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는 ‘지역사랑’ 나는 ‘온누리’ 상품권
노래연습장 등 12개 업종 늘려
농촌주민 사용 많은 지역화폐
‘매출기준’ 발목 잡혀 무용지물
지역 활성화 위해 규제 풀어야

정부가 전통시장 등에서 쓰는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 확대를 추진하자 농촌에선 주민 편의 개선과는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읍·면 단위에서 많이 쓰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의 깐깐한 사용처 제한으로 주민들이 쇼핑에 어려움을 겪는데 정부가 이런 문제는 줄곧 외면하고 있다는 반발이 거세다.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움직임에 맞춰 지역사랑상품권 규제를 함께 풀어 농촌의 편의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온누리상품권의 사용 제한 업종을 크게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일정 규모 이상의 밀집 상점가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중기부가 5∼10% 할인 차액을 지원한다. 행정안전부가 발행을 지원하는 ‘지역사랑상품권’과는 별개다. 현재는 주점업, 담배 중개업 등 40개 업종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제한된다. 중기부는 앞으로 ▲골프장 ▲노래연습장 ▲담배 중개업 ▲수의업 ▲보건업 ▲법무 관련 서비스업 등 12가지 업종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2조원어치 발행한 온누리상품권을 올해는 5조원까지 확대 발행할 계획이다.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은 소관 부처는 다르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선 결이 비슷하다. 하지만 농촌에선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여의치 않은 탓에 주민들의 관심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확대에 쏠린다. 온누리상품권 사용처 확대로 사실상 도시민 혜택이 늘어나게 된 것처럼 지역사랑상품권도 규제를 완화해 농촌 주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농협 매장 등의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양준섭 전북 순창 동계농협 조합장은 “순창군 동계면에서 가까운 순창·남원 시장까지 약 20㎞를 가야 하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온누리상품권 사용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며 “주민들은 농협 농자재센터나 하나로마트처럼 면 내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를 늘려달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계면에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이 한곳도 없다. 동계면 주민이 순창지역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쓰려면 18㎞ 떨어진 순창시장까지 이동해야 한다. 양 조합장은 “온누리상품권은 농협에선 못 쓰고, 지역사랑상품권도 행안부가 사용처를 연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장으로 제한해 농협 자재판매장에선 못 쓴다”며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온누리상품권이나 10% 할인받는 게 이점인데, 읍내까지 가려면 그 할인분을 택시비로 다 소진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다른 소규모 읍·면 지역의 반응도 비슷하다. 노종진 전남 화순 능주농협 조합장은 “농협 매장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막힌 뒤로 상품권을 들고 읍으로 나가느니 현금을 주고 농자재를 구입하거나 쇼핑 자체를 잘 안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천덕 경북 영천 금호농협 조합장은 “지난해 행안부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 규제를 강화한 뒤로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며 “눈앞에 농협 매장을 두고 멀리 물건을 사러 가는 농민들로부터 민원이 계속되고 곤혹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농촌 주민 다수가 쇼핑 사각지대로 몰려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면 정부도 생각을 달리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영천시 금호읍에 거주하는 농민 조희령씨(77)는 “생필품·농자재 구입이 중요한데, 지역사랑상품권을 농협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 뒤로는 읍내 농자재상과 마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처지”라며 “집 가까운 곳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역사랑상품권의 연매출 규제를 융통성 있게 풀어달라”고 했다.
이 기회에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 목적을 다시 가다듬자는 의견도 나온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이나 특정 상권에 포함된 매장이면 매출 기준에 제한이 없다. 전통시장·상권가에 있는 중소형 마트들도 가맹점으로 등록되면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매출 기준으로 사용처를 제한하는 지역사랑상품권과는 대조적이다.
양 조합장은 “농협 경제사업장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하면 그만큼 조합원 이용고 배당과 출자 배당으로 이어져 지역경제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십분 고려해 사용처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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