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키우고, 배터리 체질개선"…SK, 1박2일 전략회의 시작
"뛰어들거나, 도태되거나" AI 역대급 투자…'SK온 구하기' 해법도 주목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SK그룹이 28~29일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포함한 '조직 리밸런싱' 방안을 논의한다.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 중 일부는 과감히 매각·합병하고, 미래 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등 신(新)경영 로드맵의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부터 29일까지 1박 2일간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성장사업 투자 및 내실 경영을 통한 '질적 성장 전략' 등을 논의한다. 그룹 최고 경영진이 총집합하는 경영전략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그룹 3대 회의'로 불린다.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034730)㈜, SK이노베이션(096770), SK텔레콤(017670),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이 참석한다. 다음달 초까지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태원 "뛰어들거나, 도태되거나"…AI·반도체에 '역대 최대 투자'
올해 경영전략회의는 크게 '집중 투자'(AI·반도체)와 '체질 개선'(배터리·바이오) 두 갈래로 진행된다. SK의 고유 경영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 실천·강화를 위한 집중 토론과, 계열사별로 연초부터 진행해 온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OI) 토의를 통해 그룹 차원의 경영 전략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AI와 반도체 부문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기조 아래 천문학적 투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회장은 전날(2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 미국 빅테크 경영자들과 연쇄 회동한 사실을 전하면서 "지금 뛰어들거나, 영원히 도태되거나"라고 확고한 투자 의지를 밝혔다.
SK그룹은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관련 시장을 공략 중이다. SK그룹은 HBM 등 AI 시스템·AI 서버 구축에 최적화된 메모리 제품뿐만 아니라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AI에 필요한 모든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 '에이닷'을 운영 중인 SK텔레콤은 SK C&C와 '엔터프라이즈 AIX 태스크포스(TF)'를 만든다. AI와 기업간거래(B2B) 사업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국내외 관련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는 목표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내 ICT위원회 산하에 'B2B AI 협의회'를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성큼 다가온 AI 시대를 맞아 향후 2~3년간 HBM 등 AI 생태계와 관련된 그룹 보유 사업 분야에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합병이냐 매각이냐…'적자 늪' 빠진 SK온 지원책도 화두
10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진 배터리 계열사 SK온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이번 회의에서 도출될지도 관심사다. SK그룹은 내부적으로 SK온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SK온-SK엔무브 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지분 매각',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설' 등 복수의 시나리오를 두고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이른바 'SK온 구하기' 프로젝트는 다양한 합병·매각설을 동반하며 시장 내 화두로 부상했다. 올 초에는 윤활유 제조기업인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설이 돌았고,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공시를 통해 SK E&S와 SK온의 합병, SKIET 지분 매각 등을 검토 중인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실제 SK그룹은 이차전지(배터리)를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점찍었지만 SK온이 올 1분기 3000억 원대 적자를 내는 등 부진을 거듭하자, 그룹 내 알짜 회사(캐시카우)와 합치거나 사업성이 낮아진 계열사를 팔아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태원 회장이 그간의 방만 투자를 질책한 만큼,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통제가능한 범위'로 줄이는 대대적 통폐합 방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200개 넘는 계열사 중에서 중복 투자된 사업, 시너지가 없는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기조는 분명한 것으로 안다"며 "반도체, AI, 배터리처럼 미래 동력으로 가져갈 사업을 더 강화하는 방안 역시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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