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찾지 않는 책, 미래가 없다? ‘더 머니북’과 ‘텍스트힙’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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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토스는 지난달 말 'THE MONEY BOOK(더 머니북)'이란 책을 출판사의 도움 없이 직접 출간했다.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만들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도서전에서 만난 한 출판사 대표는 "텍스트힙한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자극을 받았고, 출판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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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NEY BOOK(더 머니북)
토스 지음 l 비바리퍼블리카(2024)
입장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전시장은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요 출판사 전시 공간 앞에는 책값을 결제하기 위한 긴 줄이 서 있었다. 전시장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렸고, 책을 만들어보거나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등, 각종 체험 활동을 하는 사람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펴 있었다. 독서율이 매년 하락하면서 출판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성공적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치러지는 도서전이라 ‘국제’적인 행사는 축소되고 ‘해외’ 출판사들의 전시 공간은 줄었지만, 도서전에 참가한 출판사들은 더욱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을 만족시켰다. 개막식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임원들의 어깨띠에 적혀 있던 항의 문구 “문체부가 등돌린 도서전 독자들이 살립니다”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텍스트힙’은 요즘 젊은 세대의 독서 열풍을 일컫는 신조어다. 활자를 의미하는 ‘텍스트’와 ‘힙하다’(멋지다)를 합친 신조어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해시태그와 함께 자주 등장한다. 디지털과 영상매체에 중독돼 도파민을 쫓던 젊은 세대들이 책과 활자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일종의 디지털디톡스를 경험한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출판관계자들조차 당혹할 만큼 ‘텍스트힙’한 젊은이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젊은이들이 도서전을 방문해 책과 활자의 향연을 즐기고 있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번 도서전에는 특색 있는 전시 공간이 많았다. 특히 금융앱 토스(toss)가 설치한 전시 공간은 입장을 위해 수십 명이 줄을 서고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금융플랫폼이 왜 생뚱맞게 도서전에 전시 공간을?” 잠시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 넓은 공간을 차지한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The Money Book Store’(더 머니 북 스토어)라는 간판을 단 상점 콘셉트의 공간에는 ‘THE MONEY BOOK(더 머니북)’이란 책이 전시돼 있었고, 전시 공간에 입장한 사람들은 속지를 골라 다이어리 형식의 자신만의 머니북을 만들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토스는 지난달 말 ‘THE MONEY BOOK(더 머니북)’이란 책을 출판사의 도움 없이 직접 출간했다. “1900만 토스 사용자는 자주 질문했어요. ‘내 삶에 돈이 너무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잘 다룰 수 있죠?’ 믿을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한 우리를 위해 토스가 준비했어요.” 금융 및 경제 분야 전문가 27명이 저축, 투자, 대출, 부동산, 세금 등 젊은 세대가 어려워하고 궁금해하는 금융상식 100가지에 대해 답변해주는 이 책은 토스의 주요 고객인 젊은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다.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만들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도서전에서 만난 한 출판사 대표는 “텍스트힙한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자극을 받았고, 출판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정작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시장 상황을 탓하며 절망하고 있는 동안, 책을 만들지 않던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재빠르게 책을 만들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듯하다.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라,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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