임스 쿡 중학교는 발칵 뒤집힌다. “이게 다 선생님이 날 교실에 혼자 감금해서 벌어진 일이야. (…) 혼자 있는 걸 ‘못 견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같은 날 미국 뉴욕의 한 중학교.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한 동급생 여자를 집단 괴롭히는 학생들에게 소화기를 난사한다. 학교가 뒤집어진다. 모니카는 침묵할 따름. “저렇게 여럿이 떼를 지어 한 사람에게 달려드는 건 참을 수 없어.” “난 혼자 조용히 있는 게 좋아.”
이 두 소녀가 성장해가며 흡사 체스 게임 하듯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국제 정세와 사건에 개입하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베르나르 베르베르 특유의 입담으로 펼친 것이 두 권짜리 신작 ‘퀸의 대각선’(La diagonale des reines)이다.
흔한 말로, 군중은 배를 띄우기도 가라앉히기도 한다. 천재적 능력의 전략가가 되어가는 두 소녀는 소싯적 일화처럼 군중의 그 양면을 각기 대변한다. 모니카가 군중을 통치하는 지도자 개인 역량을 신뢰한다면, 니콜은 권력자를 침몰시키는 군중의 힘을 신봉한다.
체스 국제 경기에서 둘은 처음 만난다. 12살 되던 1972년, 폰(말하자면 ‘졸’)으로 퀸을 옥죄는 전략과 퀸으로 판을 휩쓰는 전략(모니카)이 맞서 니콜이 첫 승리 한다. 미국인(보비 피셔)이 처음 결승에 올라 당시 세계 챔피언이던 소련의 보리스 스파스키를 꺾은 해다. 소련은 그때부터 붕괴되었다는 말까지 나왔던 세기의 대회. 하지만 1978년 런던 경기에선 모니카가 이긴다. 대신 아이알에이(IRA, 아일랜드 무장단체)의 테러 협박에 따른 장내 압사 사고로 모니카는 엄마를 잃는다.
직후 둘은 영국 정보기관과 아이알에이의 전략가로 발탁, 체스판에서 현실 정치판으로 옮겨간다. 미·소 대결, 아프가니스탄 전쟁, 9·11 테러 등 굵직한 현대사에 개입한다. 역사는 그대론데 은막 뒤 둘의 대결을 극적으로 삽입해 반세기 분쟁사를 눈앞에 펼치고 본질을 감각시킨다.
서구 중심적 관점과 서사의 한계가 있을 법하다. 하지만 베르베르의 여러 작품 속 현인과 같은 가공인물 에드몽 웰즈가 집필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삽화로 활용해 세계와 보편성을 확장한다. 군중의 양면성을 역동적으로 증거하는 현장들 사이, ‘지도자’의 실사례인 듯 충무공 이순신이 등장한다.
되레 우려되는 점은 분쟁과 대결 중심의 작품 역사관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현실이라면야. 전미연 번역가가 짚은 대로 베르베르 “최초의 사실주의적 소설”이니까 말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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