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를 믿습니까? 경영권 세습은 당연한가요?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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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실력이야. 억울하면 네 부모를 원망해!" 국정 농단을 일으켰던 최서원(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 한마디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저자는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 등에서 나온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다른 나라에 견줘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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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이데올로기
수저 계급 사회에 던지는 20가지 질문
조돈문 지음 l 한겨레출판 l 2만3000원
“돈도 실력이야. 억울하면 네 부모를 원망해!” 국정 농단을 일으켰던 최서원(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 한마디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촛불정국 당시 시민들은 이런 불평등 사회에 대해 분노하며 “말은 못 사줘도 좋은 나라는 물려줄게”라며 거리에 나섰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그때보다 더 공정하고 평등해졌는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인 조돈문 가톨릭대 명예교수가 쓴 ‘불평등 이데올로기’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의 현주소를 짚고 해결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 등에서 나온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다른 나라에 견줘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다. 그 결과, 한국의 상위 10% 소득 집단은 전체 국민소득의 46.5%를 점유하여 자신의 몫의 5배 가까이 버는 반면, 하위 50%는 전체 국민소득의 16%를 점유하며 자신의 몫의 1/3도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한다. 또 한국 사회는 서유럽보다는 불평등 수준이 높고 불평등이 심각한 미국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처럼 데이터를 토대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한 뒤, 저자는 ‘불평등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한국 사회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저자는 “모든 사회의 역사는 이데올로기 투쟁과 정의 추구의 역사”라고 말하는 피케티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불평등 체제 역시 ‘불평등 이데올로기’와 ‘평등 이데올로기’의 산물로 바라본다. 정유라의 말은 우리 사회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우세해졌음을 의미하지만,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불만이 촛불항쟁 등으로 번지는 것처럼 아직 우리 사회는 ‘평등 이데올로기’와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짚는다.
평등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 현실에서 실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불평등은 없다’ ‘불평등 있어도 낙수효과 등이 있어 정당하다’ ‘평등 사회는 불가능하다’라는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내세우는 명제들이 단단한 벽처럼 서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명제를 하나씩 하나씩 깨부수면서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색한다. ‘인천국제공항 사태’ 때의 프레임 전쟁, 삼성의 지배·경영권 세습 문제 등 구체적 사례를 들어 불평등 문제와 연계해 설명해주니 훨씬 이해하기 쉽고 우리 사회의 모순도 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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