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배 뛴다던 중국주식, 내가 사니 90%빠져…"2억 날렸어요"
[편집자주] 불법 업체들이 운영하는 주식 리딩방이 이제는 해외 증시에 상장된 기업을 활용해 개미들을 울리고 있다. 주로 홍콩증시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기업이 동원된다. 주식을 선행 매수한 리딩방 일당이 추천하는 정보를 믿은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차익을 거두고 잠적해버린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일 년 넘게 피해가 반복되는데 감독 당국은 이제야 사태 파악에 나선 상태다. 본지는 중국 주식 리딩방 연속 보도로 투자자 피해를 막는 데 주력해왔다.
일확천금의 꿈은 두 달 만에 깨졌다. 지난해 12월27일 주가가 하루만에 90% 폭락했다. 1주당 1.3홍콩달러(약 231원)이던 주가는 0.25홍콩달러(약 44원)로, 그야말로 휴지 조각이 되면서 순식간에 2억원을 날렸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잇따라 폭락하면서 대규모 피해를 입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A씨 사례처럼 리딩방에서 추천한 종목을 샀다가 하루 이틀 만에 주가가 대폭 내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키즈테크 홀딩스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장난감 제조업체다. 지난해 10월 초까지만 해도 1.3홍콩달러 수준이었으나 주가가 오름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같은 해 12월22일 2.5달러까지 치솟았다. 두 달도 안 돼 주가가 90% 넘게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상승세는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바로 다음 거래일인 27일 주가는 90% 폭락하며 0.25홍콩달러로 뚝 떨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키즈테크 홀딩스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홍콩 주식 상위 7위였다. 이 기간 매수액은 162억원에 달했다.
홍콩 상장사인 굉기그룹도 비슷한 사례다. 지난해 8월 초까지만 해도 1.6홍콩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하루에 많게는 50% 이상씩 상승했고 9월13일 9홍콩달러까지 뛰었다. 한 달 만에 상승률이 460%에 달한다. 역시 오름세는 길게 가지 않았다. 2거래일 연속 7%, 14%씩 빠지더니 3거래일 뒤인 18일 하루 만에 78% 하락했다. 9홍콩달러이던 주가는 1.56홍콩달러로 하락했다.
지난해 8~9월 한국 투자자들이 매입한 굉기그룹 주식은 약 188억원어치. 매수상위 4위 종목이었다. 이 밖에도 최근 두 달간 국내 투자자 매수 상위권에 오른 홍콩 상장사 에프린트는 지난 14일 68% 하락했고, 의신홀딩스는 지난달 27일 81% 폭락했다. 홍콩뿐만 아니라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 이홈하우스홀딩스도 올해 1월 3일과 4일 전일 대비 61%, 47%씩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세력들이 이들 주식을 미리 사 놓은 후 리딩방을 통해 홍보하고, 높은 가격에 매수하기 시작한 개인투자자들에게 물량을 털어버린 수법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들 종목은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참여한 리딩방에서 추천주로 제시됐다. 리딩방은 신뢰를 얻기 위해 소액 투자자들이 자주 이익을 보게해 신뢰를 얻는다. 이후 A씨처럼 큰 돈을 싸들고 오는 이들이 모이면 1~2 종목을 여러 리딩방에서 함께 추천하면서 선행매수한 물량을 파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리딩방 추천으로 키즈테크 홀딩스에 투자했던 B씨는 "거짓말 같았지만 수익을 몇 번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믿음이 생긴 것 같다"며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게 일반적인데 어느 날 그야말로 절벽처럼 뚝 떨어졌고 리딩방도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국내외 유명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는 리딩방의 해외주식 매수 추천에 유의하라고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SNS에서 유명인을 사칭해 추천하는 종목은 대부분 거래가 활발하지 않거나 시가 총액 수준이 낮아 특별한 이유 없이 급등·급락하기 쉬워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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